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여성단체의 정치참여]

“단체는 사단·재단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 중에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제87조 단체의 선거운동금지)

지난해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정치참여 허용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 폐지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 문제는 최근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여성단체들도 여성후보 공천과 당선 운동을 전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참여에 나섰고 선거법 개정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원총연합회와 의사협회 등 직능·이익단체들까지 정치참여를 선언하면서 자칫 시민단체들의 의도까지 순수성을 의심받게 됐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은 정치참여를 당연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유권자운동이나 선거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피선거권이라는 적극적인 후보전략까지 사용할 것인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찬성]“제도밖·제도안 운동 병행해야”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은 그 자체가 정치활동이자 정치참여인데 이를 반대하는 것은 지나친 결백증 또는 정치적 무관심의 또다른 표현이다.”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지난해 총선연대와 같은 소극적인 낙선운동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인 당선운동의 전략을 채택하겠다고 나섰다. 제도권 밖의 정치뿐만 아니라 제도권에 직접 개입해서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나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생활정치개혁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여성단체들도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후보를 발굴, 지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은방희)는 정치관계법 개정 국회청원을 통해 “현행 선거법 제87조 중 노동조합에만 허용하고 있는 선거운동기간 중의 정치참여를 여성단체에도 허용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내년 지자체선거를 대비해 지역의 회원단체들을 중심으로 후보를 출마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활협동조합운동 등 지역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여성민우회도 지난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후보전략을 채택하겠다고 나섰다. 기성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를 위해 내천·공천은 받지 않고 무소속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수도권과 달리 여성의원이 전혀 없거나 드문 지역의 회원단체들은 당선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당 공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성민우회 윤정숙 사무처장은 “제도밖 여성운동은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강한 반면, 제도안 정치참여와 대표성 확보는 매우 취약한 이례적인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도덕성, 순수성을 논하며 정치참여를 반대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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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정치참여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방법론을 두고 합의점을 찾는 중이다.

[반대]“이익·관변단체까지 나설까 우려

시민단체들의 후보전략에 대한 반대입장은 원천적인 정치참여 반대론부터 신중론까지 그 스펙트럼이 좀더 다양하다.

원천적인 반대론은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는 그 도덕성, 순수성을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시민단체는 국가권력이나 정치권의 감시자, 비판자의 역할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신중론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시선에 대한 부담감에서 오기도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본적으로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폐지를 주장하지만, 후보진출 전략을 사용하는 데 있어선 부담감을 안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단체들의 정치·정책 참여는 후보를 내는 피선거권만이 아니라 낙천· 낙선운동과 같이 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유권자운동도 포함되는데, 이런 광의의 정치 참여까지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연합은 95년, 98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진출 전략을 사용, 당시 야당에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여성후보를 공천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특정 정당에 편향됐다는 외부 시선과 내부 논쟁으로 부담감이 커지게 됐다. 이 때문에 여성연합은 내년 지방선거는 무소속 후보일 경우에만 공개적, 조직적 지원을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얼마전 정치관계법 개정을 청원했던 여성정치연대는 개정안에 여성단체의 정치참여 허용 부분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관계자에 의하면 “최근 직능·이익단체 등이 정치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는데 만약 모든 단체의 정치참여를 허용하게 되면 이익단체나 관변단체 할 것 없이 정치참여에 나서게 될 우려가 있다”면서 “아직까지 낙후된 정치현실과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어느 단체까지 허용할 것이냐를 정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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