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예술가의 삶과 예술] ④ 이영주 작가 ‘샹그릴라로 향하는 이들의 내비게이션’
[여성예술가의 삶과 예술] ④ 이영주 작가 ‘샹그릴라로 향하는 이들의 내비게이션’
  • 정필주 독립 큐레이터(예술사회학)
  • 승인 2018.09.17 14:12
  • 수정 2018-09-19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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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예술가의 삶과 예술] ④ 이영주 작가

전시 <샹그릴라>에서

초밥집 종업원 경험 담은

‘스시우먼의 노래’

 

이영주, 스시우먼의 노래, 싱글채널 비디오, 4분 46초, 가변크기, 2016
이영주, 스시우먼의 노래, 싱글채널 비디오, 4분 46초, 가변크기, 2016

예술작품에 여성 작가가 자신, 특히 자신의 몸을 등장시킨다는 것은, 사회의 가부장적 위계를 파괴하기 위함이든, 그것을 전용(轉用)하기 위한 생각이든 그 위계에 익숙한 모든 이들에 대한 대화 요구이자, ‘우리’ 속에서 소멸해간 수많은 ‘나’에 대한 작은 신화창조를 의미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예술공간인 ‘대안공간 루프’의 작가공모선정 전시 <샹그릴라>(7월31~8월26일)에서 이영주 작가는 비디오와 드로잉 작업을 통해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이영주’를 강력한 화자로 등장시켰다. 4분 46초짜리 싱글채널비디오 ‘스시우먼의 노래’는 작가가 직접 작사, 작곡, 제작한 뮤직비디오인데, 작가가 직접 살색 쫄쫄이옷을 입고 등장한다. 이 작업은 독일 유학시절 작가가 초밥집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기모노를 입어야했던 경험에 바탕한 것으로, 당시 자신을 ‘신비로운 아시아 여성’으로 소비했던 서구남성 고객에게 돌려주는 답가와 같다. 컨베이어벨트 위의 초밥으로 분한 작가는 ‘먹어봐’ 류의 문법으로 시선을 모은 뒤, ‘사실 나는 플라스틱 스시’라는 고백으로 이전의 문법을 왜소하게 만든다.

 

이영주, 수치스러운 파랑, 3채널 디지털 애니메이션 설치, 10분 23초, 가변크기, 2016
이영주, 수치스러운 파랑, 3채널 디지털 애니메이션 설치, 10분 23초, 가변크기, 2016

이영주 작가의 이 ‘반격’은 주로 독일에서 외국인으로 살았던 경험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독일에서 영상퍼포먼스를 공부하던 당시, “2009년쯤일 텐데, 독일에서 아시아여성이라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보는 일이 너무 많았다. 남자들이 길 가다가 사진을 찍는다든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니하오’, ‘곤니치와’ 이러면서 말을 걸곤 했다. 그런 일이 너무 많았고, 하루에 5번이나 된 적도 있었다.”

이런 일상은 “내가 여자구나”라는 부분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해외에서 나 자신을 여성으로서 계속 자각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있었다. 그런 상황들이 계속 생겨서 어느 날 삭발을 했다. 그랬더니 아무도 접근을 안했다. 아 이게 뭔가. 결국 여성적인 이미지들에 대한 반응이었던 것이다. 그런 일들은 나 자신을 여성으로 자각하게 하는 사건들이다”라고 말한다. 아시아여성, 한국여성 등 여러 ‘우리’ 속에서 소멸해간 ‘나’에 대한 이 같은 고민이 존재하지 않는 샹그릴라(샹그릴라는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인류의 이상향으로 제시된다) 혹은 존재하지 않는 아시아여성의 전형을 찾는 호르몬 과잉의 세태에 대한 답가로써 이번 전시가 탄생한 것은 아닐까? 신기루 같은 샹그릴라 속의 ‘여성’ 혹은 ‘명예남성’이 되기 위해 나와 다른 수많은 ‘여성’을 연습하고 연기해야만 하는 여성들에게 이영주 작가의 ‘샹그릴라’ 전시 속 새로운 신화는 탈코르셋 이후의 여성들을 위한 내비게이션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러한 환상의 공간을 통해 뒤틀려 있는 일상에서 우리가 발돋움할 수 있는 새로운 디딤돌을 놓는 것에 관심이 많은 듯 보인다. 작가는 다음 작업으로 미국-멕시코의 국경을 중심으로 하는 경계에 대한 작업을 준비 중이다.

 

이영주 작가
이영주 작가

*이영주 작가

1987년생으로,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학교에서 영상과 마이스터 슐러를, 그 이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예일대학교 조소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으로 ‘MINE, Ochi Projects’(로스엔젤레스, 미국, 2018), ‘생존자들, Basis Project Room’(프랑크푸르트, 독일, 2014) 등이 있다. 그 외에 ‘Through-Line: Drawing & Weaving’(Steve Turner 갤러리, 로스앤젤레스, 미국, 2018), ’The Sands‘(Essex Flowers 갤러리, 뉴욕, 미국, 2017), ‘오토세이브’(커먼센터, 서울, 2015), ‘Fake Hikers’(MMCA, 창동레지던시 갤러리, 서울, 2014) 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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