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앞세운 출산장려 정책

정부는 폐기 선언 했건만

지자체는 여전히 추진 중

 

 

한국사회에서 아이울음 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원인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딱히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다. 아이 낳고 기르는 일이 모두의 직간접적 경험이다 보니 특히 그러하다. 일자리가 불안정해서, 주거가 마땅치 않아서, 사교육 비용이 많이 들어서… 끝도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이쯤 해서 한마디만 물어보자. 출산은 결국 여성만 할 수 있는 것인데, 여성의 입장에서, 특히 20·30대 청년여성의 입장에서 출산기피를 선택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국가에서 시행한 이른바 저출산 대책이 출산 주체로서 여성의 관점이 아니라, 정책적 자원을 투입하는 국가 입장에서만 시행됐기 때문에 저출산 현상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많이 나왔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초등돌봄교실을 아무리 확대해도 아이를 낳는 순간 여성만 경험하는 불이익으로서 독박육아, 경력단절, 임금차별 등이 남아 있는 한 한국사회 여성의 집단적 출산기피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2017년부터 이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저출산 극복, 출산장려’ 등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출산율 1.5 달성을 아예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기존 3차 저출산 기본계획 내용도 수정한다는 입장 발표도 있었다. 실제 내용이 어떻게 구성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 나올 저출산 대응 기본계획에서 성평등 실현 의지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이런 정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가? 결국 삶의 현장으로서 지역사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중앙정부가 추구하겠다는 정책의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산 주체로서 여성의 관점에서 시작해 결국 청년남녀의 변한 가치와 인식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때 출산·출생 지원 관련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 올드보이들이 자신의 인생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만드는 정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반대로, 역효과가 매우 크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지방자치단체들은 저출산·저출생을 극복 대상으로 보고, 정책으로써 ‘장려’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본다.

2018년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중 지방자치단체 시행계획을 보자. 저출산 극복, 출산장려, 출산유도를 정책 비전 및 핵심 대책으로 내세우는 광역시도가 부산, 인천,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북 등 8개에 이른다. 핵심 대책 수준은 아니더라도 서울을 비롯한 모든 광역시도가 출산장려금 명목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으로써 출산장려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산장려 뿐 아니다. 대통령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기존 3차 기본계획에서 정책목표로 명시하고 있는 ‘2020년 합계출산율 달성 목표 1.5’를 2017년말 폐기 선언 했다. 아이 낳는 도구로서 여성을 대상화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 광주, 충남, 경북에서는 여전히 합계출산율 달성 목표 숫자를 제시함으로써 출산도구로서 여성의 대상화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2020년에 합계출산율 1.5, 광주광역시는 2019년 1.19, 충청남도는 해당연도 제시 없이 합계출산율 달성목표 1.66, 경상북도는 2020년 1.8 달성을 정책목표로서 제시하고 있다.

출산을 장려하려는 인식에서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도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래서 거의 모든 지자체가 ‘미혼남녀 만남행사’에도 수천만 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아예 2018년 핵심대책 중 하나로서 미혼남녀 만남행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배정된 예산만 1억3000만원이다. 그들이 염원하는 ‘만남→ 결혼→ 출생’ 구도가 실제 어느 정도 형성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올드보이들의 신념과 결정으로써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지역사회’는 만들 수 없다. 제발 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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