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올바른 선거제도개혁을 위한 제언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올바른 선거제도개혁을 위한 제언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8.08.15 09:46
  • 수정 2018-08-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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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스웨덴 선거제도 개선 특별위원회(이하 제도개선특위)가 마련한 전국 지방선거관리위원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 2010년 총선거가 끝난지 석 달 만에 이뤄진 이 회의는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 의회의 특별위원회 법안으로 추진됐고 2년 기간의 특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행정지원을 받으며 진행됐다. 선거관리를 담당한 각 지방선거관리 책임자들과 스웨덴의 선거제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 형식의 회의였다.

선관위가 현장을 꼼꼼히 점검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며 의아해 할 수 있겠으나, 이 회의 목적은 토론 내용을 들여다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투표용지가 어떻게 비치됐는지, 투표용지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유권자들이 문제가 없었는지, 투표소 대기, 입장, 기표 그리고 유권자 명부 확인 등의 일련의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이 됐는지, 대리투표제는 어떻게 작동댔는지, 투표에서 집계까지 총 시간은 얼마나 소요됐는지, 개표와 집계 등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는지 등을 투표소의 진행을 책임졌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선거 책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거절차와 연관된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제도개선 특위 권고안, 국회 통과

정당대표 각 1인씩, 그리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도개선특위는 공청회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2년만에 선거제도 개선안을 국회에 건의했다. 개선안을 통해 투표일이 9월 셋째주 일요일에서 둘째주 일요일로 변경됐고, 권역별 의석배분을 위해 사용되는 상라게 방식의 지수를 1.4에서 1.2로 낮출 것을 건의했다. 또한 광역과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최저득표제를 도입해 너무 정당들이 난무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둘째 주 일요일로 변경된 이유는 10월 말일까지 제출됐어야 하는 정부예산안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 1주일을 당겨 선거를 치루게 했고, 지수를 1.2로 변경한 이유는 소수정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득표에 따른 의석배정의 불이익을 바로 잡아 전체 비례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건의된 특위 권고안은 국회에서 통과돼 새로운 선거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1998년에 도입된 정당명부의 후보자 선택권도 2년간의 선거제도 개혁특위가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이 제도는 권역 내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한 후보가 정당명부의 순위를 깨고 1위로 올라설 수 있게 해 정당들이 결정해 유권자가 일방적으로 선택권을 강요받는 결과가 되어 지도자 선택권을 포함하는 국민주권의 제한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전국 지방선거관리위원장들이 참가하는 전국회의를 통해 선거개혁특위가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보고자 했고, 전문가 집단의 연구결과와 자문을 통해 선거제도의 비민주성을 개선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으며 정당공청회를 통해 정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 작품은 결국 스웨덴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꾸준한 개혁 끝에 선거투표율 85%

스웨덴의 선거투표율은 85%에 이른다. 90년대까지만 해도 9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정치참여율이 높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정치인 신뢰가 높은 이유도 있지만, 사전선거 기간을 3주일로 늘리고, 이동투표소, 재외국민투표, 대리투표제의 개선, 시골 지역의 우체부를 통한 투표 등 개방성과 접근성의 개선 등을 통해 투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제도 개선, 정치인에 맡길 일 아니다

한국도 지금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선거제도개혁은 현 정당들의 정치적 목적을 충족하기 위해 모색하게 되면 민주적 제도의 개선은 커녕 권력의 나눠 갖기와 기득권 유지와 확대에만 기여할 뿐이다.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제도의 개선은 정치인에게 맡겨서는 안되고 중립적 위원회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적 미래에 필요한 선거제도를 제시하도록 국회 스스로가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정당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아닌 국가의 미래와 국민주권의 실현, 그리고 민주적 지방분권의 정착이라는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는 국가의 경쟁력과 민주발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정치인들에게 간곡히 바랄 뿐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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