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여성주의자들 다시 보수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 내에서 보수주의가 승리한다는 사실은 쉽게 눈에 띈다. 이런 분위기가 아프가니스탄을 보복공격하는 부시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초 유럽과 근동의 고대여신종교를 설파했던 캐롤 크리스트가 얼마 전 기독교 과정신학 연구소 존 캅(John Cobb, Jr.)교수의 초청으로 클레몬트에서 강연했다.

크리스트가 유명한 이유는 예일대학을 졸업한 극소수의 기독교 여성신학자로 출발하지만 곧 유럽과 근동의 고대여신종교로 ‘개종’했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트는 기독교의 하나님에게서 남성성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판단해 이를 버리고 대신 ‘여신(Goddess)’과 여신학(thealogy)을 주장했다.

그러나 과정신학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크리스트의 강연 자체가 이미 그녀가 적어도 진보적인 기독교 신학자들과 타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런 조짐은 실제로 크리스트의 1996년 책 <여신의 재탄생>에서 보여졌다. 그녀는 과정신학의 신론인 범재신론이 여신을 잘 설명한다고 썼다.

강연 자체도 과정신학자 찰스 하트숀의 신학이 어떻게 여신학과 접목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일 뿐 과정신학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과정신학과 여신학은 공통점이 많기는 하지만 구조적인 비판없이 쉽게 손을 잡는 것은 여신학이 그만큼 많이 타협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게 되면 여신학도 기독교 신학의 문제점을 그대로 뒤집어 쓸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크리스트는 이 위험보다 기독교도들에게 자신의 여신학을 알리고 지지를 받는 일을 더 선호한 것이다.

한국 기독교인들이 주지해야 할 점은 이미 미국의 기독교 신학은 너무나 다양화되어서 신학자들 사이에도 이제는 쉽게 일정한 공통성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진보적인 신학자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이론을 버리고 과학, 생태학, 여신학을 다루면서 그것이 신학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소위 기독교 이설자들이 미국 기독교에 자리를 굳히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주류를 이루는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강력하게 전통신학에 반대하고 나오기 때문이다.

확실히 90년대 이래로 여성주의에 대한 남성 반격적인 보수적인 성향이 전지구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그래서 현재 대다수의 여성주의 이론은 아무리 공부해도 운동의 역량을 찾을 수 없는 공허한 이론으로 전락한 것이다.

지금은 70년대와 80년대 초 강력한 사회변화를 조성했던 미국의 급진적 여성주의가 버지니아 울프 및 메리 데일리와 더불어 분노하면서 한탄하는 시기요, 각 분야의 여성주의 운동가들은 숨을 죽이고 다시 일어설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황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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