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파 약진한 스웨덴 총선

사민당 지지율 30% 이하로

극좌파·여성정치인 활약도

좌우대결로 생긴 빈 공간에

극좌와 극우주의 싹 터

 

 

 

9월 9일에 있었던 스웨덴 총선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이전 선거와 다르게 기록된다. 첫째로 강력한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해왔던 사민당의 지지율이 28.4%를 기록해 100년만에 처음으로 30% 이하로 떨어진 선거로 기록된다. 사민당이 압도적으로 지배해 왔던 1당 중심 다당체제는 완전히 종말을 고하고 다극체제로 진입했다.

 

두번째로 극우파의 약진으로 인한 정치의 불안정을 들 수 있다. 정치난민 유입 금지, 범죄 시 외국인 출신 시민권자 강제추방, 까다로운 시민권 취득절차 도입 등 이민자 차별정당으로 자리를 매김하고 있는 스웨덴 민주당은 공공연하게 이민자들을 스웨덴의 복지제도에 의존해 사는 열등인간으로 규정할 정도로 민주적 가치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인종차별과 신나치즘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스웨덴 사회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 뻔하다. 스웨덴 민주당이 기초 및 지역의회에서 제1당 지위를 차지한 곳이 대폭 늘어 중앙 뿐 아니라 지방민심까지 극우주의 열풍으로 인해 기존정당들의 지위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극우파의 약진과 함께 극좌파의 확장도 두드러진다. 사회기업의 이윤상한제 같은 정책으로 시장경제에 제한을 두고자 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가의 파격적 지원을 위해 최고 소득층의 세금을 파격적으로 올릴 것을 주장하는 좌익정당(Vänsterpartiet)도 7.9%를 받아 7석을 늘리며 세력을 확장했다. 두 정당의 확장은 사민당과 보수당의 지분을 가지고 간 것이기 때문에 정당정치는 더욱 다극화 체제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특징은 젊은 여성정치인의 두드러진 활약이다.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좌파연합이 여유롭게 우파연합을 따돌리고 최대 진영으로 정권을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우파의 약진이 돋보였다. 그 중에서도 스웨덴의 가족중심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독민주당은 2.5%까지 밑돌던 지지율을 에바 부시 토르(Ebba Busch Thor) 여성당수를 중심으로 의회 진출 최저선인 4%를 훌쩍 넘는 6.4%를 기록해 매우 성공적 선거운동을 치렀다. 부시토르는 27살에 당수가 되자마자 출산을 위해 1년 동안 정치공백을 끝내고 돌아온 지 2년 만에 기독민주당을 다시 일으켜 세운 31세 정치인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부시토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여성정치인으로 중앙당 여성 당수인 애니 뢰프(Annie Lööf)도 예외가 아니다. 28세에 당수가 된 뢰프는 지지율을 8.6%까지 끌어올려 우파 계열 정당연합의 중요한 한축을 차지하고 있다. 20대 초에 이미 지방선거를 경험하고 중앙정치로 진입했기 때문에 젊지만 정치적 식견과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두 사람의 특징이다. 이런 정치인들이 정당마다 많다는 것은 더 큰 자원이다.

100년 만에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사민당 스테판 뢰벤 수상은 “좌와 우의 대결의 시대는 이제 뒤로 하고 좌우를 아우르는 정치로 나아가자”고 천명했다. 좌와 우가 함께 하는 정치는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번 선거기간 중 진행된 정당당수 방송토론을 통해 그 방향성은 이미 제시됐다.

스웨덴 유권자의 30% 이상이 시청하는 스웨덴 국영방송 SVT1 당수 토론에서부터 도입된 갤탠지표(Gal-Tan Index)는 녹색-대안-자유의 한축과 전통-권위-민족을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정치적 가치의 측정지표로 좌우지수와 함께 새로운 정치지형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제시됐다. 국영TV 방송뿐 아니라 신문사 인터넷TV 토론회, 국영라디오 SR 토론회 등 다양한 토론채널 등에 정당당수들이 출연해 새로운 정치지형에 대한 토론을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스웨덴 유권자들도 이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자신과 정당들의 위치를 가늠해 보며 정치를 새롭게 조명해 보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정치는 이제 전통적 좌우의 연립정권 형식과 틀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지형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좌우의 대결구도에 갇히게 될 때 국가의 화합은 깨지고 갈등과 분열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이번 선거결과에 의해 더욱 증폭됐다. 복지와 세금문제, 분배와 일자리, 이민자문제 등으로 증폭된 좌우대결과 이념 갈등에서 생기는 빈 공간에 극좌와 극우주의가 싹트게 된다는 것이 스웨덴의 정치에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대결구조를 극복할 국가의 통치철학과 가치를 좀 더 확장하고자 하고자 하는 노력은 정당들과 젊은 정치인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젊은 정치인 그리고 여성정치인을 투입하면서 새로운 정치적 스펙트럼을 찾아보고자 하는 스웨덴의 정치적 실험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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