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임신중절 허용’ 법안 부결됐지만…“후퇴 아닌 디딤돌”
아르헨티나 ‘임신중절 허용’ 법안 부결됐지만…“후퇴 아닌 디딤돌”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8.15 12:32
  • 수정 2018-08-17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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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하원 의회는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이 통과된 순간, 의회 밖에 모여 임신중절 합법화를 촉구하던 여성들은 환호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하원 의회는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이 통과된 순간, 의회 밖에 모여 임신중절 합법화를 촉구하던 여성들은 환호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임신 14주까지 임신중지 허용’ 법안 결국 부결

마크리 대통령 “임신 초기 임신중절 허용범위 늘리고

성교육 강화 추진...임신중절 합법화 논의 계속될 것”

아르헨티나 상원 의회가 임신 14주까지 임신중지를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결국 부결했다. 

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상원 표결 결과 38명 반대, 31명 찬성, 2명 기권으로 해당 법안이 부결됐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14일 아르헨티나 하원 의회에서 가결됐고, 이날 상원 표결까지 통과하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었다. 재입법은 다음 회기가 시작되는 내년 3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1921년 제정된 형법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 인공임신중절은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나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매년 아르헨티나 여성 50만 명이 전문적 의료조치 없는 임신중절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1983년 이래 3000명 이상이 안전하지 않은 시술로 목숨을 잃었다. 

아르헨티나 내 ‘낙태죄 폐지’ 운동 진영은 이번 부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원 표결에 앞서 수천 명이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운동의 상징인 ‘초록색’ 스카프와 티셔츠 등을 착용하고 얼굴에 초록색 페이스페인팅을 한 채 상원 앞에 운집했다. 약 16시간 후 최종 부결되자 여성들은 눈물을 흘렸고, 일부는 밤새 규탄 시위를 벌였다. 

마크리 대통령은 9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에서 각료회의 후 “형법을 개정해 임신 초기 임신중절 허용 범위를 일부 확대하고 성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부에 임신중절할 여성을 처벌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고, 성적인 학대로 임신한 여성이 임신중절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의 내용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임신중절할 권리에 찬성한다’고 밝혔던 마크리 대통령은 “국민 사이에 자유가 성숙하고 있으므로 임신중절 합법화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 상원통과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인 8월 8일, 16개 단체로 구성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가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아르헨티나 대사관 앞에서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 상원 통과를 위한 국제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제공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 상원통과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인 8월 8일, 16개 단체로 구성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가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아르헨티나 대사관 앞에서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 상원 통과를 위한 국제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제공

그의 말대로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브라질,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임신중절 합법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마리엘라 벨스키 국제 앰네스티 아르헨티나 지부 활동가는 13일 앰네스티 웹사이트에 올린 글 ‘아르헨티나의 임신중절 합법화 투표는 디딤돌이지 후퇴가 아니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젊은 여성들은 빠르고 열정적으로 행동해 재생산권을 정치 의제의 최전선으로 밀어붙였고, 성착취와 젠더폭력에 관한 논의를 촉발했다 (...) 라틴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서 비슷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멕시코, 에콰도르,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에서도 임신중절 합법화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유럽에서도 거대한 연대 운동이 진행 중이다. 아르헨티나의 상원 의원들이 여성인권을 높이기 위한 문을 닫아버렸음에도, 이 운동은 라틴아메리카 대륙과 그 너머에 거대한 창문을 열어젖혔다. 이제 전 세계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의 승리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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