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통문 발표 120주년 기념행사가 1일 국회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 기념행사가 1일 국회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회서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 기념행사 열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

(사)역사·여성·미래 주관

[여성신문] 오늘로부터 120년 전인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의 여성 300명이 ‘여권통문(女權通文)’을 발표했다. 한국 여성들이 권리를 주장한 최초의 선언으로, 한국 여성운동의 기원으로 평가된다. 이를 기념하고자 매년 9월 1일을 법정기념일인 ‘여권통문의날’로 지정하고, 이날부터 일주일을 ‘여성인권주간’으로 지정·기념하도록 하는 ‘양성평등기본법 일부개정안’도 최근 발의돼,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 기념행사가 1일 국회에서 열렸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주최, (사)역사·여성·미래(상임대표 안명옥)가 주관한 행사다. 이날 신용현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 이연숙 전 정무제2장관, 문희 대한민국헌정회 여성위원장, 신명·길정우·손인춘·황인자 전 의원, 김정자 전 정무제2차관과 최금숙 여성단체협의회장, 여권통문을 최초로 발견하고 명명한 역사학자 박용옥 박사 등 150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 발표 120년 기념행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인일여자고등학교, 정신여자중·고등학교, 인천여성가족재단 합창단이 여권통문 선포 재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 발표 120년 기념행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인일여자고등학교, 정신여자중·고등학교, 인천여성가족재단 합창단이 여권통문 선포 재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권통문, 한국 여성운동 기원이자

3·8 세계여성의날 촉발한

미국 여성 시위보다 10년 빨라

자랑스런 역사 이제 널리 알려야

9월1일 국가기념일 지정 촉구”

‘여권통문(여학교 설시 통문)’은 한국 여성들이 조선시대 당시의 극심한 여성 억압과 성차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 인권을 위해 최초로 한목소리를 낸 역사적 기록이다. 이들은 여성도 교육을 통해 능력을 키우고, 남성과 동등한 경제권과 정치권을 보장받아야 함을 주장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기념하는 ‘3·8 세계여성의날’을 촉발한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보다 10년이나 앞섰다. 그러나 여권통문의 존재가 대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정부의 관심도 부족해 여성들의 역사가 이제껏 그늘에 방치됐다는 지적도 높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월 1일을 ‘여권통문의날’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신용현 의원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 선배들이 여권통문과 같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남겼건만 잘 알려지지 않아 놀랐다. 여성사를 발굴, 보존해 제대로 알리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이번 회기 내 법안이 통과돼 내년부터 꼭 여권통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될 수 있도록, 후대에 올바른 역사가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우리 선배들이 이렇게 당당한 외침을 남겼는데 이제야 알아서 부끄럽다”라며 “내년에 당당한 기념행사를 열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여권통문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한국여성사학회, 국립여성사전시관, (사)역사·여성·미래가 2011년부터 여권통문을 널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역사·여성·미래는 한국 근대 여성교육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가는 ‘여권통문’ 투어를 지난 7월~8월까지 총 5차례 진행했다. 다음 달 국회에서는 ‘여권통문’ 발표 120년을 기념하는 ‘한국여성미술인 120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여권통문 120주년 기념우표, 뱃지, 엽서 등 기념품도 출시됐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권통문 발표 120년 기념행사에서 연구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권통문 발표 120년 기념행사에서 연구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 발표 120년 기념행사가 열려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 발표 120년 기념행사가 열려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명옥 대표는 “여권통문 120주년이 성평등 확산의 획기적 전기이자,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우리 고유의 여성인권선언일 지정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연숙 전 장관은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모두 힘 좀 내자. 우리 여성들이 힘을 모아서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좀 소홀해진 것 같다. 120년 전 선배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여성의 권리를 주장했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힘을 만들어나가자”라고 말했다.

이배용 이사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역사의 양대산맥인 여성이 일구어왔던 노력이 햇빛에 나와 빛을 발할 때 인류의 미래와 평화를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도 축하메시지를 보내 “9월 1일은 대한민국 여성사에서 매우 뜻깊은 날”이라며 “여권통문의 존재와 그 역사적 가치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매우 아쉽다. 이날 개막한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전 등, 여가부에서도 여권통문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인천여성가족재단합창단의 축하 공연, 중고등학생이 참여한 여권통문 발표 재현 퍼포먼스와 학술 세미나 순으로 진행됐다. 여가부가 후원하는 ‘2018년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의 하나로 마련됐고, 한국여성의정, 대한민국헌정회 여성위원회, 여성신문, 이투데이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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