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뿐 아니라 자신감도 대출받았죠”

“가족들도 맘뿐이지 없으면 못 도와주잖아요. 비록 많은 돈은 아니지만 정말 어려울 때 힘이 돼 줬어요. 남부끄러워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도 없는데 내 처지를 이해해주고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운이 납니다. 돈이 없다고 불행한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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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조합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자그마한 분식집을 낸 박효영시는 일을 시작한 후 삶의 의욕을 회복했다고 전한다 .<사진 .민원기 기자>

남편은 있지만 실직자이거나 수입이 불안정해 생계를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동네 여성들이 모여 만든 ‘한울타리’의 회원인 박효영(36)씨는 신나는 조합에서 얻은 것은 ‘돈’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지지집단이었다고 얘기한다.

늘어나는 빚을 감당 못해 1996년부터 떡볶이 등을 팔며 좌판을 시작한 박씨는 이웃을 통해 신나는 조합에 대해 알게 됐다.

그리고 ‘한울타리’를 만들어 화곡동에 분식집을 냈다. 조합 실무자는 “조합원 조건이 5명이 한 팀이 되어 공동체사업을 하는 것인데 한울타리 회원들은 편법으로 박효영씨에게 몰아줬어요. 조합에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워낙 자활의지가 강한 분이어서 기회를 드렸죠”라고 전한다.

지난 달 14일 화곡동 가게를 정리하고 난곡동으로 옮겨 분식집을 연 그는 보통 아침 10시에 가게문을 열면 밤 2시에나 집에 들어가게 되지만 여기저기 리어카를 끌고 다니지 않는 것만으로도 힘든 줄 모르겠다고.

“그래도 이젠 자신이 있어요. 내년 2월에 다 상환하고 나면 조합에서 다시 얻어서 이자 비싼 사채부터 갚아야죠.”

신나는 조합에서 받은 교육을 통해 1주일에 5000원이라도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으며 사는 데 많은 도움을 얻는다는 박씨는 가난한 사람들이 작은 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열심히 일해 돈이 좀 모이면 배고픈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 박씨의 희망이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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