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워라밸 시각에서 본 한부모의 노동과 삶’ 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한부모연합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워라밸 시각에서 본 한부모의 노동과 삶’ 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한부모연합

한부모 가족, 일·생활 균형 불가능 

소득 불안정에 장시간 노동 악순환

가사 노동에 돌봄 가중 

한부모 양육비, 한국 평균 절반

모성 패널티, M자 곡선 탈피해야

‘한부모가족’ 정부 통계도 불명확

 

“둘이서 해야 하는 일을 혼자서 하지만 일도, 생활도, 양육도 반만 할 수도 없다. 한부모가 되어 일·생활 균형이란 말을 생각조자 할 수 없었다.”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워라밸 시각에서 본 한부모의 노동과 삶’ 토론회에서 한부모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맞벌이 부부 중심으로 만들어지면서 한부모의 경우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토론회에서 잇따라 제기됐다.

한부모가족의 육아휴직 시 초기 3개월 이후에는 월 소득이 평균 52만원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 7월 감사원이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에 한부모 노동자의 육아휴직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 마련을 제시한 것도 육아휴직급여 제도가 맞벌이 가정 중심으로 설계돼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맞벌이 가정에서는 두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휴직 급여를 올려주는 특례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생계를 한명이 전담하는 한부모 가정에는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권미혁·김삼화·정춘숙 의원이 개최하고 한국한부모연합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부모 당사자와 연구자들, 국회의원들도 한부모가족의 워라밸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한부모들의 일·생활 균형 실태’를 주제로 발표한 성정현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부모에게서 경제적 빈곤과 시간적 빈곤이 함께 발생하는 현상을 일과 생활의 실태를 나누어 분석했다.

성 교수는 “일·생활 균형을 위한 직장문화 개선은 300인 이상 사업장이나 공공기관에서 거론되는 수준이고 연령과 성별 면에서는 20대나 30대 남성, 직종에서는 정규직과 사무직, 가족유형에서는 1인가구나 양부모 가족에게 주로 적용된다”면서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고연령 근로자들, 여성들, 한부모들의 삶에까지 전파되기엔 많은 제도적·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의 측면에서 개선방안으로는 탄력근무제와 주5일 근무, 재택 근무 등과 같은 근무형태의 개선이 필요하고 연차 사용도 보장돼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소득 불안정의 문제와 사회적 돌봄의 취약성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소위 ‘모성 패널티’를 개선하고 M자 곡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한부모들이 대부분 종사하고 있는 비자발적인 유연한 취업형태를 일·생활균형의 차원에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의 측면에서의 문제로 성 교수는 특히 “한부모가 자녀양육 및 교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지만, 자녀양육에 지출하는 실질적 비용은 양부모에 비해 현저히 낮아 자녀양육의 질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아동도 빈곤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한부모가족의 자녀 양육비는 월 48만2800원으로 한국 평균(100만9000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 성 교수는 “한부모들은 장시간 노동을 통해서 소득을 높이려고 하지만, 반대로 시간 빈곤 때문에 자녀의 돌봄과 교육 부모와 자녀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부모들은 가사노동과 장시간 근로노동으로 인한 역할 과중의 문제와 만성피로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가정양립정책의 구체적인 방안인 출산전·후 휴가제도와 육아휴직제도, 보육정책, 아동수당제도, 임산부보호규정 준수, 근로시간 탄력제 등 역시 대부분 맞벌이 가정을 위한 것이어서 저소득 한부모가족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빈곤 예방을 통해 아동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여성 고용을 높이며 젠더 평등을 실현하는 목표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영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일·쉼·삶의 균형 실현을 위한 정책방향으로 △한부모 배제없는 일·가족양립정책 △가족돌봄과 자기돌봄의 조화를 실현 △비용 중심의 지원에서 자립과 상호 지지망 형성 지원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선미 서울시립대 강사는 한부모의 워라밸을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경제적·시간적 빈곤과 함께 심리적 안정의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녀의 안전한 돌봄을 심리적 안전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일례로 보육시설에서 한부모 자녀라는 개인정보가 여과없이 노출되면서 아이가 겪게 되는 편견과 차별은 한부모의 심리적 안전을 해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개인정보 보호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일본의 경우처럼 보육시스템을 개선해 편견과 선입견이 발생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나아가 개인정보 보호 조치에 나섬으로써 구별짓고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토론회에서는 한부모가족 정책 개선을 위해 기반이 되는 통계의 문제와 개선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이윤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한부모가족에 대한 통계치가 없거나 제대로 정의되지 않아 정책 발전을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통계 정책을 만들 때 한부모가족 관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의 관점에서 조사와 통계가 부족하다고 했다.

특히 정 교수는 “한부모가족은 미성년자녀(아동)를 둔 가족 중 자녀가 양친 중 한쪽과만 동거하는 가족을 의미지만 현재 통계청의 대부분의 자료는 성인을 포함한 미혼 유자녀를 가진 가족에 대한 통계”라면서 ‘18세 이하 아동을 가진 한부모가족’에 대한 통계는 2018년에야 처음으로 발표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15년에는 154만가구였지만 2016년에는 45만 가구로 대폭 줄었다.

최현수 연구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통계센터장도 한부모가족 통계 인프라의 근본적인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정책 통계 부분과 행정 데이터에서 약하다”면서 “부처 사이즈가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통계 중심으로 다루는 독립적인 부서가 별도로 없을 정도로 약하기 때문에 여가부가 통계청과 작업하기 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산연구센터장도 한부모 개념의 혼선과 통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에 대한 통계 개선은 상당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부족한 것은 기존의 가구주 중심의 하향식 통계에서 미성년 아동 중심의 상향식 통계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페미니스트 복지국가 연구자들은 한부모가족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그 국가의 복지와 성평등성의 척도로 본다”면서 또 “부모의 혼인여부에 따라 아동의 삶의 질이 크게 좌우되는 것은 사회 정의의 차원에서 부적절하다”면서 “한부모가족의 삶은 차별없는 출생, 차별없는 돌봄의 차원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토론 후에는 한부모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출산 후 산후도우미 파견 제도와 관련해서 지원사업 대상으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기준이 다르다면서 체계가 부족한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 다른 한부모 당사자는 저소득한부모 지원 대상 선정 시 소득 산정 기준에 자녀의 소득을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기준이 되는 만 22세 미만인 자녀가 소득이 발생해 부모와 합산 시 소득산정 기준 148만원을 넘으면 수급대상에서 탈락한다면서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정책적 고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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