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사용률 낮아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져

숙련된 대체인력 확보 필수

눈치 보지 않고 휴직 가능해야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는 1988년 도입된 이래 점점 확대돼 왔다. 정부는 육아휴직 적용대상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수차례 제도 개선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 제도는 도입률 대비 사용률이 높지 못한 편이다.

 

 

낮은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동료 직원과 직장 상사의 눈치가 보여 휴가를 쓰느니 퇴사하는 경우가 많고, 한 번 경력이 단절되면 다시 경력복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취업하더라도 퇴사 전보다 연봉이나 직급을 낮춰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행여나 첫째 아이 때 어찌어찌하여 육아휴직을 썼더라도, 둘째 아이 임신 때도 휴직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국가 전체적으로 저출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도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업무 공백 문제가 크다. 올해 초 한 구인구직포털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4%가 육아휴직 사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대체인력 채용에 시간과 비용이 발생해서(60.5%)’를 첫 번째로 꼽았다. 내 업무를 대신 할 사람이 있다면, 눈치 보지 않고 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기업도 인력 공백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2014년부터 대체인력지원센터, 대체인력뱅크를 통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으로 업무 공백이 예상되는 직무 분야에 대체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사나 사회복지사 등 대체인력 지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과학기술 연구개발직에 특화된 대체인력 지원사업은 없었다. 과학기술 분야는 직무 특성상, 연구개발 업무를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유전자 분석 및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한 기업은 육아휴직자가 발생할 때마다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바이오 벤처 기업 특성 상 여성 연구 인력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휴직자가 발생할 경우, 휴직자의 업무숙련도를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고스란히 기존 직원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고, 신제품 개발 일정에도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올해부터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R&D) 직무에 대체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해 시범사업을 통해 대체인력 지원 시스템을 마련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22개 기관에 23명의 대체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 분야 재직자들의 일‧생활 균형 지원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관 내 남성 육아휴직자도 지원이 가능하다. 사업수혜자 중 한 명이 남성 육아휴직자다. 이 사업을 통해 재직 과학기술인은 부담 없이 휴직할 수 있고, 과학기술 기업과 연구소는 공백 없이 연구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또 대체인력에게는 전공 분야 경력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육아휴직자-기업-대체인력 모두에게 이롭다. 

‘2016년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민간기업 연구기관의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사용자는 3,631명인데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인원은 581명으로 16%에 그쳤다. 이번 과학기술 대체인력 지원사업의 민간기업 참여율이 63.6%(22개 기관 중 14곳)로 높은데 그 이유는, 그만큼 많은 기업이 과학기술 전문 대체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기술의 발달로 고용환경과 근로 문화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니즈 충족과 기업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서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는 근로환경 구축이 급선무이고, 이를 위해서 성별 관계없이 출산휴가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겠다. 대체인력 지원은 육아휴직을 개개인의 부담으로 놔두지 않고, 조직과 정부가 함께 일·삶 균형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산업과 직무 분야에 대체인력 지원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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