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오사카시보건소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일본 동오사카시보건소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동오사카시 보건소 ‘10대엄마교실’

90%가 미혼, 이혼 등 한부모

10대엄마들 다른 엄마들과 만남 불편

보건사의 제안으로 시작, 18년째 지속

건강은 보건사, 일자리는 모자자립지원인

한국 커뮤니티케어 흐름…

미혼모 탈시설화 대안될까

한국 정부가 ‘커뮤니티케어’를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기존에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는 서비스 체계를 말한다. 취약계층의 ‘탈시설화’, 즉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 포용 확대’를 정책 목표로 제시하며 주거와 일자리 같은 일상생활을 지원해 자립을 돕는 것이 주요 과제다.

미혼모 정책을 놓고 한국과 일본을 비교할 때 뚜렷한 차이는 입소시설의 유무다. 우리나라에는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은 전국 62곳이 있으며 10대 미혼모의 73.7%가 시설에서 거주한다는 통계가 있다. 반면 일본은 미혼모를 위한 별도의 시설은 한곳뿐이고, 10대 미혼모에 한정한 별도의 경제적 지원도 없다. 일본은 별도의 미혼모 정책이 아니라 한부모 정책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혼모의 탈시설화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혼모들 중에는 시설에서의 단체 생활과 관리자의 과도한 개입과 통제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주거 문제 등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아있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꽤 있다. 시설을 이용하든 그렇지 않든 복지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일부 시설에서는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재가 양육 미혼모에게 시설 입소를 권유하기도 한다.

만약 입소시설이 아니라면 어떤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까. 시설을 통해 정책 대상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분리돼 맞춤형으로 복지서비스가 제공됨을 의미한다. 서비스의 관점이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로 옮겨가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부모에 필수 요소인 의료서비스와 일자리 지원이 각각 제공된다. 일본은 출산하는 모든 산모에 대해 2개월 간 보건소의 보건사가 가정을 개별 방문해 건강을 살피고 양육을 돕고 상담을 제공한다. 이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는 보편적 복지 서비스다. 그런가 하면 도도부현마다 있는 복지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모자자립지원인’은 한부모 가정이나 이혼을 앞둔 이들에게 지원 제도나 자격증 취득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 상담을 한다. 한부모 중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헬로워크(정부 일자리센터)에서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소개해준다. 인터넷이 아닌 면대면상담만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반면 미혼모 당사자 자조모임에 대한 욕구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양국의 미혼모들은 대체로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미혼모들과 만나서 교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일본 동오사카시 보건소의 사례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동오사카시10대엄마교실‘(일본명 틴즈클럽)'은 동오사카시보건소가 18년 째 운영중인 10대 엄마들의 월례 자조모임으로 시가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참가 인원은 30~40명 정도 된다. 이들 중 90%가 미혼·이혼 등 한부모다. 일본의 ’10대 엄마‘는 한국에서 범주화한 ’청소년미혼모‘와 개념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의 10대 엄마들 중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 이후에 출산한 엄마의 비율이 상당하다. 우리의 청소년미혼모(한부모)는 만 24세까지를 말한다. 10대엄마교실은 일본에서도 흔한 사례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도 모델로 삼고자 찾아오고 문의하고 있다. 보건소에서 이 교실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사들을 만나 운영 관련 내용을 들어봤다.

 

후아다 도시코 동오사카시보건소 과장(왼쪽)과 다노우에 교코 동오사카시보건소 모자보건·감염증과 보건사(오른쪽)가 10대엄마교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후아다 도시코 동오사카시보건소 과장(왼쪽)과 다노우에 교코 동오사카시보건소 모자보건·감염증과 보건사(오른쪽)가 10대엄마교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10대엄마교실’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교실은 보건소에 소속된 보건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한 보건사가 당시 보살피던 10대 엄마에게 엄마들 모임에 참가해보라고 했다. 혼자 양육을 하는 게 어려운 일이고 만날 사람도, 커뮤니티도 없어서 외롭게 지내는 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엄마는 10대가 다른 연령대의 엄마들의 모임에 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나이 많은 엄마와 어린 엄마들이 함께 하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마침 다른 보건사들 역시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젊은 엄마들만의 모임을 제안했다. 모일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 보건소로 정했다. 당시 보건소에 교실을 위한 예산은 없었지만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시 예산을 받기 시작했다.

모임에선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나?

보건사와 엄마들이 모여서 무엇을 할지 논의했지만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본인의 힘든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다.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얘기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또 모처럼 모여서 살아온 얘기, 힘든 점을 얘기하고, 10분 정도 개별 상담 시간을 갖고 한다. 개인적인 고민, 아이 문제, 경제적 어려움, 직장 내 갈등, 미래의 고민, 파트너와의 관계 등 다양하다. 또 크리스마스, 히나마쯔리(여자아이 어린이날), 타나바타마쯔리(칠월칠석) 등 명절, 기념일 등을 같이 보낸다. 설날에는 명절음식 문화를 가르쳐주고 같이 해먹는다. 그 자체로도 즐겁지만 그 시간에 아이를 따로 돌봐주기 때문에 엄마들은 잠시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10대 엄마를 위한 별도의 모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엄마들에 따라서는 보건사가 1대 1로 자신을 케어하는 방식을 불편해할 수도 있다. 그런 엄마들 한명 한명이 모여 그룹이 됐다. 그룹으로 하면 보다 다양한 얘기를 하고 동료의식이 생길 수 있어서 좋다고 본다. 그룹으로 활동할 때 얻게 되는 효과가 분명 있다. 그들 스스로가 삶의 경험이 적어서 사회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부분, 양육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으며, 보건사나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여러가지를 배운다. 그런 면에서 교실을 운영하며 10대 엄마를 위한 별도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10대 엄마들의 경제 여건은 어떤가?

한부모들은 대체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10대 엄마 90% 이상이 파트너가 없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의 생활보호제도를 받을 수 있지만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10대 엄마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의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 혹은 돌봄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보호제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사회적 낙인 같은 시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 제도 자체가 자립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과 간섭을 하게 되는데 이걸 원치 않기도 한다.

이들의 자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일을 하는 것이다. 정책적으로는 10대뿐 아니라 모자가정은 학교를 중퇴하거나 퇴학한 경우 직업을 갖고 싶어하는 엄마들을 위해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지원 조건은 교육을 마치고 자격증을 따면 수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원이 제한된다. 취업이 잘되는 간호사나 요양보호사등 돌봄직종을 추천하는 편이다. 일을 하는 경우도 10대 엄마들의 경우, 학력 등의 조건으로 좋은 일자리 얻기도 어려워 나쁜 상황이 반복된다. 

일하기 위해 아이의 보육시설은 충분한가. 

보육지원 우선 순위는 일하는 사람이 우선이다. 한부모도 우선순위지만, 일하는 한부모여야 우선순위가 높다. 보육소 입소 조건이 다 충족돼야 하고 아이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하는데 아이가 어리면 한부모여도 어렵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에 대한 필요성도 높다. 사설 탁아소가 많고 이용자도 많지만, 사설이 아닌 공공보육시설에 보내고 마음놓고 일하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많다. 보육소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 그동안 모아둔 돈을 쓰기도 해 빈곤의 악순환에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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