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집회 이어 두번째 규탄 집회 열려

금태섭, 정춘숙 의원도 메시지 보내

 

25일 오후 안희정 전 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그들만의헌법 시위에 참가한 배우 김꽃비가 폴리스 라인을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5일 오후 안희정 전 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그들만의헌법' 시위에 참가한 배우 김꽃비가 폴리스 라인을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여성신문

시민모임 ‘헌법앞성평등’은 25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과 관련 사법부와 수사당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지난 18일 무죄 판결 규탄 시위에 이은 두 번째 시위다. 이날 집회에는 80여명이 참가했다.

‘동일범죄 동일처벌’ ‘경찰법원 못믿겠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남성이면 집행유예 여성이면 감옥살이/ 여자몰카 무시하고 남자몰카 신속수사/ 여자신고 묵묵부답 남자신고 신속출동/ 신고할땐 무시하고 이제와서 생색내냐/ 어지간히 차별해라 더 이상은 못참는다. 동일범죄 동일수사” 등의 구호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지예 변호사, 출판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문화활동가 탁수정 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에 현장을 찾지 못한 금태섭,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의 메시지가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사회를 맡은 배우 김꽃비씨는 경찰의 편파수사 등에 저항하는 의미로 폴리스 라인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성에게 사법정의는 죽었다’는 팻말을 들고 앞에 선 신지예 위원장은 “사법기관과 정치권, 입법부, 행정부 권력을 갖고 있는 5060대 기득권 남성층들은 본인들의 권력을 가지고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임하고 공조하는 것에 앞장서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60%대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 일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하지만 상당 부분 여성 문제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국민의 절반인 여성들이 매주 서울 곳곳에 모이고 있는데 정치권이 응답하지 않으니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참가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은 영상을 통해 “지금의 사법부는 정치 행정 분야에서 퇴행적이고 후진적인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며 “특히 안 전 지사의 판결에서 보여준 사법부의 퇴행적인 모습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안 전 지사의 판결은 오히려 성폭력 불평등의 길을 터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미투 관련 입법’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오후 안희정 전 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그들만의헌법 시위에 참가한 김지예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25일 오후 안희정 전 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그들만의헌법' 시위에 참가한 김지예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을 발의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은 성폭력 과정에서의 저항을 피해자가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등 가해자 중심의 시각에서 성폭력 범죄를 다뤄왔다”며 사법부를 비판했다.

이어 “안희정 재판에서도 최소한의 피해자 보호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 전면 비공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심리 과정에서 사건의 본질과 관련 없는 피해자의 사생활과 평판이 공개됐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공간에 두고 증인 심문 절차를 진행하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절차에서 오간 이야기들은 언론에 상세히 공개됐다. 많은 피해자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는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대한 재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춘숙 의원은 “그동안 여성들이 오랜 기간 심각한 폭력에 시달려왔지만 가해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편파수사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과 범죄에 대해 ‘홍대 몰카사건’처럼 강력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젠더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정의와 인권이 살아있음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력 호소했다. 

김지예 변호사는 “법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하나는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지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또 하나는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며 “이번 안희정 사건은 여전히 법이 우리를 지배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30대 남성 유튜버가 불법 촬영을 시도하려다 집회 측에게 저지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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