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6일 인도 콜카타에서 열린 ‘생리대 사치세 취소’ 요구 시위 ⓒFlickr/Naar
지난해 6월 16일 인도 콜카타에서 열린 ‘생리대 사치세 취소’ 요구 시위 ⓒFlickr/Naar

“생리대가 사치품?” 분노한 인도인들, 1년 만에 ‘생리대 면세’ 끌어내

한국은 부가세 ‘부분’ 면세...원가 상승 등 이유로 가격 ‘제자리’

이제 인도에서 생리대는 ‘면세품’이다. 인도 정부가 최근 월경용품에 부과하던 ‘사치세’를 전면 폐지했다. 시민 수십만 명이 세금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와 청원 등을 이어온 지 약 1년 만이다. 이번 결정이 여러 나라의 유사한 과세 정책에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받고 있다.

24일 타임스오브인디아, CNN 등 보도를 종합하면, 21일(현지시각) 피유시 고얄 인도 재무장관 대행은 “모든 엄마들과 자매들은 이제 생리대가 100% 면세라는 소식에 매우 행복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그간 생리대를 ‘사치품’으로 간주해 12%의 세금을 부과해왔다.

‘생리대 사치세’는 인도에서 지난해 7월 재화 및 서비스세(GST)가 도입되면서 생긴 변화다. 피임도구는 면세인데 생리대는 ‘사치품’으로 분류돼 12%의 세금이 붙었다. 부당한 조처라는 여론이 일었고, 생리대 면세 요구 시위가 수차례 열렸다.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 여성위원회(AIMC) 위원장인 수시미타 데브 의원이 직접 주도한 생리대 과세 취소 청원 운동엔 40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여성네트워크 ‘SheSays’ 등은 ‘#LahuKaLagaan(혈세)’ 해시태그 운동을 벌여 이 문제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국제 여성네트워크 ‘SheSays’ 등은 2017년 4월부터 ‘#LahuKaLagaan(혈세)’ 해시태그 운동을 벌여 인도의 생리대 과세 문제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SheSays
국제 여성네트워크 ‘SheSays’ 등은 2017년 4월부터 ‘#LahuKaLagaan(혈세)’ 해시태그 운동을 벌여 인도의 생리대 과세 문제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SheSays

인구의 절반인 여성은 평생 동안 40년 가까이 매달 5~7일간 피를 흘린다. 그러나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15세~24세의 인도 여성의 40% 이상이 안전하고 적합한 월경용품을 사용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옷감, 솜 등 부적합한 대용품을 쓰다가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인도 소녀들 중 28%는 월경 기간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려워 학교에 결석한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안심하고 피 흘릴 권리’가 결국 여성의 건강권, 학습권, 경제권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유엔(UN)도 2013년 월경의 위생 문제는 공공 보건 사안이자 인권 문제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인도 안팎의 여성·시민단체는 일제히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여성의 기본권을 위한 당연한 조처”라고 밝혔다.

이제 인도는 아일랜드, 케냐, 캐나다 등 지구상에 몇 안 되는 ‘생리대 면세’ 국가가 됐다. 영국(5% 이상의 부가세), 미국(주마다 다르지만 2~10% 판매세 부과) 등 여러 국가에서도 시민들이 ‘생리대 면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 네트워크’ 출범식 참가자들이 ‘추석맞이 독성생리대 퇴출 한가위질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9월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 네트워크’ 출범식 참가자들이 ‘추석맞이 독성생리대 퇴출 한가위질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에서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취급돼 2004년부터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다. 그러나 생산·유통 전 과정에 대한 면세가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세에 대한 ‘부분’ 면제다. 팬티라이너 제품은 제조사에 따라 ‘생리혈 처리용’과 아닌 것으로 임의 구분돼 전자만 부가세가 면제된다. 제조사들이 독과점 시장을 형성해 생리대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고, 최근 유해물질 파동으로 안심하고 사용하기조차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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