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사건을 제대로 재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5층 정의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검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사건을 제대로 재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의전화 등 673개 여성단체는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명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사건의 본질은 남성 권력이 여성들에게 가한 폭력이며 여성들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했다는 데 있다”며 “검찰은 성접대 혹은 뇌물거래 사건이라는 틀이 아닌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 성폭력 사건으로서 이 사건을 재수사해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A씨는 이날 서면을 통해 A씨는 “2013년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그 동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 그들이 짧은 사과라도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다는게 그렇게 지나친 요구냐”고 검찰에 물었다.

그러면서 A씨는 “검찰은 처음 피해를 입었을 때 왜 고소하지 않았냐고 수십 번 물었다”면서 “그럼 되묻고 싶다. 그때 고소했다면 사건은 해결됐을까요? 중요한 건 처음인지, 지금인지가 아니라 제가 피해 받은 것이 진실이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A씨의 증언 전문이다.

 

전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벽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느낌입니다. 더 이상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저는 도대체 누구와 이 싸움을 하고 있는건가요? 김학의, 윤중천인가요? 아니면 검찰인가요? 

성폭력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피해자인 제 진술과 어렵게 준비한 증거들을 외면하고 계속 또 다른 증거만을 외쳤습니다. 고소인인 저만 조사하고 피의자는 물론 참고인조차 단 한 명도 부르지 않았던 검찰을 상대하기 위해, 저는 불기소 처분 이후 하루도 마음 편히 있지 못하고 검찰이 요구하는 증거와 증인만을 찾아다녔습니다. 

저는 그들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저는 힘없고 약한 여자입니다. 제가 왜 저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저에게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2013년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그 동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 그들이 짧은 사과라도 했다면 저는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억울한 마음을 견디다 못해 저를 세상으로 나오게 만들고, 지금까지도 너무 괴로워서 하루에 몇 번 씩 죽음을 생각합니다. 검찰에 묻고 싶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다는 게 그렇게 지나친 요구입니까? 

저는 힘들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피해자인 제 말은 무시하고, 면죄부나 다름없는 무혐의 처분을 낸 검찰에 그래도 다시 한 번 희망을 걸고 고소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처음 무혐의 처분을 냈던 검사가 제게 배정됐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검사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몇 달 만에 검사가 교체됐을 때 변호사님께 이번에는 억울했던 일들을 제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런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설레기까지 한다고 말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변한 게 없었습니다. 일 년 동안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면서 만든 고소장을 검찰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동영상만 형식적으로 조사하고 고소인 조사는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검찰 조사에 대한 트라우마로 병이 나기까지 했습니다. 

왜!! 피해자인 제가 자꾸 저 자신을 내보여야 하나요? 한 번 제가 세상에 나설 때마다 제 몸과 마음은 그만큼 무너져 갑니다. 제가 고소장에 참고인으로 적었던 분들이 저를 볼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희생양 불쌍하다. 저는 이 사건의 희생양인겁니까?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였던 저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희생자가 되어야하는 겁니까? 

애초에 동영상 증거물조차 없애버리셨으면 차라리 편했을 것입니다. 저도 아예 포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동영상 속 피해여성'으로 수면 위로 올려놓고, 이제 와서는 모른척하십니까? 처음 저는 그걸 TV로 봤습니다. 그 동영상 때문에 윤중천은 저에 대해 위협적인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너무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검찰에 찾아갈 힘도, 용기도 점점 사라져갑니다. 가장 두려운 건 검찰이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지금까지 저를 사람이 아닌 마네킹 취급하며 조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매일 밤 삶과 죽음길에서 밤을 새웁니다. 윤중천의 협박과 폭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권력이 무서웠습니다. 저도 숨 쉬고 싶습니다. 저를 또다시 희생양으로 만들어 놓은 김학의와 윤중천이 처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원주의 별장과 역삼동을 오가면서 벌어졌던 악몽같은 일들을, 저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저를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방법으로 괴롭혔던 그  사람들은 편히 웃고 떠들면서, 오히려 뒤에서는 저를 해코지할 음모를 짜고 있습니다. 

제 말이 거짓말이라면 얼굴조차 모르는 또다른 피해 여성들과 어떻게 피해 내용이 똑같을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어디에 이 억울함을 이야기하면 들어주십니까? 저는 그냥 이렇게 제 자신이 힘없는 여자라는 것만 원망하면서 모든 것을 다 놓고 사라져 버려야 하는 건가요? 단 하루라도 편하게 숨 한 번 쉬어보는게, 단 하루라도 이 사건에서 벗어나 편한 마음으로 숨 쉬는게 제 소원입니다. 

검찰은 처음 피해를 입었을 때 왜 고소를 하지 않았냐고 수십 번 물었습니다. 그럼 되묻고 싶습니다. 그 때 고소하였으면 사건은 해결 되었을까요? 중요한건 처음인지, 지금인지가 아니라, 제가 피해 받은 것이 진실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죽음을 몇 번을 넘나들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그들이 꼭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저의 한이 풀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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