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ㅈ씨(22세)는 이제 일한지 10개월 된 신참 교사이다. 교사 근무 시간은 정상적으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지만,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이기 때문에 조기 출근을 하거나 당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에는 대개 만 1세 나이의 영아부터 다음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7세의 취학아동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영유아들이 함께 생활한다. ㅈ씨는 만 2세 영아반을 맡고 있는데, 14명의 아동을 교사 두 명이 돌보고 있다. 하지만 잠시도 아이들에게서 한눈을 팔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간식 준비, 청소, 회의 참석 등을 해야 할 때면 한 교사가 이를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이 모든 아이들을 돌본다.

ㅈ씨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 보육교사 일을 선택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9시에 아이들을 맞아들이면 먼저 간식을 먹인다. 어지럽힌 교실을 정리하고 수업에 들어가 집단활동을 하고나면 다시 점심을 먹인다. 그리고는 낮잠을 재우고 그 틈을 이용해 교사회의를 하거나 행사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깨어나면 다시 간식을 먹이고 자유놀이를 하면서 부모가 찾아오는 대로 아이들을 보낸다.

하루 종일 걸레질하고 애들 기저귀 갈아주고 씻기고 치우는 일을 하다보면 가끔 자기가 파출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보육교사로서 영아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일 외에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일원으로서 처리해야 할 업무량도 만만찮다. 이 모든 일들을 감당하려면 정시 퇴근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 일의 성격상 말을 많이 하고 항상 허리를 굽혀 생활하게 되므로 이로 인해 편도염과 요통에 걸려 무척 고생하고 있다. ㅈ씨는 이것을 ‘영아반 교사의 비애’라고 표현한다. 게다가 언제나 밝은 표정을 짓도록 감정을 조절하는 일도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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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잠잘 때나 겨우 쉴 수 있는 보육교사들. 질 높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사진·민원기 기자>

“일요일날 하루 쉬니까 은행은 거의 못가고 병원도 아이들 낮잠 시간에 파트너 선생님이랑 맞춰야 겨우 가고. 개인적인 업무를 볼 시간이 없어요. 퇴근하고 뭔가를 따로 배울 시간도 없구요. 저에 대한 투자를 아무 것도 못해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자부심으로 힘든 일과를 견뎌내고 있지만 박봉에 휴가도 없는 열악한 근무조건을 생각하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경력 10년의 베테랑 보육교사인 ㅅ씨(39세)는 어린이집에서 유아반을 맡고 있는데, 그가 보육교사가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다 직장을 다녀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도무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그는 그때의 절망감이 사명감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꼭 필요한 일인데 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그는 29살 늦은 나이에 이 일을 시작했다.

유아반은 영아반과 달리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섞여 있다. 현재 그의 반에는 5세 아동 2명과 6세 아동 7명, 7세 아동 11명 그리고 장애 아동 3명이 있다. 아침에 아이들이 오는대로 7세 아동들에게는 숫자와 문자를 익히는 학습지를 풀게 하고, 5세와 6세 아동들에게는 그림 색칠하기를 가르친다. 그리고 장애아동들에게는 자극을 줄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한다. 1시가 되면 장애아동들은 모두 귀가하고,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진행한다. 20명 가까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면서 반복해 말해주고 챙겨주고 돌봐주어야 한다.

하루 종일 걸레질에 기저귀 갈아주고 씻기고

조기출근·당직은 기본, 박봉에 휴가도 없어

그러나 이런 것도 행사가 없는 날에나 가능하다. 매달 열리는 전체 행사와 반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반별로 교사 1명씩이 빠진다고 하면 1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되고 때로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행사 준비를 하느라 초과근무와 휴일근무가 관행처럼 된 곳들도 많다.

“10년 전에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1년만에 지치더라구요. 진이 빠지고 체력이 달려요. 아 이건 보통 정신을 가지고는 못하겠구나 싶더라구요.”그러나 그는 보육교사의 처우와 보육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이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

보육교사를 대하는 부모들의 태도, 불합리한 보수체계, 부족한 휴가, 교사 1인당 지나치게

높은 영유아 수, 재교육의 문제, 보육교사 자격문제 등 두 사람은 현행 영유아 교육체제와 보육교사의 처우를 두고 조목조목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일한만큼 인정받고 존경받기를 꿈꾸는 보육교사들의 이유있는 항변에 이제는 정부와 사회가 정직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정주 객원기자 jena21@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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