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 ‘근절 추진단’·지방청 ‘특별수사팀’ 신설

여경 확대·중용 천명, 여성학 전문가 충원도

성평등 조직 위한 시스템·문화 마련도 관심

 

제21대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제21대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이 취임 후 ‘여성’ 중심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여성 대상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성폭력과 불법촬영 근절을 약속하는 한편, 일부 반대 여론에도 여경 확대와 중용 입장을 재자 강조했다. #미투 운동을 비롯해 6만명이 모인 ‘혜화역 시위’(불법촬영 규탄시위) 등 연일 터져나오는 여성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경찰이 적극 화답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 청장은 3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성 중심 문화에서 피해를 입고도 말하지 못했던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경찰로서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경찰 조직을 갖추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 청장은 이를 위해 데이트 폭력, 성폭력, 사이버 범죄 등으로 분산돼 있던 여성 대상 범죄 대응체계를 통합, 본청에 여성 대상 범죄 대책 마련과 수사를 총괄·조정하는 ‘여성대상범죄 근절 추진단’을 설치하고 각 지방청에 ‘여성대상범죄 특별수사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민 청장은 취임 직후 이같은 내용의 ‘여성 대상 범죄 총력 대응체계’를 발표했다. 추진단장은 학계 또는 시민단체 등 외부로부터 여성 전문가를 선발해 채용하고, 여경 부단장(총경) 아래 기획·협업, 현장대응, 여성대상범죄 수사점검 3개 팀으로 추진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지방청 특별수사팀에는 수사 책임자인 팀장을 포함해 여성 수사관을 50% 수준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여성 수사전문가 양성을 위해, 심리학·여성학 등 전공자를 여성 경찰관으로 경력채용해 피해자 ‘조사 전문가(Forensic Interviewer)’로 활용하고, 여성폭력 관련 민간전문가를 조사과정 조정관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민 청장은 지난 24일 취임식에서도 “경찰은 누구보다 여성들이 느낄 극도의 불안과 절박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여성이 책임을 총괄하는 전담 대응기구를 신설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불법촬영 등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와 불법을 근절해 나가야 한다”며 ‘여성 대상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민 청장은 치안 환경에 따른 여성경찰(여경) 확대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민 청장은 “앞으로 여성 관련 치안 수요가 늘어나므로 여성수사팀장을 배치하고 여경 수를 늘리는 등 남성 위주의 경찰 구성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2022년까지 여경을 전체 15%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체 경찰 11만명 가운데 여경은 10% 남짓에 그친다.

민 청장은 “경찰은 힘을 쓰는 남성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찰이 시민의 경찰로 거듭나려면 구성 비율을 맞춰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민 청장은 취임 이튿날 단행한 인사에서 경찰청 본청 국장급에 여성을 임명했다. 이은정(치안감) 신임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은 본청에서 경무국장을 했던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 이후 역대 2번째로 본청 국장 자리를 맡았다. 치안감은 치안총감(경찰청장), 치안정감(서울경찰청장 등 6명)에 이어 경찰 내 세번째로 높은 계급이다. 이번 인사는 여성 경찰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민 청장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 청장은 경찰개혁위원회에 참여해 경찰개혁의 실무를 총괄했으며 성평등 정책에서도 합리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지난 4월 경찰 조직 내 성평등문화 형성을 위해 발족한 ‘경찰청 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실현에 관심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6월 22일 경찰청장에 내정된 후 열린 성평등위원회 임시회의에서도 “‘경찰청 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은 성평등한 경찰이 성평등한 치안을 이뤄내기 위해 꿰는 첫 단추”임을 강조하고, “경찰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간다는 사명으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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