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연합 등 30여 여성단체

경찰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

편파수사 중단과 대국민 사과·

불법촬영물 유통플랫폼 처벌·

‘웹하드 카르텔’ 특별 수사단 구성 촉구

 

10일 오후 1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여성단체 긴급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일 오후 1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여성단체 긴급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워마드’ 운영자를 경찰이 체포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단체가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며 “십수년간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웹하드를 처벌하지 않는 경찰이 진짜 방조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여 여성단체들은 10일 오후 1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다수의 남성 중심 커뮤니티와 웹하드 및 파일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이 넘쳐나고 있다”며 “경찰은 십수년 동안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다가 여성피의자가 등장하자 즉각적으로 체포·수사하고 국제공조를 펼치는 편파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규탄했다.

이날 여성단체 활동가 50여명과 점심시간에 맞춰 나온 여성들까지 80여명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저마다 ‘편파수사 중단하라’ ‘불법촬영 피해사건 국제공조 수사하라’ ‘워마드가 구속이면 일베는 무기징역’ ‘웹하드는 왜 처벌 않는가’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경찰이 ‘일베’는 운영자가 수사에 잘 협조 하지만, 워마드 운영자는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아 수사가 이뤄진다고 했지만, 아직 건재한 포르노 사이트들이 대체 언제부터 피해촬영물 유포자 수사에 협조했길래 무사할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면서 “심지어 웹하드 업체는 헤비 업로더의 신상정보를 조작해서 넘겨주는 등 음란물 유포죄 수사를 정면으로 방해한 사실까지 방송 됐는데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십 개의 웹하드와 수백 개의 포르노 사이트에는 워마드에 향했던 것과 동일한 대응이 있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던 한 명 한 명의 인간이 있었다”며 “(경찰은) 여태까지 잘못해 왔다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구조를 경찰이 묵인하고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불법촬영 불법유포는 유통이고 산업”이라며 “유인해서 찍는 사람이 전문적으로 있고, 이걸 도매로 사는 사람, 대량으로 올리는 사람, 수수료를 떼는 업체, 다운 받는 사람 수십만명, 포인트가 올라가는 사람. 광고 수십개, 광고 클릭으로 팔리는 다른 물건들. 십수년째 누군가 큰돈을 벌어왔다. 그 ‘재료’는 평범한 여성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십수년간 불법촬영물 유통을, 방조를 수사하지도 처벌하지도 않은 것과 왜 그랬는지를 스스로 조사하고 밝혀야 한다”면서 “경찰이 제대로 해왔더라면, 한국에 ‘국산야동’은 없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경찰청장은 취임 이전부터 여성대상 폭력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공언하고, 지난 4일 집회에 나와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첫 행보가 워마드 운영자 추적과 해운대 불법촬영자 인증샷 캠페인”이라며 “경찰은 눈과 귀와 마음과 이성을 열고 제대로 된 수사방향과 정책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 대표는 이어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처벌은 문제의 시급성과 중대함을 가리지 않고 처벌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십 수 년 동안 방조된 상태에서 수백억의 이윤을 남기며 불법 촬영물을 생산, 유포, 삭제, 게시를 거듭해 왔던 자들을 먼저 수사하고 처벌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사업에 대해 9만여명이 특별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경찰은 불법 촬영물 유통을 통해 불법산업을 양산한 웹하드에 대한 철저히 수사하고 분명한 처벌을 함으로써 진짜 방조자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라”고 촉구했다.

여성단체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경찰청 측에서 “그럴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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