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는 ‘시민’이다④] 일본 미혼모, 속이야기 터 놓을 곳 있었다
[미혼모는 ‘시민’이다④] 일본 미혼모, 속이야기 터 놓을 곳 있었다
  • 일본 후쿠오카=김선미·진주원·이유진 기자
  • 승인 2018.08.06 09:46
  • 수정 2018-08-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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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시의 미혼모 상담소인 ‘후쿠오카 너스 센터’ 전경. ⓒ일본 후쿠오카=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일본 후쿠오카시의 미혼모 상담소인 ‘후쿠오카 너스 센터’ 전경. ⓒ일본 후쿠오카=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미혼 한부모에게는 임신을 하고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를 것인지 말 것인지, 기른다면 어떻게 길러야하는 것인지, 지원은 어떻게 어느 곳에서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입양을 보내야 할 것인지, 그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등 혼자서 고민하고 결정해야할 일들이 끝없이 쏟아진다. 이럴 때 누구와 어떻게 이야기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미혼모관련 다양한 정책과 지원은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작 순간순간의 고민과 어려움을 상의할 곳이 우리 사회에서는  없다고 많은 미혼모들은 말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힘든 순간마다 전화 한 통화로  상담을 하면, 가장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바로 알려주고 연결해 준다. 미혼모 상담소 ‘후쿠오카 너스 센터(nurse center)’가 그곳이다.  <여성신문>은 지난 7월 초 후쿠오카시에 위치한 미혼모 상담소 ‘후쿠오카 너스 센터’를 방문해, 미혼모에 대한 일본의 사회적 인식과, 일본 미혼모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서도 미혼모자 가정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2011년 모자세대가 된 이유별 구성비율의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13년까지 30년 만에 사별가정은 36.1%에서 7.5%로 감소하고, 미혼가정은 5.3%에서 7.8%로 2.5%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최근까지도 양육미혼모를 위한 별개의 정책이 아닌 한부모가정에 포함해 진행돼왔다. 미혼모의 출산과 양육을 돕기 위한 별도의 입소시설도 없을 뿐만 아니라, 특히 세법상에서는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다.

‘과부공제(일본에서는 아직도 ‘한부모’와 ‘과부’라는 용어가 함께 쓰인다) ’라는 정책이 있어, ‘이혼 또는 사별로 인해 모부자가정이 된 사람’들은 세금공제를 받는다. 세금공제가 중요한 이유는 보육시설에 입소 신청을 할 경우, 세금이 낮은 순으로 우선순위가 주어지기 때문에 한부모 자녀들은 입소순위에서 우선이다. 하지만 미혼모부들에게는 이 과부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혼모들은 상대적으로 세금이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자녀들을 입소시킬 때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하지만 이에 이의를 제기한 미혼모부들의 의견을 반영해 현재 미혼모부들의 경우 ‘과부공제’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 세금 계산이 보육시설 입소신청 시 적용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공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세법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다.

‘후쿠오카 너스 센터'는 10여년 넘게 자체적으로 상담 사업을 하던 지역의 간호사협회가 3년 전 후쿠오카시로부터 상담사업을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상담 인력도 보건사, 조산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미혼모 외에도 청소년, 부부 등을 상대로 생활 속 고민이나 사춘기, 임신·육아 등 다양한 상담을 제공한다. 이곳 상담사들을 통해 미혼모들의 이야기부터 정책 개선점까지 폭넓게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임신중절수술이 법적으로 가능하며 양자입양 제도가 발달해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도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다”는 게 상담사의 이야기다. 주로 전화 상담이 많지만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미혼모들의 경우 이메일을 통한 익명 상담이 많다고 한다. 상담소 역시 앞서 본지가 취재한 시립 도론코야간보육원, 후쿠오카시청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상담사 다카스카 아케미씨 씨는 인터뷰에서 “미혼모들의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면 임신중절수술 대신 양육을 선택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일본 후쿠오카시의 미혼모 상담소인 ‘후쿠오카 너스 센터의 상담사들.
일본 후쿠오카시의 미혼모 상담소인 ‘후쿠오카 너스 센터'의 상담사들. ⓒ일본 후쿠오카=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상담소의 주요 역할과 업무는?

상담센터는 구체적인 상담과 함께, 내담자의 상황에 맞게 제도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정촌 단위별 행정기관의 가장 적절한 지원 부서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복지제도가 다양하고 복잡하다 보니 어디에 어떻게 전화해야 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기서는 시설이 모든 정보를 가진 창구가 돼서 연결해준다. 내담자의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드러날 일은 없다.

상담하는 미혼모들이 주로 어떤 내용을 문의하나?

중·고등학생들의 상담이 적지 않다. 이들은 당장 학교를 다녀야 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일본에는 학생이 임신할 경우 퇴학을 시키지 못하게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다수가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직접 퇴학 처분을 하진 않지만 자퇴를 택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니 다니게 해야 하지만 고등학교는 분위기가 다르다. 또 임신중절을 하고 싶은데 비용이 없다거나, 상대 남성이 도망갔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기도 한다. 특히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처음 만난 사람과 임신을 한 경우도 꽤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고민이며, 우리에게도 익명으로 이메일 상담하는 사례가 많다.

미혼모의 임신중절 상담은 어떻게 대응하나? 수술에 관한 절차는?

임신중절수술이 합법인 만큼 중절에 관한 문의 전화가 오면 병원을 소개해준다. 본인이 병원에 전화해야 한다. 수술 여부는 병원에서 의사가 결정하게 된다.

11주까지를 초기임신으로, 12주부터 중기임신으로 구분한다. 22주부터는 중절수술이 금지된다. 11주까지는 의사가 수술하겠다고 하면 가능하다. 단 상대 남성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남성의 동의서를 받지 못하는 경우 본인이 사정을 작성해서 의사가 동의하면 가능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못한다.

중기임신의 경우 절차가 달라진다. 구청에다 사산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절 시 탯줄을 화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화장을 해주지만 이를 위해서 신고해야 한다. 호적에 남거나 하는 것은 아니어서 본인이 밝히지 않는 한 출산에 관한 흔적이 남는 것은 아니다. 초기 중절 비용은 8~14만엔, 중기 중절 때는 40만~60만엔 정도 든다. 중기 중절 산부인과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미혼모가 출산하는 경우 양육 지원이나 입양제도가 있나?

22주가 지나서 출산할 수밖에 없는 경우 우리는 특별양자원(시설)을 소개해준다. 입양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공적기관과 민간기관이 있다. 공적 기관은 시마다 한 곳씩 있다. 후쿠오카에는 에가오칸이라는 시설이 있다. 입양을 보낼 경우 국내로 가는지 외국으로 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양육 지원을 원하는 경우는 한부모복지제도에 대해 안내해준다. 현과 가정아동상담실(시·현 운영) 있는데, 복지창구가 있다.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 출산비, 생활보호 상담, 주거비, 생활비를 어느 정도 지원한다. 가장 좋은 원칙은 파트너(남성)가 원조하는 것이지만 미혼모는 그것을 해줄 수 없기에 상담실에서 보편적 복지를 받기 전까지 지원해준다.

 

일본 후쿠오카시의 미혼모 상담소인 ‘후쿠오카 너스 센터’의 상담사 다카스카 아케미 씨. ⓒ일본 후쿠오카=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일본 후쿠오카시의 미혼모 상담소인 ‘후쿠오카 너스 센터’의 상담사 다카스카 아케미 씨. ⓒ일본 후쿠오카=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양육미혼모 입소시설은 있나?

후쿠오카시에 ‘보시료(母子寮)’라는 시설이 있다. 이곳은  미혼모자뿐만 아니라 사별·이혼 등 한부모나 가정폭력 피해자 등 아이를 기를 환경이 안 되는 사람들 누구나 받아들이는 곳이다.

한국의 양육미혼모들은 주거 문제를 어려움으로 꼽는다. 일본의 양육미혼모들은 주로 어디에 거주하는가.

일본은 한국처럼 미혼모를 위한 입소시설은 없다. 한부모 지원 정책으로 아파트 월세 정도는 보조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보시료에 갈 이유가 없다. 원가족의 집에 함께 사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이상적인 건 독립해서 생활하는 것인데,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부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이를 양육한다. 보시료에 가는 사람은 경제적 문제보다는 폭력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목적이 크다.

미혼모들은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 만큼 일과 육아의 병행에 어려움이 많다.

아르바이트나 무직이 많다. 처음부터 무직이 아니라 임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둔 경우가 많다. 정규직의 경우 출산, 육아휴직을 내고 다니기도 한다. 미혼모에 대한 주위의 편견을 이겨낼 각오를 하는 경우에 말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편견은 여전히 있다.

미혼모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는 어떤가.

주변을 신경쓴다. 특히 중고등학생이 출산하면 아이를 양자로 보내는 경우 많다. 일본은 양자를 들이는 것이 보편화된 전통적인 문화다. 구마모토현에는 ‘아카짱포스트’라는 베이비박스가 있다. 기를 수 없는 경우 아이를 이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병원이 운영한다. 낳기 전에 데려갈 부모와 며칠 같이 생활하기도 하며 출산 후 모유수유를 한번 하고 데려간다.

현재 일본 미혼모 정책을 평가한다면.

주택이나 육아 지원 등에서 아직 멀었다고 본다. 한국처럼 일본에도 미혼모 시설이 있다면 임신중절이 줄어들고 출산을 선택할 것 같다. 원가족을 떠나 생활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거기서 모여서 생활하려고 할 것 같다. 다행히 일본가족계획이라는 곳에서 임신중절이 줄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문부과학성의 피임 교육이 철저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는 적극적인 피임방법이 아니라 순결교육이다.

*일본은 한국의 모자보건법과 비슷한 일본의 모체보호법(母体保護法)을 통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14조에는 성폭력에 의한 임신과 함께 ‘임신의 계속과 분만이 신체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신중절 수술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임신 22주 내에는 합법적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임신중절 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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