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위주 공교육이 ‘스쿨 미투’ 불렀다
입시 위주 공교육이 ‘스쿨 미투’ 불렀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8.08 16:11
  • 수정 2018-08-09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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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 고교에선

재학생 절반 이상

성희롱 등 피해 경험

교사 20%가 수사대상

당해도 참는 이유

입시 불이익 당할까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지난5월 3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 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미투를 지지하는 메모를 붙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지난5월 3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 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미투를 지지하는 메모를 붙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대 여성이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일터에서 터져 나온 미투가 중고교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의 한 여고에서 드러난 ‘스쿨 미투’는 피해 학생만 전교생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실제로 학교 전수 조사에서 교사들로부터 성희롱이나 성추행, 과도한 언어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 학생 860여명 중 180여명이다. 다른 학생의 피해 정황을 목격했거나 들었다고 답한 사례까지 더하면 피해 학생 숫자는 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학교 교사는 57명으로 남자 39명, 여자 18명이다. 이중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는 11명이다. 수사대상 교사가 전체 교사의 20%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부산에서도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사의 상습적인 성희롱, 성차별 발언을 폭로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자보에는 “지금까지 참았다. 우리가 수업시간 및 학교생활 중 들은 사실과 수많은 친구와 선배님들의 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글과 함께 일부 교사의 성희롱 발언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대자보에 따르면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물병 뚜껑 보고 ooo같다’, 학생 입술을 만지며 ‘예쁘다. 누구 닮았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자보 주변에는 추가 폭로 내용을 적은 포스트잇이 수십 장 붙었다.

스쿨 미투는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교의 ‘창문 미투’를 계기로 촉발됐다. 졸업생들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를 결성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재학생들은 이에 화답해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미투 메시지를 만들어 붙여 교사들의 성폭력을 공론화했다. 서울시교육청은 6월 25일 성폭력 가해자 혐의가 있는 교사 4명을 포함해 총 21명에 대한 징계와 경고 조치를 학교 법인에 요구했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교직원 징계권한은 학교법인에 있어 교육청이 직접 징계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스쿨 미투가 터져 나온 학교 상당수도 사립학교다.

스쿨 미투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학교의 폐쇄성, 교사의 낮은 젠더 감수성과 함께 무엇보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과 미투 국면을 거친 학생들의 젠더감수성이 커지는 사이, 교사와 학교는 여전히 입시 위주의 성적지상주의에 갇혀 학생들의 변화에 눈 감고 있었다. 더욱이 학벌 사회에서 입시의 하수인이 된 공교육은 학생의 성장이나 행복 보다 성적에만 매몰돼 왔다.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학교생활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여기며 이를 자녀들에게 설득시키는 부모들도 문제다. 스쿨 미투는 학교 교육 시스템의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고 입시와 취업을 좌우할 수 있는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이 학내 성범죄를 은폐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고등학생의 40.9%는 “교사들이 성희롱을 저지른다”고 했고, 27.7%는 “교사가 나를 성희롱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피해자 대부분(66.2%)은 성희롱을 당해도 모르는 척하거나, 참거나, 그 자리를 피하는 등 대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진학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46.8%),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을 수 있다’(31.2%)고 답했다. 인권위는 “학교의 폐쇄성, 교사와 학생의 위계 구조, 교사의 낮은 젠더 감수성, 교사가 재미있는 학습법이라며 학생들에게 젠더감수성이 낮은 언행을 하는 일” 등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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