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누이

‘우리들의 누이’는 겨우겨우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결국 졸업을 못 하고 집과 학교를 떠나 공장에서 일하게 된 이구남의 일생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1970년대를 이야기할 때 노동자 전태일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전태일이 차비를 털어 붕어빵을 나눠 주었던 어리 여공들의 삶은 흔히 묻힌다.

누이들을 일찌감치 어른으로 만들어 버렸던 시대의 이야기. 화가 나면서 눈물겹고, 마음이 아파서 책장을 휙휙 넘기기 힘든 그런 이야기다.

작가는 누이의 삶을 통해 ‘세상에 이런 삶도 있었노라고. 그들에게 빚을 졌음을 우리 모두 잊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홍정욱/ 이후 / 1만 3000원

 

 

시스터 아웃사이더

벨 훅스, 애드리언 리치, 사라 아메드 등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오드리 로드의 가장 핵심적 산문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집이다.

1970, 80년대 백인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과 남성 중심의 흑인 민권운동에 맞서 아웃사이더, 즉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로서 강렬한 비판의 언어들을 쏟아냈던 시기(1977~83)의 글들이 모여 있다.

작가는 백인 남성 중심 사회뿐 아니라 이에 맞선 페미니즘 운동과 민권운동 내에도 존재하는 모순과 차별, 억압을 사유하며 ‘차이’의 의미와 억압의 ‘교차성’을 선구적으로 이론화했다. 또한 페미니즘이 무엇보다 ‘우리 안의 타자들’을 보듬는 언어가 되어야 하며, 혁명은 그 어떤 차이도 희생하지 않은 온전한 자아들의 연대를 통해 실현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오드리 로드 / 후마니타스 / 1만 8000원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책은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이옥남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가운데 151편을 묶어서 펴낸 것이다.

아흔일곱 살, 한 사람의 기록으로 우리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짓는 맑은 하루하루, 그 소박함이 주는 다정한 위로를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이옥남 / 양철북출판사 / 1만 3000원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20대 초반의 여자 탐정, 코델리아 그레이가 주인공인 이 책은 아담 달글리시 시리즈의 시핀오프라 볼 수 있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구조를 따라 진행하는데, 하드보일드 소설 속의 세계는 늘 탐정을 겁박하고 괴롭히는 상황인데 주인공은 22세의 여성의 탐정이라서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주인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먹을 게 뭐가 있어요? 그저 남자들이나 상대하게 될 텐데”라 말한다.

주인공은 용감하고 쉽게 의존하지 않으며, 탐정 일이 여자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직업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성공하겠다고 다짐한다.

작가는 “나는 용감하고 영리한 젊은 여주인공이 삶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다들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일에서 기필코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이야기 한다.

P. D. 제임스 / 아작 / 1만 4800원

 

 

원래 내 것이었던

동생을 살해 한 범인이, 알고 보니 동생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언니였다면? 아마 이중인격자,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 하는 식의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억울하게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사람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SNS에 상사에 대한 평판을 ‘아주 살짝’ 각색해서 올린다면…. 아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잘못은 했지만 심정은 이해한다’는 여론도 일부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필요하다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현재와 사건 전과 과거를 오가며 평범한 어린 소녀가 거짓말에 능통한 사이코패스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예리하게 담아낸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추적한다는 스릴러 소설의 익숙한 공식에서 벗어난 이 소설은, 몇 안 되는 등장인물의 일상을 400쪽 넘게 펼쳐 나가면서도 스릴러 소설의 특유의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앨리스 피니 / RHK (알에이치코리아) /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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