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노래·춤추며 ‘내몸은 내것’ ‘노 민스 노’ 배우는 영국 아이들
게임·노래·춤추며 ‘내몸은 내것’ ‘노 민스 노’ 배우는 영국 아이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9.05 01:01
  • 수정 2018-09-05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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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아동학대예방기구(NSPCC)의 ‘팬츠 룰’ 캠페인 영상. 아동과 보호자가 성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알아야 할 원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유튜브 영상 캡처
영국아동학대예방기구(NSPCC)의 ‘팬츠 룰’ 캠페인 영상. 아동과 보호자가 성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알아야 할 원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유튜브 영상 캡처

영국아동학대예방기구의

‘팬츠 룰’ 캠페인

‘내 몸은 내 것·동의부터 구하기’

‘보호자에게 털어놓고 도움 요청’

어릴 때부터 가르쳐

노랑, 보라, 분홍, 파랑, 빨강 공룡들이 춤을 춘다. 폴짝 뛰고 손뼉 치고 엉덩이를 흔들며 노래한다. “네 바지 속에 있는 건 오직 네 거야(What’s in your pants belongs only to you)/네 사적인 부분은 오직 네 거야(Your private parts belongs only to you)/만약 누군가가 보여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해(If someone asks to see just tell them no)!” 

 

‘토크 팬츠(Talk PANTS with Pantosaurus and his PANTS song)’라는 이 2분짜리 뮤직비디오(https://www.youtube.com/watch?v=-lL07JOGU5o)는 영국아동학대예방기구(NSPCC)가 만든 아동 성학대 예방·대처교육 영상이다. 아동과 보호자가 성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알아야 할 원칙 ‘팬츠 룰(PANTS rule)’을 쉽게 설명한다. 

‘팬츠 룰’의 핵심은 이렇다. ‘사적인 것은 사적인 것이다(Privates are private)’. ‘네 몸은 네 것임을 항상 기억하라(Always remember your body belongs to you)’, ‘싫다면 싫다는 것이다(No means no)’, ‘네 기분을 망치는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라(Talk about secrets that upset you)’, ‘말하라, 누군가는 도울 수 있다(Speak up, someone can help)’. 

공룡 캐릭터 ‘팬토사우르스’는 어린 아이들에게 ‘내 몸은 나의 것’이며, 남이 내 몸을 보거나 함부로 다루는 걸 원치 않는다면 단호하게 ‘No’라고 말하고, 믿을 만한 성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라고 알려준다. 영상을 보노라면 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후렴구를 따라 부르게 된다. 지난해 5월 공개 이후 유튜브 조회수 약 82만건을 기록했다. 

 

영국아동학대예방기구(NSPCC)가 만든 아동 성학대 예방·대처교육 영상 ‘토크 팬츠(Talk PANTS with Pantosaurus and his PANTS song)’ 중. ⓒ유튜브 영상 캡처
영국아동학대예방기구(NSPCC)가 만든 아동 성학대 예방·대처교육 영상 ‘토크 팬츠(Talk PANTS with Pantosaurus and his PANTS song)’ 중. ⓒ유튜브 영상 캡처

모바일 게임 ‘팬토사우르스와의 놀이시간(Playtime with Pantosaurus)’도 호응을 얻었다. 농구 게임, 다이빙 게임 등을 즐기며 자연스레 ‘팬츠 룰’을 익힐 수 있다. NSPCC의 설명대로 “아이들과 성에 관해 대화하기 어려워하는 부모, 아이들에게 성과 인권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려는 지도자,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범죄에 대해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경고하고 싶은 모두에게” 유용한 자료다. 

“안돼요 싫어요”보다는

서로의 경계선을 존중하는 교육

영국은 2020년부터 ‘존중 관계 맺기’

초등 의무교육 포함 예정

한국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있을까. 기존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은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로 요약된다. 성폭력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는 아동의 취약성을 간과한 교육이며,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 ‘충분히 저항하지 못한 책임’을 묻게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건 ‘서로의 경계선을 존중하는 교육’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해서 만지고 싶다면 먼저 상대의 분명한 ‘동의’부터 구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나만이 아닌 모두가 독립적인,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가르치는 데에서 출발해, 젠더·인종· 장애 유무 등의 차이가 차별로 이어질 수 없음을 교육하는 것이다. NSPCC의 ‘팬츠 룰’이 영국 부모와 지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다. 2020년 9월부터 영국의 모든 초등학교는 아예 학생들에게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맺기’를 의무교육에 포함할 계획이다. 

어리다고 숨기지 말고

자연스레 성·인권 이야기하며

아이의 자기표현·자신감 고취
  

‘팬츠 룰’의 또다른 핵심은 부모나 보호자가 일상 속에서 아이와 자연스럽게 성과 인권에 관한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데 있다. ‘성폭력’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아이가 평소 자기 경험과 기분을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네 비밀이 너를 슬프거나 걱정에 빠지거나 두렵게 한다면 꼭 믿을 만한 어른에게 이야기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자신을 깊이 신뢰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자기 탓을 하는 경향이 있어, 여성일수록 어릴 때부터 자기표현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아동 성학대를 막으려면 주변 어른들이 나서서 아이의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아동 성착취 문제 해결에 힘써온 사라 챔피언 영국 국회의원은 말했다. “영국 아동 20명 중 1명은 성 학대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성인이 되어서야 피해를 고백하죠. 아이가 그날그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어릴 때부터 가까이에 있어야 할 까닭입니다. 어른들의 보호체계만 잘 작동해도 성범죄자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어요.”

팬츠 룰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 정체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려는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다. 챔피언 의원의 조언이다. “너무 허둥대거나 부담스러워할 필요 없어요. 네 살배기 아기가 섹스의 전 과정을 상세히 알 필요는 없잖아요. 중요한 건 아이의 질문에 침묵하거나 당황해 호통을 치지 않는 겁니다. 아이의 말문을 막지 마세요. 잘 모르겠다면 함께 배우세요.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감과 건전한 호기심을 갖고 성장하도록 도울 의무가 있죠. 성범죄자들은 당차고 말 많은 아이를 싫어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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