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혜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경력단절 예방 위한 아이돌봄 예산 필요

비례대표 100% 여성 할당해야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는 미투(#Metoo) 법안이 7월 말 기준 132건에 달한다. 특이할 만한 점은 여성가족위원회에는 34건이,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이보다 더 많은 36건이 쌓여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안희정 전 지사 무죄 판결로 인해 시급히 개정돼야 할 형법 303조(업무상위력등에의한간음 확대), 형법 297조(강간죄에 비동의간음죄 추가 또는 신설) 등은 모두 법제사법위원회가 심사해야 하는 법률이다.

후반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전혜숙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여가위 뿐만 바깥에도 산적해있다. 최근엔 기자회견을 열어 여가위 소관 미투법안의 신속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하고, 법사위를 비롯한 다른 상임위의 법안 통과도 촉구했다.

2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실에서 만난 전 위원장은 “여성가족위원회 현안 중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이 없다”면서 “성평등은 물론, 저출산, 청소년 문제 등 급변하는 사회문화 속에서 정부가 적절하게 제도와 법을 개정하는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제사법위원장과 간사들을 만나 빠른 처리를 부탁하겠다”고 말했지만, 다른 상임위는 물론 행정부의 각 부처와도 협업해야 한다. 행정부의 책임자인 대통령도 빠질 수 없다.

전 위원장은 약사 출신으로 경북약사회 회장을 역임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를 지냈다. 이후 2008년 제18대 국회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구갑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의정활동 시작 후 처음 맡은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폭발력 큰 이슈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우리사회에서 미투운동이 의미하는 바는?

미투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그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하나의 직장의 동료로서 대접을 받고 싶은 거지, 성적인 성희롱 대상으로 보지 말라는 거다. 과거에는 당해도 아무 말을 못하고 참고 살았다. 저항하는 사람들은 다 쫓겨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면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밥은 누가 하느냐, 돌아다니게 놔두냐”는 식의 비정상적인 이야기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직장에서 견뎌야 하는 많은 여성들의 아픔을 이제는 없앨 때가 됏다. 문제 빨리 해결해야 대한민국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직장의 유리천장 뚫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남성 들이 미투를 여성의 문제나 남녀대결로 보는 경우 있다. 남성 괴롭히기 위한 것도 아니고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남성이 그런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성차별을 드러낼수록 성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당연한 여성들의 주장이 남녀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여성 차별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 문제로 남녀 간의 갈등이 아닌, 사회구조의 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우리 사회의 차별적인 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남녀 모두의 이해와 공감이 우선돼야 한다. 남녀 간의 대결 구도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투 등 성차별, 성범죄 피해 여성은 개인 피해자가 아니다. 내 아내와 딸의 문제, 가족의 문제로 생각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여가부 업무보고와 예산결산에서 성인지 교육을 여러번 강조했다.

성인지교육 제도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 미투가 발생하게 된 것도 우리 사회가 성인지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 각 단계별 수준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 법안 발의할 것이고 그 전에 교육부총리를 찾아가 설득시키겠다.

일부 학부모는 영어 수학 공부만 중시하는데, 그렇지 않다. 성평등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 존중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인성교육이다. 우리 사회 누구나 대접받고 차별받지 않고 함께 더불어가는 사회가 아름답고, 정의로운 나라아닌가. 교육은 여성도 남성도 다 받아야 한다. 가정에서 (자녀의 교육을 담당해 온) 여성이 여성 비하를 하지 않나. “남자가 여자처럼 그런 거 하면 안 돼” 그런 식이다.

여가위원장으로 이것만은 반드시 개선시키겠다고 하는 관심사는?

여성들 경력단절은 심각한 문제다. 전문적인 일을 했더라도 경력단절 이후 돌아가지 못한다. 직장에서 눈치주기도 하지만, 가정 내에서 스스로 그만둘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아이돌봄 예산을 늘리고 돌봄시설을 강화해야 한다. 직장 어린이집도 확대돼야 한다. 조금 특수한 경우긴 하지만 직장에 아이를 데려다 놓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퇴근하기도 하더라.

2006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 할 때 제일 먼저 체크한 게 직장 내 수유실이다. 당시 직원 중 여성 비율이 60%가 넘었는데도 시설이 없더라. 아이돌봄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폭 확대해야 한다. 여러 부서에서 흩어져 있어 파악도 잘 안돼 있다.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 대통령이 여성가족부에 힘을 실어달라.

성평등 국회를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여성의 정치 참여부터 늘려야 한다. 외국에 비해 우리는 여성 정치인이 유독 적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국회 비례대표를 50%가 아니라 100% 전부 여성에게 할당해야 한다. 어떤 나라에선 비례대표 100명을 뽑는데 여성만 한다.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늘 반복된다.

워킹맘이자 여성 리더로서 유리천장을 뚫어야 한다고 하지만 자기 자신을 교육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생각이 약한 것 같다. 가정과 직장을 병행하다보니 자기 소양을 개발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부하직원도 여성 리더를 기피한다. 여성리더 교육을 심평원 감사로 활동할 때 여성 관리자들이 리더십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예산을 들여야 하는 사업이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 설득해서 강행했다. 교육 받은 당사자들도 좋아했지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리더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긍정적으로 쳐다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교육이 소문나면서 남성 직원들도 시켜달라고 하더라.

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예정하고 시작했다. 여가위의 발전을 위해 2년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년이라는 재임기간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 한 개의 법이라도 더 통과시키고, 한 개의 현안이라도 더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민이 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 앞으로도 여성가족위원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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