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숙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과 센터 직원들이 경력단절 예방 사업과 관련된 회의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정숙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과 센터 직원들이 경력단절 예방 사업과 관련된 회의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취·창업 돕는다③]

박정숙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DIY, 드론 정비 사업 등 

도전하는 여성 모토로 

성별 구분 없는 전문직 교육 

“남녀 구분 없이 전문능력을 개발하면 기존의 직업을 벗어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이하 서대문센터)는 ‘도전하는 여성’을 모토로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일자리 창출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 근로자가 더 많아 여성의 일자리로는 생소하게 여겨졌던 ‘DIY목공디자인 전문가 과정’ ‘드론 정비 전문가 양성교육’ 등이 그 예다.

서대문센터는 이화여대역 근처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근처엔 연세대 등을 포함한 9개의 대학이 있다. 1998년 문을 연 서대문센터는 '마포신촌여성인력개발센터'로 약 10년을 일해왔다. 이후 2009년 7월 현재의 장소로 올기며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현재 연간 약 4200명이 교육을 받기 위해 등록했으며, 1일 평균 200여명의 수강생이 참여하고 있다.

박정숙 서대문센터 관장은 “올해 2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센터의 존재 이유와 향후 20년의 운영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평소 여성이 일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의 도전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숙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정숙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작년부터 경력단절예방 사업을 하고 있다.

취업지원도 중요하지만 이후 노동시장에서의 이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경력단절 예방에 여성 CEO들이 앞장섰으면 하는 희망으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와도 MOU를 맺었다. CEO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올해 서울지회 국장님이 경력단절예방 자문단으로 들어와 계신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사업 중 하나다. 경력단절 예방과 관련한 ‘전문가 상담 프로그램’도 있다. 심리, 노무, 노사갈등 등 세 분야의 전문가에게 무료 상담이 가능하다.

경력단절의 위기에 놓인 여성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정신과를 가야 할 것 같을 정도의 스트레스라던지 직장에서의 애로사항과 관련된 상담이 굉장히 많다. 노무상담도 있다. 자신의 인건비가 맞는지, 휴가를 써야 하는데 사업주가 휴가를 주지 않는다든지, 육아휴직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눈치가 보인다든지 등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가 많다. 이들의 고민을 양지로 끌어낼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었다.

- 서대문구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흔히 남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직종에 도전하자는 것이 우리의 모토다. 그 중 첫 번째가 ‘DIY 목공 프로그램’이다. 이는 서대문센터에서 최초로 시도한 교육이다. 홍대 쪽에 DIY 목공거리가 있었다. 아현동 일대엔 가구거리가 있다. 지금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일산 쪽으로 옮겨졌지만, 지역과 연계해 목공 관련 일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올해가 6기째다.

외국에 가면 DIY 관련 인건비가 굉장히 비싸다. 싱크대 문짝 하나도 표준화, 규격화돼서 그렇다. 특히 스웨덴 이케아 점에 직접 가서 가능성을 확신했다. 이후 한국DIY가구공방협회와 MOU를 맺고 교육 장소를 무료로 제공받았다. 도안에 대한 컴퓨터 과정 등은 센터에서 교육받고 현장에선 실습을 받는다. 지금 앉아있는 테이블도 ‘메리우드’라는 협동조합 수료생들이 만든 테이블이다. 메리우드는 최근 생활형프라자 공모사업에 당선돼 입주했다.

- 드론 수리 프로그램도 최초로 진행하고 있다.

드론 관련 사업은 올해 3년째다. 2년째 수업을 진행하던 중 드론 수리 업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현재 국내엔 드론 수리를 맡길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홍대입구역 쪽에 DJI코리아가 있긴 한데 이곳에서 고치지 못하는 드론은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 중국으로 보내려면 배송비까지 본인 부담이다. 창고에 고장 난 드론이 계속 쌓여 버려지고 있더라. 수리업체도 별로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수리비도 천차만별이었다. 이때 ‘드론 수리 과정을 양성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모던하비’라는 수리업체와 MOU를 맺고 수강생들이 드론 수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어렵게 심사 평가를 받아 올해부터 진행된 과정이다. 현재 수료생 중 한 명이 DJI코리아에 입사해 드론 정비 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수강생들은 마포구창업경진대회에 지원해 합격했다. ‘위드드론’이라는 협동조합 형태로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 생활형프라자’ 입주기업으로도 선정됐다.

- 평생학습관도 운영하고 있다.

2012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지정받은 평생학습관이다. 20대에 노동시장에 진입해 퇴직할 때까지 적어도 4~5번은 직업을 바꿔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고용유지를 위해서라도 ‘평생 직업능력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경력단절 센터 수강생 중에서도 어떤 사람은 취업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심층 상담을 진행했다. 경력단절 기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과 그 기간 ‘평생학습’을 해 온 사람들의 차이더라. 경력단절 기간이 길다고 하더라도 취업할 상황이 됐을 때 그동안 받아 온 직업훈련을 통해 바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화여대역 근처에 위치한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는 DIY목공디자인 전문가 과정 드론 정비 전문가 양성교육 등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분야의 여성 일자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화여대역 근처에 위치한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는 'DIY목공디자인 전문가 과정' '드론 정비 전문가 양성교육' 등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분야의 여성 일자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히 큰 사회 문제다.

보통의 여성은 30대 때 경력이 단절되는 ‘M자 곡선’을 보이지만 대졸 이상 고학력자 여성은 ‘L자 곡선’의 형태를 띤다. 즉 출산, 육아휴직을 겪고 이들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일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고학력 여성이 일할 노동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이는 센터 혼자서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경력단절 여성이 관련 직종에 취업 시 해당 기업에 세금 관련 혜택을 주는 식의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자신이 그만뒀던 기업에 재취업할 때만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또, 개인적으론 육아휴직 제도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경력 단절은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파트타임으로 하루 4시간 근로하면서도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결국 여성만이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성의 노동 문제는 풀 수 없다. 여성의 생애사적인 부분을 관통해 봐야 한다. 어느 생애 시점만 보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아니다. 설령 자신의 급여가 육아를 위해 드는 비용보다 적다고 하더라도 일을 계속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 현재 센터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각 단위 사업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일할 때가 있진 않나 고민이 된다.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센터의 역사와 존재 이유, 향후 방향 등을 직접 설명해준다. 여성 일자리와 지위 향상에도 이바지한다는 목표 의식도 심어준다. 그런데도 현장이 너무 힘들다. 단위사업마다 평가시스템이 있다. 거의 매달 평가가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서울시,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평가 주체와 기준도 다르다. 평가를 안 받을 수 없지만 주객 전도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신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여성들의 취업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또 이제는 센터가 취업한 사람들에 대한 ‘고용유지 사업’에도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고용유지지원사업과 평생직업능력개발, 신규 사업을 통한 도전하는 여성의 일자리를 만들어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문을 넓혀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대문구와 ‘일자리 거버넌스’도 구축했다. 센터를 주축으로 서대문구청 등 총 10개의 기관이 함께 한다. 작년엔 서대문구 일자리 박람회도 공동 주최했다. 여성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점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여성의 직업능력개발과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취·창업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의 전신인 ‘일하는 여성의 집’은 1993년 고용노동부의 연구과제로 시작해 서울 노원구에 최초로 생겼다. 여성 일자리 정책 실행에 있어 정부가 민·관 거버넌스를 시도한 첫 사례다. 현재 22개 여성단체가 전국 53개의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에만 18개 센터가 있다. 여성신문은 각 센터의 지역별 특징과 주요 프로그램을 다룬 정보를 기사로 제공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