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극장] 게임은 남자만의 놀이 문화가 아니다
[기울어진 극장] 게임은 남자만의 놀이 문화가 아니다
  •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 ‘페이머즈’
  • 승인 2018.07.25 11:01
  • 수정 2018-09-0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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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인터랙티브 코리아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 ‘플레이스테이션4(PS4) 허락을 위한 분명한 명분’ 중 ⓒ유튜브 영상 캡처
소니 인터랙티브 코리아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 ‘플레이스테이션4(PS4) 허락을 위한 분명한 명분’ 중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소니 인터랙티브 코리아에서 제작한 ‘플레이스테이션4(PS4) 허락을 위한 분명한 명분’이라는 웹드라마가 온라인상에서 많은 논란을 빚었다. 결혼을 앞둔 남주인공이 PS4 구매를 반대하는 예비 신부를 설득하는 것이 주요 스토리인 이 드라마는 ‘여성들은 이해 못하는 남자들만의 게임문화’라는 프레임으로 여성들을 게임 소비층에서 배제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게임 업계에서 남성만을 문화적 주체로서 대접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TV, 지하철 역사,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게임 광고는 물론, 이런 게임들을 홍보하고 시연하는 게임 스트리머들까지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은 ‘남성’만의 놀이 문화일까? 한국컨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17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75%, 여성의 65%가 게임 이용을 즐긴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이 게임을 즐기는 비율이 남성보다 낮다 하더라도 고작 10%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게임을 즐기는 여성을 ‘극소수’로 치부할 수 없을뿐더러, 모바일 게임에서는 오히려 여성 이용자의 비율이 더 앞서고 있다.

이러한 증거들은 게임이라는 놀이문화가 결코 ‘남성의 것’만으로 치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게임 내에서 여성은 주체로서 존재하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 내에서 여성은 철저히 타자화돼 같은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사 ‘37games’에서 서비스하는 12세 등급의 게임, ‘운명:무신의 후예’는 광고에서 실제 게임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뒤돌아 선 헐벗은 여성 캐릭터와 커서가 등장하고 “누가, 살려줘, 안 돼”라는 대사로 동의 없이 하의가 벗겨지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 광고는 인터넷, 유튜브 등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송출됐으며 12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게임의 이용을 지양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유명인들이 자처해서 게임 이용을 부추겼다. 200만명가량이 구독하는 유명 게임 스트리머 ‘대도서관’, ‘보겸’ 등은 해당 게임의 문제점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허위와 과장을 담은 편파적인 영상을 제작해 게시했다. 해당 게임은 2018년 7월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최고 매출을 올린 게임 중 4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유통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 성적대상화와 성매매 문화를 정당화하는 ‘왕이 되는 자’, 어린 여성들을 성상품화한 ‘언리쉬드’,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성적 판타지 충족 도구로 사용하는 ‘데스티니 차일드’ 등 끊임없이 여성을 타자화하며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게임이 허다하다. 심지어 차별 없는 다양성을 지향한다던 ‘오버워치’마저 ‘젊고 예쁜’ 여성 캐릭터만을 보여준다.

게임 스트리머를 포함한 소비자들도 게임계의 여성배제적 문화를 답습하고 재생산하고 있다. 게임 스트리머들은 ‘오버워치 이쁜 영웅’, ‘엉덩이가 이쁜 영웅’, ‘갈고리에 끌려가는 영웅들의 표정’. ‘메르시 팬티 보는 영상’ 등 여성 영웅들을 관음 대상으로 전락시켜 유머를 빙자한 성희롱을 일삼았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이런 영상들을 공개적으로 전시하며 그들의 놀이 문화에서 여성을 또다시 철저히 배제했다. 게임은 남성의 놀이 문화이며, 여성은 남성 게이머와 동등하지 않은 존재임을 공고히 한 것이다.

다양한 방도로 재생산된 게임 내 여성혐오를 습득한 이들은 또다시 여성혐오적 언어를 이용하며 남성연대를 다진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자를 인간이 아닌 성기로 치환하여 ‘보지’로 부르는 일이 허다하며, 여성 캐릭터에 ‘보’라는 말을 붙인다. 오버워치의 여성 영웅 ‘메르시’를 ‘보르시’라고 부르는 것이 그 예다. 이런 단어들은 여성 게이머와 그 캐릭터를 희롱하고, “여성들은 예쁘고 쉬운 캐릭터만 플레이한다”, “여성은 게임을 못한다”는 편견을 전파해 여성을 무시하는 데 사용된다. 스트리머 보겸의 유행어 ‘보이루’ 역시 단순 인사말이 아닌 여성비하적 의도로 쓰이며, ‘삼일한’(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한다의 줄임말), 오버워치의 여성 영웅 송하나의 ‘송’과 ‘성희롱’을 합친 ‘송희롱’ 등 수많은 여성혐오 표현이 규제 없이 인터넷상 퍼졌다. 많은 이들이 이에 동조하고 사용하면서 여성과 여성 게이머를 조롱하는 언행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게임 내외에서 공고히 다져진 여성혐오의 생산과 재생산의 구조는 여성 게이머의 존재를 지우고 게임을 남성만의 전유물 마냥 여성에게서 빼앗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남성중심적인 게임 문화에 의문을 가진 여성 게이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 21일 연 ‘청소년 #미투, 우리에게도 목소리가 있다!’ 중 페이머즈의 강연에서 참가자들은 게임계의 젠더 이슈를 토론하며 변화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제야 비로소 ‘게임은 남성만의 놀이문화가 아니다’라는 외침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말한다. 게임은 ‘언제고’ 남성들만의 문화인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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