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솔트스프링 섬 개발 저지위해 주민들 나서

달력제작·인터넷 공개 수익금, 개발지 구입 보탬

캐나다 밴쿠버 앞에 솔트스프링(Saltspring) 아일랜드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서부 캐나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로 인해 이 섬은 예전에 밴쿠버 사람들의 별장지로 인기가 높아 주로 여름 휴가 때만 사람들이 모였다가 다른 때는 인적 없이 조용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인구가 계속 늘어 상주인구가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름 난 소설가나 시인들은 물론 내로라 하는 화가, 공예가, 각종 예술가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는 재택 근무자들까지 찾고 있어 조용하고 아름답기만 하던 이 섬은 이제 적지 않은 인구가 북적대며 살아가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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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스프링 섬 남성주민들이 기금 마련을 위해 오픈한 웹사이트.

이렇게 인구가 늘어나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아름다운 숲과 산림을 잘라내고 주택부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구가 많아지면 부동산 업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을 파헤치는 것은 한국이나 캐나다나 다를 게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한국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렇게 자연을 파헤치는데 대한 섬사람들의 대응 방법이다. 이들은 섬 개발로 돈을 벌 수도 있으련만 오히려 개발을 막기 위해 피나는 투쟁을 시작했다.

우선 정부에 진정을 하고 부동산 업자에게 거세게 항의했으나 힘이 약한 이들의 노력은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아이디어를 하나 짜내게 됐다. 아예 부동산 업자가 소유하고 있는 땅을 구매하기로 결정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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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땅이라고 하지만 한두 평도 아니고 자그마치 4500여 에이커나 되는 거대한 면적이다. 또 땅 임자인 텍사다 랜드회사가 6천만달러(약 5백억원)에 팔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섬 주민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액수였다.

그렇다고 머지않아 섬이 황폐해질 것이 뻔한데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땅 구입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키로 하고 각종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찾아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지난해에는 섬에 사는 여성들이 옷을 벗기로 작정했다. 해변을 걷거나 들녘을 뛰었던 튼튼하고 실한 몸을 벗어 달력을 만들어 팔기로 한 것이다.

나이 젊은 여성들은 뒤로 물러섰지만 45세에서 66세 사이의 상당히 이름난 여성 11명이 과감하게 옷을 벗어 결국 2001년도 달력을 만들었다.

이 달력은 전 세계적으로 15만부가 판매되어 그 수익금으로 70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됐다. 이 돈은 섬 개발지를 공원으로 바꾸기 위한 기금마련의 종자돈이 됐다.

이렇게 되자 이 섬 남성들은 여성들로부터 ‘남자들은 뭐 하느냐’는 무언의 지탄을 받게 됐다. 그래서 올해엔 남성들이 ‘레이디 퍼스트’에 이어 옷을 벗어 기금 마련에 일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달력을 또 만들면 여성들 꽁무니를 따라 다니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 새로운 방안을 동원하기로 했다. 이들은 드디어 인터넷 시대에 걸 맞는 방법을 하나 찾아냈다.

즉 달력이 아닌 인터넷 웹사이트에 자신들의 누드 사진을 싣기로 하고 지난달 20명의 남자들이 옷을 벗고 카메라 앞에 섰다.

이들의 누드 사진은 인터넷 웹 사이트www.hunksforhumanity.com에 올라 있고 한 사람 당 1백 개의 나뭇잎으로 덮여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들의 누드를 보고 싶으면 1백 달러를 기부하고 마우스를 클릭 하면 알몸을 구경할 수 있다.

영어로 hunk는 성적인 매력 만점의 남성을 지칭한다. 즉 웹사이트의 이름도 거창하게 ‘인류애를 위한 섹시 남성들’이라고 지었다.

이들은 이 서비스로 적어도 10만 달러정도는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여성들이 모았던 70만 달러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알몸인 경우 남성의 몸값은 여성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상당히 높은 목표치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알몸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지언정 과감하게 옷을 벗어 던진 이 섬사람들에게 흥미를 느끼기에 앞서 자연을 사랑하는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주호석 캐나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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