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오후 1시30분 - 울릉도 도동항 도착. 군청 문화담당 자들이 소박한 모습으로 반겨 주었으나 일행들은 노란 얼굴로 배멀미에 지친 모습. 점심을 먹고 숙소로 가 짐을 풀자마자 오늘 저녁 공연이 있을 학생체육관으로 가 보았다. 울릉도 최초의 실내 공연이 펼쳐질 그 곳에는 임시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오후 3시 - 7시 공연이 시작되기 전 조명과 음향을 설치하고 하나 뿐이라는 피아노를 튜닝하고 테스트 해야 하는 바쁜 일정.

음향기사가 오지 못하여 군청 직원이 할 수 밖에 없어 걱정들을 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육지에서 배편으로 실어온 조명 들이 높은 대에 달리기 시작하고 음향을 맞춰 보느라 무대위는 정신이 없고, 6시가 다 되어서야 유진 박과 밴드는 리허설을 시작. 공연 한시간 전인데도 체육관은 반 이상이 채워졌고 열정적인 유진 박의 리허설에 시작하기도 전, 아이들의 사인 공세가 이어진다.

울릉도 최초의 실내 공연

뜨거운 무대와 객석 사이로 숨가쁘게 뛰어다니다.

오후 7시 - 드디어 안미순 부단장의 사랑의 문화봉사단 소개와 인사말 그리고 유진 박 소개가 이어지자 실내는 서늘한 기온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열기에 휩싸인다.

최혜숙 팀장과 권영옥 씨는 공연이 시작돼도 앉을 틈이 없이 계속 무대와 주변을 챙기느라 정신 없이 몸을 구부리고 왔다 갔다 한다. 추운 날씨에 벌써 몇 시간째 무대 주변을 서성거리는지 모른다. 우려했던 음향은 계속 정확한 소리를 잡아내지 못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조명 역시 온갖 색색가지 불을 이리저리 돌려서 연주자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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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진행 상의 문제들은 우리 운영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숨은 고민일 뿐. 어쨌든 객석은 유진 박의 신나는 ‘울릉도 트위스트’에 맞춰 노래 하느라 정신 없다. 우리도 객석 맨 앞에 앉아 노래하고 박수 친 지 한시간, 유진 박의 열정적인 무대도 끝났다.

앙콜곡도 끝나고 그 날 아침 육지에서 주문해 왔다는 귀한 꽃다발도 증정. 줄지은 사인 공세는 잠시 후 식당에까지 이어진다. 공연이 끝나고 21살의 젊은 해군에게 공연 소감을 물어 보니 “이렇게 외딴 곳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지요.”

29일 오후 4시 - 드디어 포항으로 출발.

하루에 한번 뜨는 배편 때문에 봉사단 단원들은 어렵사리 방문한 울릉도의 절경을 볼 수 있었다. 새벽에 눈비비고 일어나서 시작한 울릉도 반주(반만 돌아 보았으니 일주는 아니고)는 비가 계속 함께 해주어서 낭만을 더했다. 태하령 고개 길은 청룡 열차가 무색할 정도의 스릴 넘치는 수직, 급커브의 연속이었다.

배 타기 직전 빗길 속의 해안도로 산책은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개발이 안된 기가 막힌 암벽과, 들어가면 파랑 물이 들것 같았던 바닷물의 조화는 ‘이태리의 카프리보다 절경’이라는 감탄을 거듭하게 했다.

30일 새벽 3시 30분. 포항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드디어 서울 도착. 유진 박은 창원에서 있을 공연을 위하여 포항 버스터미널에서 작별하고 신새벽 정신 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오면서 이번 울릉도 공연으로 몇명의 청소년이 미래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할 수 있을까를 가늠해 보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한번 뿌린 씨로 성급한 기대를 하는 졸속한 마음을 스스로 반성하면서 일년에 한번 이상씩 이런 공연이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 충만한 새벽 길이었다.

<손효경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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