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벤처협회 설문 조사

‘사업제휴’에서 부당경험 많아

남성 위주 경영환경 큰 어려움 

“여성기업인에 정책 지원 필요”

 

“이미 성장하고 있는 기업은 육아와 사업의 양립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소규모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들처럼 육아 지원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 일반 직장인과 기업을 운영하는 여성의 입장은 또 다르다. 출산장려와 여성창업 장려를 함께 하려면 육아 지원정책이 현재보다 더 강력해야 한다.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가장 시급하다.” 여성기업인 A씨

“똑같이 업무상 미팅을 하더라도 여자 혼자 나오는 것과 남자들과 함께 나오는 것에 차이가 확실히 있다. 여자 혼자 일을 한다고 하면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다. 아울러 일시적 지원이 아닌 지속적 컨설팅이 수반되는 중·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 여성기업인 B씨

“40대 스타트업 성공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39세 이하에 집중돼 40대들이 오갈 곳이 없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창업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기존 만 39세 이하만 지원할 수 있는 정책보다 더 포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지원공모사업 대상에 나이 제한 철폐가 필요하다.” 여성기업인 C씨

정부가 2022년까지 900억 규모의 여성 기업 전용 벤처펀드를 추가 조성하는 등 차별 해소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성기업인들은 여전히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지난달 여성기업인(CEO) 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실제로 여성 기업인 10명 중 6명(62.3%)은 “남성기업인에 비해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반면 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2명(18.0%)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 여성기업인들이 부당한 차별을 경험한 분야로는 사업제휴(45.2%)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어 금융권 대출(14.3%), 공공기관 입찰(11.9%), 대기업 수주 및 납품(9.5%)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결제 관련’ ‘공무원의 태도·선입견’ ‘심사위원분들이 대부분 남성이라 제품 이해도가 한정적이다’ ‘사업에 관한 전반적인 상황에서 여성의 사업적 업무 능력이 남성보다 하위라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등이 제기됐다.

여성 기업인들은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네트워킹 부족(29.5%)을 꼽았다. 창업뿐만 아니라 사업을 지속시키는데 있어 필요한 인적 네트워킹 형성이 여전히 버겁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어 육아 및 가정 병행(26.2%), 여성에 대한 편견 및 차별(23%), 접대문화(19.7%) 등이 뒤를 이어 여성기업인들이 여전히 남성 위주의 성 차별적인 경영 환경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남성 위주의 경영환경에서 사업하는 여성기업인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성기업인은 88.5%에 달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정책으로는 연구개발비 우선 지원(32.2%), 공공기관 입찰 시 가산점 부여 및 확대(27.1%), 금융권 대출 시 우대금리 적용(22%), 법인세 등 세금감면(5.1%) 등이 꼽혔다.

여성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경영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기업인은 10명 중 6명(55.7%)이었다. 반면 거의 변화가 없다(41%),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3.3%)라는 응답도 나왔다. 이들은 여성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경영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로 여성기업인 자질에 대한 인식(32.4%), 여성기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24.3%), 여성기업 우대정책(21.6%), 여성기업인에 대한 불신(16.2%) 등을 꼽았다.

여성기업인으로서 여성이 직장에서 일할 때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육아 문제(32.2%)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워킹맘에 대한 정부 지원 부족(28.8%), 직장 여성에 대한 남성의 편견(20.3%), 유리천장(15.3%) 등이 뒤를 이었다. 저출생을 비롯한 낮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돌봄 문제 해소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영에 가장 큰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는 10명 중 5명(49.2%)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꼽았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16.4%), 반기업 정서 확산(16.4%)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벤처협회 관계자는 “매년 여성기업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성 기업인에 대한 편견과 사업 제휴, 공공기관 입찰 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라며 “여성기업인이 차별 없는 경영환경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세세하고 다각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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