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걸 터프가이 현실 그대로네

최근 인터넷에 왜곡된 성담론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바타가 등장해 많은 네티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여성 네티즌들로 하여금 성추행을 당한 것 같은 불쾌감을 주는 아바타는

얼마 전 넷츠고www.netsgo.com의 아바타 만들기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일명 ‘바바리 맨’. 알몸에 바바리만을 걸친 이 아바타는 갑자기 자기 성기를 노출시켜 여성들을 놀라게 만드는 성도착자를 묘사한 것이다.

프리첼www.freechal.com에 등장한 아바타도 정도가 비슷하다. 얼마 전 이 사이트에서 실시한 ‘도전 아바타 베스트 탑5’에서 1위에 오른 여학교 앞 죽돌이. 문제는 옷을 벗은 채 망토만 걸치고 있는 이 아바타가 ‘따뜻함이 느껴지는 스쿨룩’이란 주제의 경연대회에서 1위를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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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터넷에서 이용자의 성정체성과 다른 아바타를 가질 수 없다.

일부 네티즌들은 “처음엔 저도 사실 웃긴다 그러고 넘어갔는데 대문에서 볼 때마다 계속 불편해지더라”며 어떤 식으로든 문제제기를 하자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 세상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언니네 게시판 2Z의 글(“문제제기에 동의하는데도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마초이든 아니면 남성중심적 담론을 자기도 모르게 내면화한 사람이든 또는 저따위 아바타를 통해 받는 여성들의 충격과 상처에 둔감한 사람이든 대다수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웃으며 아바타를 감상한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문제제기 했다가 집단적 언어폭력에 또 맥빠질까봐”)처럼 일부 네티즌만의 문제인식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다수의 네티즌들이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데다 이러한 아바타가 등장하는 사이트의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프리첼 홍보팀의 서영선 씨는 “표 몰아주기로 그런 아바타가 1위를 했다. 현재 몰표를 던질 수 없도록 시스템을 수정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이런 아바타를 차단할 장치는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성신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이수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아바타는 소비자본주의와 결합해 이상하게 왜곡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사이버 상에서 자기 분신처럼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인 아바타가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쩔쩔 매던 인터넷 업체에 큰 수익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 꾸미기에 필요한 200∼300원 하는 작은 소품에서부터 5000원 가까이 하는 드레스까지 판매하면서 현재 프리첼도 월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태.

아바타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은 매달 몇십만원에 달하는 돈을 아이템을 사는 데 지출하고 있고 직접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아바타 아이템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원조교제까지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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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착자를 포함한 남성 아바타. 이들은 현실의 남성 전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바타가 드러낸 큰 문제는 보수적인 성담론을 그대로 투영한다는 데 있다. 순수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만들어지기보다 사람의 몸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아바타들은 이용자의 성에 맞추어 주어진다. 이용자가 여성이면 여성의 몸이, 남성이면 남성의 몸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또한 이성의 아이템을 살 수도 없다.

이수자 교수는 “아바타를 통해 자기 자신을 투영하면서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한 셈 ”이라고 말한다. 가상현실에서는 현실세계의 성과 다른 성을 갖는 젠더 스와핑(gender swapping)을 통해 현실 속 자기 존재의 부정과 성정체성으로부터의 일탈을 경험해볼 수 있다. 결국 상대성에 대해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긍정적인 면은 사라지고 아바타들이 글래머러스 걸, 섹시 걸, 이노센트 걸이나 댄디 맨, 터프가이 등으로 현실 속 여성과 남성의 전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바타가 자신의 정체성이나

희망을 잘 담을 수 있을 때

가상현실은 현실의 해방구…

이러한 것들이 인터넷을 또 다시 여성 몸의 전쟁터로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아바타가 자신의 정체성이나 희망을 잘 담을 수 있을 때 가상현실은 현실의 해방구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인식이 우선이다. 아바타를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려는 인터넷 회사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신선한 아바타 경연대회 같은 것을 열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성적 불평등을 드러내거나 현실의 모순을 그대로 답습한 아바타를 모아 그 실태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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