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난타] 조기영어교육

일산에 사는 ㅈ주부, 신문 사이에 끼워져 오는 어린이 영어학원 광고지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 강남에 있는 부모들은 영어 유치원까지 보내면서 어릴 때부터 영어교육을 시킨다는데…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곳은 교육비가 만만찮고 또 그저 그런 학원에 보내자니 미덥지가 않다.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 대해 영어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아이를 둔 부모의 고민은 장난이 아니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아이만큼은 영어로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는 욕심에 비싼 돈 들여가며 가르치는 부모에서부터 그저 불안한 마음에 이 학원 저 학원 기웃거리는 부모까지 영어는 어느새 아이 세대까지 내려온 짐이 돼버렸다.

이런 짐을 아주 ‘소신있게’ 내려놓은 부모들이 있다. 일산의 공동육아조합 ‘야호! 어린이집’ 부모들은 ‘일부러’ 언어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영어는 물론 한글도 마찬가지이다. 단 아이가 욕구를 보일 때는 예외이다.

참여한 사람

심유정 아이들 글쓰기 교사, 5세, 6세 딸

김한결 중학교 교사, 현재 육아휴직중, 37개월 된 딸

배정화 약사, 7세 아들, 4세 딸

오태돈 영어교사, 6세 아들

권정우 대학강사, 6세 아들, 40일 된 아기

장숙희 학원강사, 8세 딸, 4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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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못해도 아이들 스스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부모들. (왼쪽부터) 권정우, 오태돈, 배정화. 김한결, 심유정씨. <사진·민원기 기자>

배정화 : 일부러 영어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안해봤다. 학교가기 전에 자유롭게 놀게 해주고 싶은데…. 학습능력은 나중에 저절로 생기는 거지.

오태돈 : 그렇다고 우리가 아이들을 무작정 놀게 하는 것은 아니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놀게 하지. 가령 치아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 치과 박물관이나 모의치과놀이를 통해서 이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적으로 알게 해준다.

장숙희 : 그러니까 터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교사는 개입하지만 주체는 아이들이다.

오태돈 : 나는 아이에게 영어나 한글을 조금씩 가르친다. 주로 엘리베이터 안에선데, 광고 문구나 스티커에 생각보다 글자가 많다. 영어도 돈 안들이고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장숙희 : 조기 영어교육 열풍은 인지교육 지상주의와 또 사회적인 경쟁력에서 앞서가자는 생각이 낳은 결과이고 우리 유아교육의 현주소다.

권정우 : 영어든 한글이든 어떻게 교육시키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중고등학교 과외처럼 교육시키는 것이 문제지….

"아이는 기르는 게 아니라 자라는 거다

우리 아이는 한글도 전혀 모르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공부 못하면 어떤가

다른 데서 행복을 느끼면 된다

어린 시절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정말 폭력적이다"

장숙희 : 서너살 정도 되면 TV시청이 가능하다. 스페인 방송이나 영어방송을 보면 언어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고 미국방송의 어린이 프로는 재미있다. 나는 아이가 몰입해서 볼때는 그냥 두었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드러낼 때 도와주었다. 아이한테 힘이 있다는 걸 느낀다. 일률화시키고 강요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가야 할 폭력이다.

오태돈 : 우리말 그릇이 크면 영어 그릇도 크고 우리말 그릇이 작으면 영어그릇도 작은 것 같다. 영어교육 한다고 영어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말도 그만큼 가르쳐주어야 한다.

심유정 : 아이에게 영어 경쟁력을 키우려 하는 것은 영어를 잘하면 밥벌이는 하지 않을까 하는 부모의 욕심에서 나온 것이다. <조선일보>등 언론에서 영어몸살을 조장해 놓았다. 마치 ‘영어 못하면 바보’인 세상이다. 그래서 아이를 아무 영어학원이라도 보내놓아야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꼭 경쟁사회에 끼어들게 해야 하나. 거기서 우리 아이는 빼도 되지 않을까.

경쟁사회에서 빼면?

배정화 : 공동육아 교사 시켜라(모두 웃음).

장숙희 : 결국 어린이 영어교육도 입시 위주 사회가 부른 결과다. 대학입시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을 거다. 얼마 전 여기 있던 한 아이도 영어 유치원으로 갔다. 부모가 젊은 시절 학생운동하고 노동운동 하던 사람들이었는데 가면서 “영어 잘 하면 좋잖아” 하더라.

심유정 : 사실 우리 같은 교육방식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장숙희 : 그런데 제도교육 문제는 심각하다. 나 역시도 제도 교육이 아니었으면 인성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다. (모두 웃음) 힘들 때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런데 제도교육에선 그런 거 안 가르쳐 준다.

아이가 지금 초등학교 다니는데… 잘 다니는가.

장숙희 : 잘 못다닌다(웃음).

배정화 : 아이가 무엇을 가장 힘들어하나.

장숙희 : “엄마, 학교는 뭐든지 빨리빨리 하라고 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교육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면 돈도 문제고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어차피 이 땅에서 관계맺고 살아가려면 그러한 교육 시스템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부모는 배울만큼 배워놓고 아이는 왜 가르치지 않으려 하는가 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다.

권정우 : 배워봤기 때문에 머리로 배우는 게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안다.

심유정 : 내가 아는 한 엄마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었는데 아이가 고등학교 진학할 때 성적이 안되서 그 지역 고등학교를 못간 것을 두고 그 엄마가 통곡하는 것을 본 적 있다. 남편은 그걸 보고 꼭 인문계 고등학교 보내야 하느냐고, 기술학교 보내면 되지 라고 얘기하던데. 나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떳떳한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범생이었다. 그래서 범생이가 갖는 눈치가 있다. 나는 아직도 그런 눈치보기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아이들만큼은 그런 눈치에서 해방되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심유정 : 난 사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반대한다. 그럴 돈 있으면 교사월급 더 올려주는 게 낫다. 월급도 그렇고 잡무에 그렇게 시달리고서야 어떻게 인격교육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제대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태돈 : 영어교육도 매일 시켜주면 아이들이 학원을 전전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1주일에 한두 시간 하니까 매일 학원으로 도는 거다. 그리고 언어는 2~3년 기다려줘야 하는데 부모들이 조급하게 굴어 아이들 흥미를 뺏는다.

배정화 : 우와 많이들 생각했구나. 나는 영어교육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어서 이 사람 말도 저 사람 말도 다 맞는 것 같다.(웃음) 사실 난 원시시대에 인간이 훨씬 더 행복했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특별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이는 기르는 게 아니라 자라는 거다. 우리 아이는 한글도 전혀 모르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공부 못하면 어떤가. 다른 데서 행복을 느끼면 된다. 어린 시절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정말 폭력적이다. 이 시간 아이가 행복하게 지냈으면 그것으로 좋다.

김한결 : 교직을 잠깐 떠나 있으면서 느낀 것이 부모들의 조급함과 사회가 학력화로 몰아가는 것이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공부가 즐거워서 하는 아이들이 없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학교로 질질 끌고가는 것은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내 아이부터 내버려두자. 친구들이 영어유치원 얘기하는데 난 그런 분위기에 아이를 내모는 게 싫어서 여기 어린이집으로 왔고 아이가 재미있게 놀고 탈없이 지내는 데 만족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면 실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엄마들이 나서서 모니터링해서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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