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이 미도리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 원장. ⓒ도쿄=이유진 기자
오라이 미도리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 원장. ⓒ도쿄=이유진 기자

[미혼모는 ‘시민’이다⑦]

도쿄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 

유일한 24시간 인가 보육원 

일본, 이혼·사별·미혼 점점 많아져

‘아동복지법’ 개인 정보 보호 철저

근로자·구직자 우선 돌봄정책 실시 

동반자 없이 혼자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미혼모의 하루는 버겁다. 하지만 일본에선 이런 엄마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시설을 운영 중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은 미혼모뿐만 아니라 일하는 부모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시설로도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었다.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은 도쿄 내 유일한 24시간 인가 보육원으로 오전 7시 15분부터 오후 6시 15분까지 기본 11시간 보육이 이뤄진다. 4시간 연장시 오후 10시 15분까지 보육이 가능하다. 또 오후 10시 15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 15분까지 24시간 대응형 연장 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생후 57일부터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보육원은 사회복지법인 시세이가쿠사가 운영한다.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시세이가쿠사는 1912년 칸다토우류칸에서 제과 사업을 하던 이나에이 큐이치로가 불우한 소년들을 돌보면서 시작됐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후 법 개정과 함께 사회복지법인이 됐으며, 현재 어린이부터 고령자,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 

오라이 미도리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 원장은 “한국에서 미혼, 한부모를 구분한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이제 한부모 가정은 일본에서도 일반적이다. 이혼, 사별, 미혼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최근 일본에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들을 특별히 구분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은 다 똑같다”고 강조했다.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은 도쿄 내 유일한 24시간 연장 인가 보육원이다. 생후 57일부터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현재 원생은 140여명 정도다. ⓒ도쿄=이유진 기자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은 도쿄 내 유일한 24시간 연장 인가 보육원이다. 생후 57일부터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현재 원생은 140여명 정도다. ⓒ도쿄=이유진 기자

- 한부모가정 아이는 어느 정도인가 

전체 원생 140명 정도인데 한부모가정 자녀가 몇 명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 구로 서류를 보내고 지원 또한 관공서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부모가정의 아이가 양부모가정의 아이에게 ‘너는 왜 아빠가 없어?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아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이처럼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경우는 있어도 직접적으로 누가 한부모가정의 자녀인지 콕 찝어 알진 못한다. 모든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은 다 똑같다. 한부모가정의 자녀라서 특별히 신경쓴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 

- 한국에선 서류를 원으로 직접 제출해 누가 미혼가정의 아이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서류와 입소 관리를 국가(구)에서 통합해 관리, 운영하기 때문에 원에서 누가 미혼가정의 아이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원한다면 원장과 부원장이 아이의 서류를 찾아볼 수 있겠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아이들에 대한 개인 정보를 누설하면 보육원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다. 일본 ‘아동복지법’ 제18조에 포함된 내용이다. 

한국에선 미혼, 한부모를 구분하나? 놀랍다. 과거 일본에서 똑같은 아이라면 미혼모의 자녀를 특별하게 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한부모 가정 일반적이지 않나. 이혼, 사별, 미혼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최근 일본에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별히 구분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따라서 복지시설에서도 한부모를 위해 특별히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없는 상황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직접 식탁을 정리하고 있다. ⓒ도쿄=이유진 기자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직접 식탁을 정리하고 있다. ⓒ도쿄=이유진 기자

- 도쿄 내 유일한 24시간 인가 보육원이다. 

최근 심야 시간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모가 많진 않지만 새벽까지 아이를 맡기려면 저녁 식사가 필수기 때문에 오후 5시부터 오전 6시 30분까지 아이 돌보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다른 보육원에 다니는 자녀들도 연동해 신청이 가능하다. 전업주부의 아이는 맡길 수 없고 근로자 또는 구직자여야 한다. 또 부모 중 한명이 아프던가 하는 식이다. 모두 관련 증명서를 내야 한다. 다만 이때 야간근무자가 배정돼야 하기 때문에 하루 전에 필수적으로 원에 알려야 한다.  

- 직원 수는.

원장, 보육사, 간호사, 영양사, 조리원 등이 일하고 있다. 상근직 34명, 비상근직 24명이다. 선생님 한명당 0세는 3명, 1살은 5명, 3살은 15명, 4~5살은 30명을 맡는다. 최근 보육원이 너무 많이 늘어 선생님이 부족하다. 세타가야쿠에 있는 인가 보육원만 108개 정도다. 매해 14개 늘고 있는데 대기아동수가 많은 지역이다.

저출생 현상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정부가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이를 맡기고 일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특별히 아이 아빠인 남자 보육교사 1명이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보육원 내 유일한 남자 보육교사인 이와이. ⓒ도쿄=이유진 기자
보육원 내 유일한 남자 보육교사인 이와이. ⓒ도쿄=이유진 기자

- 일본 보육정책을 평가해본다면 

정책이나 제도는 어느 정도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정책 ‘일자리’ 우선이다. 일하는 사람이 우선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어두운 단면도 보게 된다. 보육시스템의 주인공은 아이여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책 때문인지 주체가 부모로 바뀌었다. 일하는 사람을 우선하는 정책은 기업과 부모들에겐 편리하지만 아이들 정서상 좋지 않다. 시스템으론 좋겠지만 아이들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진정한 ‘보육’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 시스템과 보육현장의 선생님들이 느끼는 갭(Gap)이다.

실제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선 피곤하더라도 부모가 아이와 함께 같이 지내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엄마가 출근해야 하는데 아빠가 충분히 봐줄 수 있는 상황에도 맡겨 달라고 부탁할 때 아이를 받아주지 않는다.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은 오전 7시 15분부터 오후 6시 15분까지 기본 11시간 보육이 이뤄지며 4시간 연장시 오후 10시 15분까지 보육이 가능하다. 오후 10시 15분부터는 다음날 오전 7시 15분까지 24시간 대응형 연장 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도쿄=이유진 기자
세이이쿠 시세이 보육원은 오전 7시 15분부터 오후 6시 15분까지 기본 11시간 보육이 이뤄지며 4시간 연장시 오후 10시 15분까지 보육이 가능하다. 오후 10시 15분부터는 다음날 오전 7시 15분까지 24시간 대응형 연장 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도쿄=이유진 기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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