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업인] 조경제 The-K예다함상조 대표이사

장례지도사 30% 여성

페이백 시스템 도입하고

장례식장 영업활동 막아

“‘예다함’식 상조문화로

소비자 신뢰 쌓아나간다”

 

조경제 The-K예다함상조 대표이사는 “투명하고 정직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쌓는 것이 예다함의 경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조경제 The-K예다함상조 대표이사는 “투명하고 정직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쌓는 것이 예다함의 경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상조업체 난립과 불합리한 관행으로 소비자 피해가 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상당수 업체가 계약직 ‘장례지도사’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상조 전문회사인 The-K예다함상조(이하 예다함)는 장례지도사 100여명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조경제 예다함 대표는 “장례지도사가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업계에 만연한 노잣돈, 리베이트 같은 부당한 금전수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투명하고 정직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쌓는 것이 예다함의 경영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예다함은 지난 2009년 9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자본금 5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상조회사다. 자본금 규모로 업계 최대다. 교직원들에게 “안전하고 정직한 상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복지사업”으로 처음 구상됐다. 교직원공제회가 상조회사 TF(태스크포스)를 구상할 때부터 참여해 창립 초기 대표를 맡았던 조 대표는 최근 다시 대표로 돌아왔다. 한국교직원공제회 공채 1기로 32년째 근무 중인 조 대표는 2003년 처음 상주로서 접한 상조 서비스를 언급하며 상조회사와 소비자와의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경황없는 상황에서 수의를 고르는데 병원 장례지도자님이 보자기로 쌓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과 비닐로 포장한 옷을 꺼내 보였어요. ‘아버님께 양복 해드린 적 있느냐’는 그의 말에 서너 배나 차이가 나지만 보자기에 쌓인 수의를 선택해야 했어요. 나중에 그것이 노회한 마케팅 기법이라는 것을 알았고,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유족들이 불합리한 경험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교직원공제회가 교직원을 위한 복지사업으로 상조회사를 시작했을 때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더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거였죠.”

업계에서 가장 먼저 페이백(Pay-back) 시스템을 도입했다. 페이백은 소비자가 장례를 치르면서 계약물품 중 사용하지 않은 물품에 대해 환불해주는 서비스다. 흔히 ‘수고비’ ‘노잣돈’이라는 명목으로 오가던 수수료와 리베이트도 근절을 약속했다. 상조업계에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거나 관행처럼 여겨지던 것들을 회사 차원에서 없애겠다는 선언한 것이다. 장례지도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도 정직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조경제 대표는 한국교직원공제회 공채 1기로 32년째 한 직장에 몸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조경제 대표는 한국교직원공제회 공채 1기로 32년째 한 직장에 몸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유족들의 이별을 돕는 장례지도사는 흔히 ‘장의사’로 불리지만 장례지도학 전공자나 전문교육을 받고 국가자격을 갖춘 전문직이다. 예다함 장례지도사 100여명 가운데 30%는 여성이다. “업계에서 여성 장례지도사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27세다. 조 대표는 “장례식장에서 상주님도 손녀 뻘 되는 젊은 여성 장례지도사를 보고 처음엔 반신반의하시지만, 정성껏 입관하고 꼼꼼하게 장례절차를 지도하는 모습에 오히려 놀라면서 응원해주신다”며 “장례지도사는 힘든 일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지만, 슬픔으로 황망한 유족들을 케어하는게 업의 본질인만큼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섬세한 여성들에게 장례지도사는 적합한 직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젊은 장례지도사가 잘못된 상조문화를 바꾸는데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평균 연령 31세인 젊은 장례지도사들은 노잣돈이나 리베이트를 받는 기존 관행을 접해보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장례지도사가 정년 퇴직 이후에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조 대표는 “정년이 지난 고참 장례지도사도 후배들을 뒤에서 밀어주고 유족들에게 더 큰 믿음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구성원도 처음과 끝을 함께 할 수 있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리경영과 상생경영을 경영 목적으로 삼은 예다함은 ‘사랑[愛]다함’이라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 모델을 출범해 지역사회 잠재빈곤층, 입양원 등 이웃의 실질적 복지 혜택 개선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상조회사 난립 등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자 자본금 요건을 강화 했다. 그동안 상조회사는 법정 자본금 3억원 이상 기준만 충족시키면 별도의 자격심사 없이 지방자치단체 등록 후 영업이 가능했다. 상조업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분류돼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감독한다. 공정위는 2016년 상조회사 법적 자본금 기준을 15억원으로 올렸다. 기존 상조 회사는 유예기간 3년이 끝나는 내년 1월까지 15억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퇴출당한다. 한때 300곳 가까이 되던 상조업체는 지속적인 등록 요건 강화로 2018년 3월 기준 158개 업체로 줄었다. 예다함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회계지표 양호 상조업체 공개’에서 지급여력비율, 영업현금흐름비율, 자본금 3개 지표 상위업체에 선정됐다. 예다함은 자산건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이제는 집안의 장례를 친인척과 상부상조해 치르는 것은 쉽지 않고, 기대수명 연장과 고령사회 진입으로 70세 노인이 100세 노부모 장례를 치르는 일도 다반사다. 결국 죽음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기 위해 상조회사 등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 대표는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가 노년기에 들어서는 등 상조서비스를 찾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고, 통상 3일장이던 장례문화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며 “시대 변화에 발맞춰 더 투명하고 정직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예다함은 30년 뒤에도 건강하게 살아남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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