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등 673개 여성단체는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명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사건의 본질은 남성 권력이 여성들에게 가한 폭력이며 여성들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했다는 데 있다”며 “검찰은 성접대 혹은 뇌물거래 사건이라는 틀이 아닌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 성폭력 사건으로서 이 사건을 재수사해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A씨는 이날 서면을 통해 A씨는 “2013년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그 동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 그들이 짧은 사과라도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다는게 그렇게 지나친 요구냐”고 검찰에 물었다.
그러면서 A씨는 “검찰은 처음 피해를 입었을 때 왜 고소하지 않았냐고 수십 번 물었다”면서 “그럼 되묻고 싶다. 그때 고소했다면 사건은 해결됐을까요? 중요한 건 처음인지, 지금인지가 아니라 제가 피해 받은 것이 진실이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A씨의 증언 전문이다.
전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벽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느낌입니다. 더 이상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저는 도대체 누구와 이 싸움을 하고 있는건가요? 김학의, 윤중천인가요? 아니면 검찰인가요?
성폭력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피해자인 제 진술과 어렵게 준비한 증거들을 외면하고 계속 또 다른 증거만을 외쳤습니다. 고소인인 저만 조사하고 피의자는 물론 참고인조차 단 한 명도 부르지 않았던 검찰을 상대하기 위해, 저는 불기소 처분 이후 하루도 마음 편히 있지 못하고 검찰이 요구하는 증거와 증인만을 찾아다녔습니다.
저는 그들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저는 힘없고 약한 여자입니다. 제가 왜 저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저에게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2013년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그 동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 그들이 짧은 사과라도 했다면 저는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억울한 마음을 견디다 못해 저를 세상으로 나오게 만들고, 지금까지도 너무 괴로워서 하루에 몇 번 씩 죽음을 생각합니다. 검찰에 묻고 싶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다는 게 그렇게 지나친 요구입니까?
저는 힘들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피해자인 제 말은 무시하고, 면죄부나 다름없는 무혐의 처분을 낸 검찰에 그래도 다시 한 번 희망을 걸고 고소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처음 무혐의 처분을 냈던 검사가 제게 배정됐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검사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몇 달 만에 검사가 교체됐을 때 변호사님께 이번에는 억울했던 일들을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런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설레기까지 한다고 말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변한 게 없었습니다. 일 년 동안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면서 만든 고소장을 검찰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동영상만 형식적으로 조사하고 고소인 조사는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검찰 조사에 대한 트라우마로 병이 나기까지 했습니다.
왜!! 피해자인 제가 자꾸 저 자신을 내보여야 하나요? 한 번 제가 세상에 나설 때마다 제 몸과 마음은 그만큼 무너져 갑니다. 제가 고소장에 참고인으로 적었던 분들이 저를 볼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희생양 불쌍하다. 저는 이 사건의 희생양인겁니까?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였던 저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희생자가 되어야하는 겁니까?
애초에 동영상 증거물조차 없애버리셨으면 차라리 편했을 것입니다. 저도 아예 포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동영상 속 피해여성'으로 수면 위로 올려놓고, 이제 와서는 모른척하십니까? 처음 저는 그걸 TV로 봤습니다. 그 동영상 때문에 윤중천은 저에 대해 위협적인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너무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검찰에 찾아갈 힘도, 용기도 점점 사라져갑니다. 가장 두려운 건 검찰이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지금까지 저를 사람이 아닌 마네킹 취급하며 조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매일 밤 삶과 죽음길에서 밤을 새웁니다. 윤중천의 협박과 폭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권력이 무서웠습니다. 저도 숨 쉬고 싶습니다. 저를 또다시 희생양으로 만들어 놓은 김학의와 윤중천이 처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원주의 별장과 역삼동을 오가면서 벌어졌던 악몽같은 일들을, 저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저를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방법으로 괴롭혔던 그 사람들은 편히 웃고 떠들면서, 오히려 뒤에서는 저를 해코지할 음모를 짜고 있습니다.
제 말이 거짓말이라면 얼굴조차 모르는 또다른 피해 여성들과 어떻게 피해 내용이 똑같을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어디에 이 억울함을 이야기하면 들어주십니까? 저는 그냥 이렇게 제 자신이 힘없는 여자라는 것만 원망하면서 모든 것을 다 놓고 사라져 버려야 하는 건가요? 단 하루라도 편하게 숨 한 번 쉬어보는게, 단 하루라도 이 사건에서 벗어나 편한 마음으로 숨 쉬는게 제 소원입니다.
검찰은 처음 피해를 입었을 때 왜 고소를 하지 않았냐고 수십 번 물었습니다. 그럼 되묻고 싶습니다. 그 때 고소하였으면 사건은 해결 되었을까요? 중요한건 처음인지, 지금인지가 아니라, 제가 피해 받은 것이 진실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죽음을 몇 번을 넘나들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그들이 꼭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저의 한이 풀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