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외면하는 대한민국
[이렇게 생각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외면하는 대한민국
  •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 승인 2018.08.30 18:09
  • 수정 2018-09-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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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법제화 방안 모색 국제 세미나’에서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발표한 내용으로, 작성자의 동의를 얻어 소개합니다. 

 

 

8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법제화 방안 모색 국제 세미나’가 열려 2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8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법제화 방안 모색 국제 세미나’가 열려 2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저 이제 처벌받나요?”

성착취 피해로 성매수자에게 임신해 15세에 출산하고, 갓 돌이 된 아이를 조그마한 등에 들쳐 업고 온 주연이(가명, 당시 16세)가 변호사를 만난 날, 처음으로 건넨 말이다. 자신의 진술 외에는 성매매를 입증할 증거가 없어 법원에서 증언을 하던 날이었다. 성매매를 알선하고 강요했던 피고인들을 먼발치서 발견한 주연이는 법원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한참 동안 울었다. 주연이는 법정에서 5시간이 넘도록 “자발적으로 한 것 아니냐, 왜 (감금된) 모텔에서 탈출할 생각을 하지 못했냐”와 같은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10대 성매매 문제는 인권의 사각지대이다. 수사과정에서 성폭력에서 성매매로 인지되는 순간, 피해자 국선변호사, 해바라기센터의 도움이 떨어져 나간다.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돼 소년재판을 받기도 한다. 무수한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 상담소, 쉼터는 모두 외면한다. 한 해 약 27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정 밖 청소년 가운데 절반은 생계를 위한 성매매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현실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중심으로) 국제인권규범에 비춰 살펴보고자 한다.

‘성착취 피해자’로 규율하는 국제인권규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9조는 ‘아동의 성적학대를 포함한 성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제34조는 당사국의 ‘모든 형태의 성착취와 성적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제39조는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유기, 착취, 학대 또는 기타 모든 형태의 잔혹하거나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 등으로 인하여 희생된 아동의 신체적·심리적 회복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엔총회는 2000년 5월 25일 성착취 피해자 중 여자아동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성매매 아동의 국제적 이동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 등을 지적하면서 「아동의 매매·성매매 및 아동 음란물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to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on the Sale of Children, Child Prostitution and Child Pornography)」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아동·청소년의 합의가 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나 대가를 위해 성적 행위를 수행하도록 아동을 찾아내거나 알선 및 제공하는 행위’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채택한 일반논평 제13호는 성적학대와 착취를 “불법적이거나 심리적으로 유해한 성적행위를 하라고 아동을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유엔이 채택한 「국제연합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의정서(Protocol to Prevent, Suppress and Punish Trafficking in Persons, Especially Women and Children, supplementing 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는 성매매를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로 규정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결의해 임명한 ‘아동의 매매와 성매매, 아동 음란물에 대한 특별보고관’은 당사국에게 “모든 형태의 아동 매매와 성착취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불법화하는 법을 제·개정함으로써 명확하고 포괄적인 법체계를 마련하고, 국내법이 성학대 및 성착취 아동 피해자를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아동은 성범죄자로 등록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와 같이 유엔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인권규범은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를 성착취로 규정하고, 성매매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은 성매수범죄의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외면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1991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및 2004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선택의정서(「아동의 무력충돌 참여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와 제2선택의정서(「아동의 매매·성매매 및 아동 음란물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이행을 보고하는 국가보고서에 대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심의를 총 4차례 받았고, 2019년 제5·6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한국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받은 권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03년 1월 15일 채택된 대한민국에 대한 제2차 심의 최종견해에서 “아동의 상업적 성착취에 관한 국가행동계획 개발, (아동 성착취에 관한) 아동친화적인 방법에 대한 법집행공무원, 사회복지사, 검사의 교육·훈련, 성착취 피해아동에 대한 치료, 재통합프로그램과 서비스 보장, 성매매 권유자, 성매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예방조치 개발” 등을 권고했다. 이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08년 5월 23일 「아동의 매매·성매매 및 아동 음란물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이행에 관한 대한민국의 국가보고서를 심의해, 2008년 6월 6일 “① 선택의정서에 언급된 어떤 범죄의 아동피해자도 범죄자로 취급되거나 처벌받지 않도록 법률 개정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② 아동피해자를 위한 법적 대리 기능의 개선을 위해 소관 당국에 충분한 재정 및 인적 지원을 하고 성매매범죄 아동피해자가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적절한 절차를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③ 아동피해자의 개인적인 이익이 결부된 소송절차의 경우, 이들의 견해와 욕구 및 우려사항이 제시되고 고려될 수 있어야 하며 ④ 판사와 변호사를 대상으로 선택의정서 조항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등 50여 개에 이르는 최종견해를 채택했다. 2011년 10월 제3·4차 심의 결과,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의 아동 성착취에 대한 낮은 기소율에 우려를 표하면서, “어떠한 수단에 의하든 성착취를 위해 아동을 제공, 전달, 인수하는 모든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아동 성착취를 효과적으로 기소하며, 대한민국 국내법이 「아동의 매매·성매매 및 아동 음란물에 관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제2조 및 제3조에 명시된 범죄를 모두 포함하도록 개정할 것” 등을 권고했다.

한국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30여 년이 됐지만 10대 성매매 문제와 관련해 같은 쟁점으로 반복해 수차례 권고를 받고 있다. 국제 사회의 요청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는 증거다. 한국이 2017년 12월 제출한 제5·6차 국가보고서만 보더라도, 국가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와 성폭력을 구분하고 있다. 성매매 아동은 국가가 제시하고 있는 피해자 지원시스템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지만, 국가는 마치 성매매 아동을 성폭력·성범죄 피해자 지원체계 안에서 차별 없이 지원하는 듯이 서술하고 있다.

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대상아동·청소년’은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부과 받아 범죄자로 취급되고 있다. ② 피해자로 규율되지 않는 ‘대상아동·청소년’은 국선변호사 선임에서 배제된다. ③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찰은 성구매자로 위장해 아동에게 접근한 다음 아동을 수단으로 성구매자 등을 단속하고 있었다. 심지어 수사에 협조한 아동을 성매매 혐의로 조사하고, 경찰은 단속을 빌미로 아동을 성폭력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④ 법원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며 ‘대상아동·청소년’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하고 ⑤ ‘대상아동·청소년’은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도 없다. ⑥ 성매매아동·청소년은 수사과정과 재판절차를 거치면서 처벌받을까 두려워 위축되고 자신의 욕구와 견해를 표시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겨우 표현된 견해는 사법절차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⑦ 성매매에 이용당한 아동·청소년을 접하는 변호사와 경찰, 검사, 판사 등 관련 종사자를 위한 전문 교육은 전무하다. 국제 인권기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10대 성매매 현장은 제자리걸음이다.

국제인권규범을 실천하는 법 개정 필요

인권위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을 근거로 해 2017년 6월 15일 국회의장에게 10대 성매매와 관련해 국회 계류 중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해 의견표명을 했다. 10대 성매수범죄 피해자들이 소년재판을 받는 ‘대상아동·청소년’ 규정 삭제(성매매범죄의 상대방이 된 청소년은 피해자임을 분명히 함), 10대 성매매 전문 통합지원센터 설치를 골자로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는 게 인권위 상임위원회의 결정이다.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권고 대상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다. 법사위는 국제인권규약 대응을 포함하여 인권옹호를 담당하는 법무부를 소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법 개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한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인정된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입법적·행정적, 여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아동·청소년 성매매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린 권고를 적극 활용하고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동·청소년의 안전하고 건강한 성장 지원’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10대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국회는 국제인권규범 이행의 핵심 의무자임에도 역할을 간과하고, 책임을 방기해왔다. 국제인권규범의 국내 이행은 수많은 상임위원회 소관과 관련돼 있음에도 현재 국회 내에는 국제인권규범의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기구조차 없다. 국회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위해 즉시 입법 활동에 착수하고, 입법 과정에서 국제인권규범을 적용해야 한다. 성매수범죄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은 10대 성매매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성매매 아동·청소년은 신체적, 정신적, 인격적으로 착취를 당한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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