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의 산불사태가 주는 교훈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의 산불사태가 주는 교훈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8.08.29 14:35
  • 수정 2018-08-3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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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도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고 가물었다. 1890년대 이후 가장 더운 여름이었고, 지속되는 가뭄때문에 말라 죽어가는 농작물이 속출했다. 뜯어 먹을 풀이 없어 동물사료를 급하게 수입해야 했고, 제 때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들어 올 가을 물가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비가 오지 않아 산야가 건조하다보니 전국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7월 한달동안 전국에서 2만5000ha(헥타르)에서 산불이 진행됐고 이 크기는 축구장 3만5700개에 해당할 정도로 엄청 큰 면적을 차지해 전역이 폭격을 맞은듯 화염에 뒤덮혀 있었다. 산불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해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인력 투입을 제 때 하지 못해 불길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7월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100여 군데에서 동시에 산불이 번져 소방대원이 모자라는 사태로 치닫자 어쩔 수 없이 다른 유럽국가들에게 긴급구호를 요청했다. 이탈리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서 헬기와 소방대원을 급히 보내줘 산불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빵과 감자가 주식인 이들에게 속절없이 말라 가는 귀리와 밀은 가정의 장바구니 물가 뿐 아니라 외식비, 학교급식비 등 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 여름에 자란 신선한 꼴을 먹지 못해 우유 생산량도 대폭 감소해 축산농가의 매출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여름에 자란 잡초를 거둬 겨울에 꼴로 사용하는 축산농가의 사료 구입비가 올라 육류, 가금류 등의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급격한 자연환경의 변화에서 발생한 것이기는 했지만 국민안전과 비상관리 차원에서 큰 문제점을 드러낸 셈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방인력의 절대부족을 들 수 있다. 100여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스웨덴의 단독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웨덴 정부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홍수, 대형산사태, 산불, 지진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유럽재난기구 설치를 논의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스웨덴의 소방관리체계를 총체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정부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2500명의 새로운 소방대원을 교육해 고용하고, 소방헬기 등 장비구입도 추진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가 비상사태를 미리 예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자연재난을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예상치 못했던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조치를 취하려고 하면 이미 때는 늦은 셈이다. 국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군사위협에 대비한 예비군제도가 있듯이, 화재 발생시 동원할 수 있는 소방예비군 제도도 도입해 볼만 하다. 스웨덴에서 이번 화재진화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을 소방예비군으로 등록해 매년 교육을 진행하고, 비상상황시 소방대원을 돕는 역할을 구상하고 있다. 이와함께 상시 안전한 식수원 확보도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로 부각됐다.

이번 산불사태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무엇보다도 놀라운 시민의식을 들 수 있다. 상수도원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을 절약해 달라고 전국의 지방정부에서 요청했고 이를 철저히 따르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돋보였다. 예를 들어 일반주택에서는 세수 및 설겆이 헹굼물을 받아 변기에 사용하거나 식물에 주도록 했고, 자동차 세차금지, 집안 물절약 수칙 등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물을 주지 않아 잔디가 말라 죽어가도 끝까지 물 한방울 주지 않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전쟁터에서 상관의 명령을 따르는 군인들처럼 시민들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하는듯 했다. 평상시 재난재해에 대한 국가적 대비는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의 필요성은 이번 산불사태를 통해 배운 교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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