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새로일하기센터 내 고학력 여성에 대한 ‘맞춤형 지원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내 고학력 여성에 대한 ‘맞춤형 지원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소재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의 한 직원은 얼마 전 상담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경력단절 상담을 받으러 온 수강생으로부터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는 답변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해당 직원은 “도움을 드리기 위해 다양한 일자리를 추천해드렸는데, 오히려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나와 당황스러웠다”며 “현장에서 취업을 연결해주는 새일센터 직원들과 일부 고학력 경력보유 여성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새일센터는 출산과 육아, 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을 지원하는 취업기관이다. 직업상담에서 직업교육, 취업연계, 취업 후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전국 155개소가 있다. 하지만 센터 내 직업교육 훈련과 취업연계 과정에서 고학력 여성에 대한 ‘맞춤형 지원제도’는 부족한 상황이다. 고학력·전문직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큰 사회적 비용이 드는 만큼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새일센터 홈페이지에 등록된 일자리를 분류해봤다. 그 결과, 2018년 9월 등록된 총 423개의 일자리 중 가장 많은 일자리 분야는 ▲총무·경리·회계 등 일반사무원(81개)와 ▲요양보호사(77)였다. 이어 ▲조리사(37) ▲상담원(26) ▲보육교사(21) ▲사회복지사(17) ▲청소원(15) ▲사무보조(15) ▲상점 판매원(12) ▲강사(8) ▲직업상담사(8) ▲간호조무사(7) ▲주방보조(7) ▲음식점 서빙원(4) 등이 뒤를 이었다.

HTML 코더, 웹 기획자 및 디자이너, 번역가 등 전문성을 요구하거나 오랜 기간 경력과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특화된 분야의 일자리는 1~2개 밖에 없었다. 이밖에 병원 코디네이터, 경영 기획 사무원, 법률 사무원, 여행상품 개발자, 장학관·연구관·입학사정관 등도 한 두개 정도뿐이었다. 전문성 있는 분야에서 일해 온 여성들이 이마저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셜벤처 직접 나서서 문제해결

“공공기관, 대기업으로 확산되길”

문제해결에 직접 발 벗고 나선 이들도 있다. ‘루트임팩트’는 경력보유 여성과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소셜벤처 등 구직자와 기업 간 인력 ‘미스매치’ 현상에 주목했다. 공공기관,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유연한 소셜벤처의 근무환경도 한몫 했다.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이 높게 요구되는 반면 자율성이 보장되는 소셜벤처의 업무환경이 경력보유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트임팩트의 ‘임팩트커리어 W프로그램’ 1기는 경력보유 여성들을 소셜벤처에 이어주며 성공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대학 졸업 후 바로 노동시장에 진출했지만 결혼,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3명의 여성 모두 재취업에 성공했다. 1기 참가자 중 한 명인 A(30)씨는 광고회사 경력을 살려 현재 커뮤니케이션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올해 임팩트커리어 W프로그램 2기에서는 1기보다 많은 22개의 포지션을 준비하고 있다.

루트임팩트 뿐만이 아니다. 경력보유 여성 채용 플랫폼인 ‘위커넥트’는 기혼여성의 20% 이상이 경력단절을 경험하지만, 이후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할 땐 자신이 일하던 분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 주목했다. 이후 인력난을 겪는 소셜벤처에겐 풍부한 인력을 제공함으로써 성장의 기회를, 경력보유 여성에겐 자신의 경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여성이 일하기 좋은 조직 문화를 확산해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송예리 루트임팩트 매니저는 “1기와 달리 2기부턴 규모가 커져 여러 채용사에서 자발적으로 문의를 주셨다”면서 “경력보유 여성과 기업 모두에게 이런 조직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소셜 섹터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공공기업 분야에도 이런 조직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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