[공연속으로] 아이들의 유쾌·통쾌한 반란. 가족뮤지컬 ‘마틸다’
[공연속으로] 아이들의 유쾌·통쾌한 반란. 가족뮤지컬 ‘마틸다’
  • 강일중 공연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17 14:09
  • 수정 2018-09-27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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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 중 주인공 마틸다(황예영). ⓒ신시컴퍼니 제공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 중 주인공 마틸다(황예영). ⓒ신시컴퍼니 제공

아이들이 뿔났다. 다섯 살의 천재 소녀인 주인공 마틸다와 친구들은 어른들의 거짓과 위선, 그리고 폭력에 당차게 맞선다. 유쾌·통쾌한 반란이다. 끝내 어른들의 학대·억압에 대한 복수가 이뤄지는 순간 마틸다의 천재성은 3월의 눈 녹듯 사라진다. 이제 보통의 소녀로서 마틸다는 행복을 되찾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 위에 올려진 가족 뮤지컬 ‘마틸다(Matilda)’는 이 과정을 역동적인 춤과 노래, 환상의 무대와 입체적인 연기로 보여준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널리 알려진 아동문학가 로알드 달(Roald Dahl)의 동명 소설이 원작. 작품은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하는 마틸다가 혼자의 힘으로 ‘개념 없는’ 부모와 폭력적인 학교 교장의 횡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흥겹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첫 무대는 뒤쪽과 상단 및 양 옆면이 알파벳이 새겨진 큐빅과 책장 이미지의 패널 등을 이어 만든 거대한 설치작품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 극이 진행되면서 가운데가 갈라지기도 하고, 양옆에서 새로운 장치가 들어오기도 하는 무대 자체가 동화 속 공간 같은 이미지다. 그 속에서 캐릭터들은 흡사 꿈속의 인물처럼 입체성을 띠면서 튀어나온다.

내용 중 매우 흥미로운 부분 하나는 부모의 방치와 학교의 억압이 심해질수록 마틸다의 천재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천재성은 마틸다가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된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마틸다가 도서관 사서 펠프스 선생에게 들려준 일종의 극중극으로서의 옛날이야기다. 공중곡예사와 탈출마술사가 등장하는 옛날이야기의 내용은 극의 마지막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로 드러나며 결국 주요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대사 속에 블랙 유머와 위트, 풍자가 그득하다. 초반에 마틸다가 태어난 산부인과 병실에서 개념 없는 아빠 웜우드가 “왜 ‘거시기’가 없느냐”라며 의사를 닦달하는 모습에서는 과거 한국사회의 남아선호의식이 연상된다. 웜우드 부부는 딸 마틸다를 ‘머스마’라고 부르는가 하면 마틸다가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도 구박으로 일관하며 TV 예찬론을 펼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무대뿐 아니라 에너지 넘치는 춤과 특수효과 등 눈요깃거리가 많다. ‘아이들의 반란’을 그리는 칼군무나 알파벳 블록을 쌓아가며 블록이 입체적으로 변모됨에 따라 더욱 화려해지는 춤이 돋보인다. 또 ‘When I Grow Up’ 장에서 무대 위에 달린 그네가 흡사 객석 위로 떨어질 듯 움직이는 장면 연출도 흥미롭다. 마틸다를 괴롭히는 트런치불 교장이 아이들을 가둬버리겠다고 위협하는 레이저 감옥과 마틸다의 초능력 구현을 비롯해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수효과가 흡인력을 발휘한다. 

당차고 당돌한 역할의 아역배우들 연기를 보는 맛이 쏠쏠하다. 어린이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고, 동화적 요소가 그득한 가족 뮤지컬의 성격을 띠었지만, 아이들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가 겪는 고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극 중 마틸다의 학교담임인 허니 선생님은 어릴 적부터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자라났으며 마틸다에게 따뜻한 정을 준다. 그것을 빌미로 악독한 트런치불 교장은 허니 선생을 끝없이 괴롭힌다. 마틸다가 지어낸 이야기 속의 공중곡예사 언니가 계약(돈)에 집착해 동생을 죽음으로 밀어 넣는다는 설정도 황금만능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인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 중 마틸다의 학교 담임인 허니 선생님과 트런치불 교장. ⓒ신시컴퍼니 제공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마틸다’ 중 마틸다의 학교 담임인 허니 선생님과 트런치불 교장. ⓒ신시컴퍼니 제공

이 뮤지컬은 신시컴퍼니(대표 박명성)의 창단 30주년 기념작이다. ‘마틸다’는 런던 웨스트엔드(2011년 초연)와 뉴욕 브로드웨이(2013년 초연)를 거쳐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이 이뤄졌지만,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된 사례는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초연 이후 이 작품은 영국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올리비에상의 베스트 뮤지컬상을 포함 7개 부문 상을 거머쥐었으며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토니상의 극본상 등 4개 부문, 드라마데스크상의 5개 부문 상을 받았다. LG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은 내년 2월 10일까지 이어진다.

 

강일중 공연 칼럼니스트. 언론인으로 연합뉴스 뉴욕특파원을 지냈으며 연극·무용·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의 기록가로 활동하고 있다. ringcyc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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