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고은 자신”
최영미 시인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고은 자신”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8.23 14:47
  • 수정 2018-08-27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

여성연합 등 350개 단체 공동대응

“손해배상 청구소송 철회하라” 촉구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폭력 피해자·목격자 제보 받기로

 

최영미 시인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영미 시인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학계 원로 고은 시인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했다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이 23일 “민족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며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350여개의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과 함께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앞서 지난 7월 17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은 자신의 혐의를 증언한 최영미, 박진성 시인에게 각 1000만원,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 2명에게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최영미 시인은 “제가 술집에서 그의 자위행위를 목격했다는 사실, 제 두 눈 뜨고 똑똑히 보고 들었다”며 “오래된 악습에 젖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 재판에는 제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으므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면서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최영미 시인은 고은 시인의 소송대리인을 법무법인 덕수 등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맡은 것에 대해서는 “원고 측 소송대리인이 누구인지 전혀 관심 없다”면서 “어느 쪽이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는 진짜 인권변호사인지는 이번 재판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미 시인과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영미 시인과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은 시인의 최영미 시인 등에 대한 손행배상 청구 소송이 놀랍지도 않다”며 1986년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2000년 100인위 사건 등 과거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행한 무고나 명예훼손 역고소 건을 거론했다. 이 소장은 “가해자들의 역고소는 피해자들을 입막음 시키고 고통을 주며 피해자 지원을 하는 단체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문단 내 공고한 권력 구조 속에서 은폐됐던 성폭력의 실상을 말하기로 세상에 드러낸 최영미 시인의 용기있는 행동은 잘못된 현실을 바꿔가는, 바꿀 수 있는 위대한 행동이었다”면서 “용기있는 말하기를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은 악의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라고 짚었다.

고 대표는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킬 마음이 있다면, 지식으로서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러한 행위는 당장 중지돼야 한다”고 손해배상 소송 철회를 촉구했다.

최영미 시인의 소송을 맡은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문화 권력을 상징하는 고은의 오랜 추태와 그를 묵인하고 비호하는 문단 내의 침묵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용기에서 비롯됐다”며 “고은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용서를 구하며 합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조 회장은 “더 이상 예술성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이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 사건을 통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우리 모두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투시민행동은 고은 시인을 향해 “당장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멈추고 철저히 반성하라”며 “최영미 시인에 대한 2차 피해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미투시민행동은 ‘고은 시인의 성폭력 피해자와 목격자 제보센터’를 개설하고 성폭력 피해자와 목격자를 찾는데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피해자 지원을 위해 개설한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를 창구로 삼기로 했다. 23일부터 제보 접수를 받는다.

‘고은 시인 성폭력 피해자·목격자 제보센터’ (02-735-1909, withyou@stop.or.kr)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