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청에 위치한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장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국회 본청에 위치한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장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사무처가 여가위 관련 엉터리 정보를

국회 사무총장 국회의장에게 보고하고 결정

“국회 행정 파트가 국회의원들 무시...

여가위 소속 의원들 여성·초선이어서”

국회가 여성·가족 법안을 심의, 의결하는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의 국회 본청 내 전체회의장을 없애기로 해 충격을 주고 있다. 회의장 없는 상임위는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국회가 여성·가족 문제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결정은 여성가족위원회 위원(각 정당 의원 17명)들이 구성되기 전 국회의 행정을 담당하는 사무처가 독단적으로 결정해 통보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으로 번질 모양새다.

여가위 전체회의장 폐지 방침은 최근 국회에 상임위원회가 분리 신설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쪼개지면서 전체회의장이 추가로 필요해지자 여가위 회의장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상임위는 단독상임위와 겸임상임위로 나뉘고 겸임위는 상대적으로 업무가 적은 편이다. 겸임위는 3곳으로 정보위원회와 운영위원회도 있지만, 여가위만을 특정해 방을 빼라고 한 것이다.

이같은 방침은 국회 사무처의 관리국이 독단적으로 만든 보고안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심지어 당사자인 여가위 측에는 사전 협의도 없이 이루어졌다. 이뿐만 아니다. 사무처는 여가위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 사무총장과 국회의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위 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사무처가 작성한 보고안에는 여성가족위원회가 회의 건수가 적어 성과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여가위는 전반기 국회 2년간 기본회의만 29회를 열고 법안심사소위, 국정감사를 포함하면 50회 이상 갖는 등 겸임 상임위는 물론 단독 상임위 못지않게 일을 했다는 입장이다.

회의장 폐지는 미투 국면 등으로 성차별·성희롱 방지 등 성평등 대책을 전담하고 논의를 확대해야 할 여가위의 위상 축소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밖에 없다. 특별위원회들과 회의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상설 상임위원회가 특별위원회 수준으로 격하되는 모양새다. 전체회의장이 없으면 회의를 개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단독상임위가 우선이다보니 겸임상임위는 회의 개최 날짜 한번 잡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회의장까지 다른 상임위들과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면 일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을 통해 국회가 여성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시각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초선 중심이고 위원장도 재선급인데다, 여성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이런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렇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국회 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여야 간사 정춘숙·송희경·윤소하 의원 “말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정춘숙 의원은 “말도 안 된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겸임 상임위여서 그렇게 판단했다면, 운영위, 정보위가 있는데, 두 군데에 비해 여성 아동 가족은 큰 문제이고 그들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가위 의원들은 나름의 소명의식이 있어서 겸임위임에도 더 열심히 했다. 특히 여성·가족 이슈는 본인의 지역구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예민하고 까다로운 문제”라면서 “국회에서 여가위가 이런 대우를 받는다면 누가 헌신적으로 일하려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송희경 의원은 “상임위를 이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분개했다. “여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미투 문제, 양성평등, 저출산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루지 못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정부와 국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가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상임위 방을 빼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큰 이슈를 다루고 있고, 가족 문제도 중요한데 여성이라는 단어가 앞에 있다고 문제로만 본다는 것도 나쁜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또 송 의원은 “17개 상임위 중에서 여가위의 법안 통과율이 1위다. 겸임 상임위인데도 어느 상임위보다 열심히 했다”면서 “정부·여당도 문제지만 사무처가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업무 태도를 꼬집었다.

원내교섭단체 평화와정의모임의 간사인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여러 위원회 중에서 여성가족위원회만 지목했다는 점에서 유감의 정도가 아니라 분노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문제에 대한 국회가 가진 인식의 일단을 그대로 반영한 상징적인 문제고 관점과 철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국회라는 곳에서 특히 그 동안 소홀하게 다뤄졌던 여성, 아동, 가족 문제에 대해 존중하는 모습과 정치활동의 폭을 넓히는데 노력해야 하고, 현재 법안이 많이 발의돼 있는 만큼 국회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변화 개혁돼야하는 게 국회 모습인데 반대로 가고 있다. 여성가족위원회도 그렇고 여성가족부도 부수적, 종속적으로 여겨져 온 태도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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