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비동의 간음죄 ‘예스 민즈 예스 룰’ 이어야”
천정배 “비동의 간음죄 ‘예스 민즈 예스 룰’ 이어야”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9.05 10:50
  • 수정 2018-09-12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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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형법 비동의 간음죄 신설 발의

동의 없는 성적 행위는 폭력

“예스 민즈 예스 룰이어야”

안희정 판결, 법조계 남성 중심적

2011 헌재 위안부 판결, 정부 이행해야

“선거제도 개혁 후 ‘여성당’ 의회 진입을”

[여성신문] 미투운동(#Metoo) 이후 여성 인권과 성평등에 의미있는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법안이 국회에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비동의 간음죄’,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 강화’ 등 다양하다.

안희정 전 지사의 1심 무죄 판결 이후 특히 비동의 간음죄는 각 정당의 관심사가 됐다. 이미 발의된 법안만 7건이 넘고 야당 의원들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주요 법안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여당도 그렇다. 형법 303조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이미 있어 안희정 사건의 경우 새 법안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비동의 간음죄는 안희정 사건 이전부터 성폭력 형법의 제·개정의 장기적 흐름 속에서 필요한 법안으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남성중심적인 국회와 법조계를 반대를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법조인이자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법안의 의미를 들어봤다. 천 의원은 지난 3월 ‘비동의 간음죄’와 함께 ‘지속적 성적 언동’을 범죄행위로 규정해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천 의원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해 보궐선거 당선까지 현재 6선의 정치인다. 정치에 몸담기 전 고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으며 198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창립을 주도했다.

천 의원은 4일 국회의원실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여성 인권에 관한 의식이 투철하다고 말하기에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그가 무지했던 여성인권에 대해 눈뜨게 된 건 1992년 민변 국제인권위원장 활동 시절 당시 경험한 국제무대 덕분이었다.

“당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주주의, 독재, 표현의 자유(국가보안법) 등에는 관심이 많았고 적극적으로 활동했지만 사실 여성인권에 대해서는 딱히 고민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회의를 앞두고 1992년 세계무대에 가게 됐어요. 당시 회의에서 첫 번째 이슈가 여성이고 두 번째는 원주민(indigenous people)이라는게 저에겐 놀라웠어요. 저에겐 여성의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신혜수 선생님, 정진석 교수님이 당시 활약하셨죠.”

천 의원은 비동의 간음죄의 의미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이 보호법익(형법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라고 본다면, 성적 행동이라는 것이 한 인간의 특별하게 자발적인 의사에 이루어지고 자유와 인권이 전제되는데, 자유의사에 의한 동의 없이 행해지는 성적 행위를 폭력이라고 보는 게 그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노 민즈 노 룰’(No Means No Rule)로는 부족하고 예스 민즈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이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기 결정권의 관점에서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처벌돼야 하는것이지, “노”라는 항거를 기준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 민즈 노 룰’은 상대방이 거절의사를 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에는 강간죄로 처벌한다는 원칙이다. ‘예스 민즈 예스 룰’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예스’라고 의사표현을 하지 않은 이상 성관계를 했을 경우 이것을 강간으로 간주하는 원칙이다.

천 의원은 비동의 간음죄의 반대 논거인 형법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면서. 두가지 사례를 들었다.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고 이미 폐지된 간통죄 처벌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형법 조항이 위헌 결정이 내려져 폐지됐다는 점에서다. 또 “안희정 전 지사 사건의 경우 일상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사건이고,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제성을 가진 폭력적 요소라는 점에서 과도한 개입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동의 간음죄가 신설되면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천 의원은 봤다. 성범죄가 은밀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특성 상 비동의 간음죄가 신설됨으로서 묵시적 동의라든가 실제로는 동의해주고는 말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모든 범죄가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에서 횡행하는 성폭력을 엄단하고 예방한다는 것에 비해서 억울한 죄인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기관이나 법원 등에서 더 철저히 해야 하고, 그건 사법체계의 고유한 책무인 것이지, 그것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균형을 잃은 비판이다”라고 주장했다.

국회도 그렇지만 법무부의 보수성 때문에 법 개정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법조인 대부분이 안희정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예상했다”고 전했다. “기존 법체계로는 위력을 행사하는 무엇인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때문인데, 남성중심사회의 보수성과 법조인의 보수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 법안은 정부가 나서주면 쉽지만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8월 30일은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우리 정부의 대일 배상청구권 관련 부작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지 7주년이 되는 날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이 배상청구권 소멸 여부와 관련해 한·일 양국 간 분쟁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행정부작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역사적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최근 헌법재판소 30주년사에서 최고의 판결로 꼽기도 했다.

이 헌법심판소원 청구는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가 1965년 한일협정과 관련해 일본군 ‘위안부’문제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음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당시 천 의원은 법무부 장관으로 위원회에 참여했었다.

천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문제는 헌재 판결 이후 7년이 지났음에도 역대 외교부 장관이 헌재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문재인 외교부 역시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화해치유재단 문제로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2015년 12·28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2015년 합의 당시 ‘어떻게 국가가 내 권리를 소멸시키지?’라고 생각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대표가 피해자가 가진 모든 권리를 다 포기한다,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고 하는데, 개인이 가진 그 권리를 누가 대한민국의 정부라고 대신 할 수 있나. 명백한 인권 원칙에 어긋나고 근대 법률 체계에서는 없는 일이다. 내 권리는 부모나 형제자매나 누구도 포기 못하는 거다.”

최근 천 의원은 당내 선거제도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아 국회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이끌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모델로 꼽고 있다. 그는 ‘민심그대로 선거제’라는 친근한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국민의 표 절반 이상이 사표가 돼버리면서 민심과 괴리되는 현재 선거제도 대신 민심만큼 의석을 정당이 의회에서 가져야 한다. 국민의 수준이 높은데 대의기구에 그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여성, 소수, 약자 등 소외된 민의가 의회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막혀 있다. 정치 개혁, 정치 발전의 출발점이다. 제도가 바뀌면 녹색당도 제도가 바뀌면 3%만 해도 9석을 확보하게 된다. 제도가 바뀌면 여성당을 만들어 의회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이 선거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제일 좋은 기회다.”

그는 문 대통령의 역할을 촉구했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힌 만큼 이를 거부하는 민주당을 설득해야 한다. 은산분리 규제완화는 대통령이 민주당 손목까지 비틀면서 하는데 선거제도 문제엔 왜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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