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2월2일 여성신문 창간호에 세상에 나왔다. 신호탄인 창간 준비호를 거쳐 탄생한 창간호의 표지는 각계각층 여성들의 머리 위로 성평등한 세상을 갈구하는 두 마리의 흰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그림이 장식했다. 김진숙 화백의 작품이다.

창간호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 시인이자 여성신문 초대 주간인 고정희 선생이 쓴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따뜻한 동행’, 이계경 초대 발행인의 ‘모든 여성들의 만남의 광장이 되렵니다’ 창간사로 시작한다. 창간호답게 굵직한 특집 기사가 자리하고 있다. 먼저 고정희 주간은 박경리 작가와의 대담을 권두 인터뷰로 싣는다. ‘우리 문학의 큰 산맥’이라는 제목의 인터뷰에선 “깊고 두터운 독서층과 남다른 역사인식, 수난으로 얼룩진 한국인의 상처가 박경리 문학의 큰 산맥을 형성”했다고 해석한다. 박경리 작가는 “한국의 여성운동도 인류라는 거대한 지평을 품에 안고 포한의 미래를 열어갈 때 비로소 여성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다.

이와 함께 쟁점 대담 ‘여성과 남성은 동반자인가 갈등관계인가’(이경자 당시 성심여대 사회학과 교수 VS 이화수 당시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 전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김애실 당시 외대 경제학과 교수가 경제성장 속에 간과된 남녀 불평등 문제를 중심으로 기고한 ‘한국 경제 현실과 여성문제’, 가부장 사회 속 남성의 딜레마를 다루며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 기획진단 ‘남성문화가 흔들리고 있다’가 지면을 채웠다. 현장취재로 중점 분석된 ‘여행원의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 기사는 30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유리천장’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이밖에도 간도 이민과 독립운동 세대 김신묵 할머니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 여성사-말로 듣는 한국 여성의 삶과 역사’가 실렸다. 이야기 여성사는 이후 98년 10월30일자 498호까지 10여년간 연재되며 책으로도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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