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성인지 예산 없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성인지 예산 없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8.08.29 17:04
  • 수정 2018-08-29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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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471조 슈퍼 예산안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평가하는 성인지 예산

언급은 찾아볼 수 없어

 

 

정부는 내년 예산을 약 471조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편성했다. 올해 예산보다 41조 7000억원(9.7%)이 늘어난 규모다. 내년 예산안의 핵심은 현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자리(23조5000억원)와 복지 예산(162조2000억원)을 대폭 늘린 것이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2%(4조2000억), 복지 예산은 12.1%(17조6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슈퍼 예산을 편성해 상상을 초월하는 재정 지출을 확대한 것은 고용, 소득, 투자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가계 소득 동향 조사에 따르면, 하위 20% 가구 소득이 8.0%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7.6% 줄어들어,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외려 감소시켰다는 것이 통계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3개월 동안 일자리 정책에 쓴 예산은 약 43조에 달한다. 하지만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취업자는 8년 6개월 만에 최소치인 5000명(전년 대비)만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40대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7000명 줄어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8월(15만2000명 감소)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10만개 이상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기업의 투자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 심리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나타났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지수가 100 밑이면 경기를 비관하는 소비자가 낙관하는 소비자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최악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세금을 동원해 경기 진작에 나설 수밖에 없다. 확장 재정을 통해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를 확대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런 재정 지출 확대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느냐? 또한 재정 건전성은 담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가계소득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기 시작하면 가장 고통을 받는 집단은 주부 계층이다. 당장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으로 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이 수십만원씩 감소하는 상황에서 가계를 담당하고 있는 주부 계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주부층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 갤럽 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지방 선거 직후인 6월 2주에 79%로 최정점을 이루다가 69%(7월 2주)→58%(8월2주)→56%(8월 4주)로 추락했다. 그런데 주부층에선 72%(6월 2주)→60%(7월 2주)→49%(8월 2주)→46%(8월 4주)로 전국 평균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8월 4주때에는 자영업자와 60세 이상(44%)층 다음으로 낮았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소상공인과 더불어 주부층일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을 해보면 자영업에 종사하는 저소득 가정의 주부층이 경기 침체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천편일률적으로 복지, 교육, 국방, 문화, 환경, 외교, SOC, R&D 등의 세부 항목별 규모를 밝힌다. 그런데,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하고 평가하는 성인지 예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성인지 예산은 2006년 말 제정된 국가재정법에 도입됐다. 여성과 남성의 경제·사회적 역할과 상황, 수요 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세금을 쓰면 현재의 성불평등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그런데 법으로 정해진 것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이제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철저하게 예산을 심의해서 성평등 국가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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