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 ‘근절 추진단’·지방청 ‘특별수사팀’ 신설
여경 확대·중용 천명, 여성학 전문가 충원도
성평등 조직 위한 시스템·문화 마련도 관심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이 취임 후 ‘여성’ 중심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여성 대상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성폭력과 불법촬영 근절을 약속하는 한편, 일부 반대 여론에도 여경 확대와 중용 입장을 재자 강조했다. #미투 운동을 비롯해 6만명이 모인 ‘혜화역 시위’(불법촬영 규탄시위) 등 연일 터져나오는 여성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경찰이 적극 화답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 청장은 3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성 중심 문화에서 피해를 입고도 말하지 못했던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경찰로서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경찰 조직을 갖추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 청장은 이를 위해 데이트 폭력, 성폭력, 사이버 범죄 등으로 분산돼 있던 여성 대상 범죄 대응체계를 통합, 본청에 여성 대상 범죄 대책 마련과 수사를 총괄·조정하는 ‘여성대상범죄 근절 추진단’을 설치하고 각 지방청에 ‘여성대상범죄 특별수사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민 청장은 취임 직후 이같은 내용의 ‘여성 대상 범죄 총력 대응체계’를 발표했다. 추진단장은 학계 또는 시민단체 등 외부로부터 여성 전문가를 선발해 채용하고, 여경 부단장(총경) 아래 기획·협업, 현장대응, 여성대상범죄 수사점검 3개 팀으로 추진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지방청 특별수사팀에는 수사 책임자인 팀장을 포함해 여성 수사관을 50% 수준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여성 수사전문가 양성을 위해, 심리학·여성학 등 전공자를 여성 경찰관으로 경력채용해 피해자 ‘조사 전문가(Forensic Interviewer)’로 활용하고, 여성폭력 관련 민간전문가를 조사과정 조정관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민 청장은 지난 24일 취임식에서도 “경찰은 누구보다 여성들이 느낄 극도의 불안과 절박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여성이 책임을 총괄하는 전담 대응기구를 신설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불법촬영 등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와 불법을 근절해 나가야 한다”며 ‘여성 대상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민 청장은 치안 환경에 따른 여성경찰(여경) 확대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민 청장은 “앞으로 여성 관련 치안 수요가 늘어나므로 여성수사팀장을 배치하고 여경 수를 늘리는 등 남성 위주의 경찰 구성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2022년까지 여경을 전체 15%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체 경찰 11만명 가운데 여경은 10% 남짓에 그친다.
민 청장은 “경찰은 힘을 쓰는 남성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찰이 시민의 경찰로 거듭나려면 구성 비율을 맞춰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민 청장은 취임 이튿날 단행한 인사에서 경찰청 본청 국장급에 여성을 임명했다. 이은정(치안감) 신임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은 본청에서 경무국장을 했던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 이후 역대 2번째로 본청 국장 자리를 맡았다. 치안감은 치안총감(경찰청장), 치안정감(서울경찰청장 등 6명)에 이어 경찰 내 세번째로 높은 계급이다. 이번 인사는 여성 경찰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민 청장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 청장은 경찰개혁위원회에 참여해 경찰개혁의 실무를 총괄했으며 성평등 정책에서도 합리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지난 4월 경찰 조직 내 성평등문화 형성을 위해 발족한 ‘경찰청 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실현에 관심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6월 22일 경찰청장에 내정된 후 열린 성평등위원회 임시회의에서도 “‘경찰청 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은 성평등한 경찰이 성평등한 치안을 이뤄내기 위해 꿰는 첫 단추”임을 강조하고, “경찰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간다는 사명으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