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주>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소비 트렌드라는 말을 유행시키고,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웠던 유명한 미래 소비 트렌드 전문가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이 여성 소비자의 특징에 대해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고 처리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부가 9시 뉴스를 보면, 남성은 뉴스의 내용을 주로 기억하지만 여성은 뉴스의 내용에 더해서 앵커의 넥타이 색상, 여성 앵커의 의상과 헤어 스타일, 메이크업 등도 동시에 파악하고 특이하거나 맘에 드는 것은 입소문을 내거나 구매하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다양한 정보 처리가 가능한 것이지요.

그림에서 보듯이, 쇼핑몰에서 청바지 하나를 사오라는 과업을 받았을 때, 남성은 그저 청바지 하나 사고 말지만, 여성은 쇼핑몰을 다 돌아 다니면서 다른 물건들도 구매한다고 합니다.

저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멘토들로부터 회사 생활을 잘 하기 위한 가이드를 받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직진으로 정주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2010년, 제가 임원 승진을 하고 나서 어느 날, 제 멘토가 말하길,

“다른 거 다 좋은데, 보고를 할 때 주저리 주저리 말하지 말고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서 간단히 말하세요. 지금처럼 주저리 주저리 말하면, S사장님 같은 분은 보고 받다가 나가 버리거나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실 겁니다. 특히 나이 많은 남자들은 생각하는 구조가 단순하거든요.”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야말로 ‘깜놀’ 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분석적이고 조리있게 보고서도 쓰고 회의 시간에 발언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충고를 들은 후 저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들을 신중하게 관찰해 보았습니다.

반드시 남성이 정주행하고 여성이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말하는 중에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참 많더군요. 한참 말하다 보면 주어가 실종된 상태로 본인의 머리 속에 생각나는 것을 신나게 말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의 머리 속에서 무슨 생각이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말이, 주어가 없어도 되는 말이기 때문이겠지요. 또, 흔히 말하듯이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도 정말 많았습니다. 한참 애기하다가, “내가 무슨 얘기하려고 이 말을 했지?”하거나 “어… 말이 길어졌네”하거나 “그래서 포인트가 먼데?” 라고 질문 받는 경우지요. 그런 관찰을 한 후에 저는 몇 가지 습관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에도, “주어를 명확하게” 해서 말하자.

-말 할 포인트를 먼저 두세 가지 찍어 두고 설명을 시작하자. 즉,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먼저 하고 나서, 하나 하나 설명하자.

-상대방이 말을 하는데 삼천포로 빠지고 있으면 어디서 삼천포로 빠지는지 듣고 있다가, “그래서 그건 어떻게 된 거야?” 또는 “누가 그렇게 한 거야?” 라는 질문을 던져서 원래 스토리로 돌아 오게 하거나 주어를 찾아 보자.

나와 주변 사람들이 어떤 스타일로 말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면, 여러 분도 우리가 엄청 엉성한 문장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친구와 수다 떨 때는 아니라 해도, 업무용으로 말할 때에는 삼천포를 조심하고 직진 정주행을 노력해 보세요.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은정 박사는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 하고 있다.

<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의견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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