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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대학 1학년생 ㅇ씨. “대학에 오면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ㅇ씨에겐 ‘분홍색 콤플렉스’가 있다. “어렸을 때 생긴 게 남자애 같다고 맨날 부모님이 분홍색 옷을 입히려 하셨어요. 전 그게 너무 싫어서 안 입겠다고 울기도 했죠. 지금도 치마 입고 다니라고 하시지만 이제 대학생이니까 어느 정도 선택권이 생긴 거죠.”

이건 해야만 되고 저건 하면 절대 안 되고…

“저는 요즘 큰 고민에 휩싸여 있습니다. 우리 집은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1996년부터는 계속 한 곳에서 살고 있거든요. 제겐 제2의 고향이죠. 얼마 전 엄마가 이사를 가겠다고 하십니다. 근데 전 새로운 것에 적응을 잘 못하거든요. 학원 옮길 때도 꼭 친구랑 같이 옮겨야 안심이 되는데… 이사갈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요. 어떻게 하죠?”

최근 10대들의 사이트 ‘10대 독립 아이두’(www.idoo.net) 게시판에 중학교 1학년생이 올린 글이다. 십대 네티즌들은 “기운 내세요”라고 위로를 해주기도 하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도 이사 자주 다녔어요. 도대체가 어른들은 아이들의 생각엔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죠.”

인터넷을 통해 십대들이 어른들에게 제기하고 있는 주장은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freetofly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께서 뭐 하라고 하시면 곧이곧대로 해왔다. 그래서인지 나의 감정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해야겠구나 하는 것밖에… 솔직히 싫다는 감정이 뭔지도 몰랐다”라고 밝혔다.

서울 ㄷ고교 3학년생들은 수능시험을 마치면서 그 동안 매주 써 오던 사설과 독후감 과제에서 해방되었다. “교장선생님이 일일이 검사를 하면서 제대로 안 쓴 애들에겐 원서를 안 써준다고 하셨어요. 이미 (어른들이) 어떤 글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고 거기에 맞지 않는 다른 생각은 좀처럼 글로 쓰기 어려웠죠.”

술 냄새 풍기면서 수업 들어오셔도 되나요

“담임 선생님이 시장에 가서 뭘 사오라는 거예요. 가는 김에 은행에 들러 돈도 부치라고 하고… 우린 선생님이 시키는 일이니까 그렇게 했죠. 근데 학교에 들어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수업시간인데 우리가 왜 이러고 있지?” 그건 선생님 개인적인 일인데 선생님이 직접 하셔야 되는 것 아닌가요? 아, 물론 선생님한텐 한 마디도 못했어요.”

중학교 2학년생 ㄱ씨는 “왜 어른들이 시키는 일은 다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문한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학생들이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나오는 단골 이야깃거리는 학교마다 명성이 자자한 폭력교사들에 대한 것이다. 이들 선생님들은 주로 학생들에게 ‘미친개’‘변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성적 내려갔다고 뺨 갈겨요. 그 선생님이 저기압이다 하면 애들도 ‘오늘 뒤지게 얻어맞겠군’ 하죠.” (서울 ㅈ고교 1학년 ㅇ씨) “복장검사 한다고 옷 벗으라고 하고 브래지어 안 하고 다니냐면서 등 쓸어 내리고 대놓고 ‘넌 발육부진’라는 둥… 성희롱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예요!” (서울 ㅊ여고 2학년 ㅂ씨)

십대들은 ‘학생들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우리보고는 머리 염색하는 게 건방져 보인다고 하면서 선생님들은 술 냄새 풍기면서 수업에 들어오셔도 되나요?”

신고식·90도 절하기… 1살 차이가 뭔데

요즘 초등학교 6학생들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선배들이 무섭다”는 것이다. 인터넷 상담게시판에는 “정말 선배들이 막 때리고 못살게 구나요?”라는 질문들이 올라온다.

서울 ㅇ여고에선 등·하교 길에 학생들이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며 “00선배님,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1학년생 ㄱ씨는 “아는 선배에게 인사를 제대로 안 했다가는 제삿날”이라고 말한다.

“서클에 들어가면 선배들 앞에서 바보 되는 날이 따로 있어요. 그리고 수시로 기합 받고 그래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억울하죠. 1살 차이가 뭐라고… 그래도 아무도 말 못해요. 서클에선 선배들이 죽으라면 죽어야 되거든요.”

역사가 긴 서클일수록 그리고 남학교의 경우 선후배간의 위계는 더욱 엄하다. 서울 ㅈ고교의 한 운동서클에서는 후배가 새로 들어오면 신고식으로 선배가 한 명씩 붙어서 거리로 데리고 나간다. “걷다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라고 해요. 바닥에 붙은 껌을 떼서 먹으라고도 하고… 그럼 시늉이라도 해야죠.” (1학년생 ㅇ씨)

ㅇ여고 2학년생 ㅇ씨는 “1학년 땐 울기도 많이 울고 우리끼리 모여서 선배 욕도 하고 그랬는데 애들이 또 선배가 되면 똑같이 따라한다”고 지적한다. ㅇ씨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건가보다”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틀이 싫다고 하면서도 거기 따라가잖아요. 그리고 우리들도 후배들에게 그 틀을 강요하고 있고요. ‘우린 좀 달라야지’하면서도 되물림되는 것 같아요.”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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