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

여성사박물관 건립운동 앞장

최근 1종 전문박물관으로 승격

“전시관에서 허스토리 만나는

‘문화 플랫폼’ 만들어가겠다”

 

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역사를 뜻하는 ‘히스토리(History)’는 그동안 남성의 관점에서 기술된 역사(his+story) 였다. 역사 속에서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여성의 삶과 목소리는 사소하거나 지엽적인 것으로 치부된 탓이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그동안 소외됐던 여성역사를 복원하고 드러내고 보존하기 위한 ‘허스토리(herstory)’ 박물관이다. 여성가족부 산하의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지난 2002년 12월 9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개관한 뒤, 2014년 9월 1일 현재 경기도 고양시의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에 둥지를 틀었다. 전시관은 16년째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여성들의 삶과 경험을 모아 보존, 전시하고 있다.

“지난 100일은 국립여성사전시관의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내실화에 중점을 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4월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으로 취임한 기계형 관장이 지난 100여일을 이렇게 자평했다. 소장유물을 파악하고 문화유산표준관리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등록하는 작업에 이어, 박물관 종별 전환을 추진했다. 박물관은 소장유물, 전시공간, 상근직 학예사, 수장고 등 요건규정에 따라 1종과 2종으로 구분한다. 그동안 2종 박물관이었던 전시관은 심사를 거쳐 지난 5일 1종 전문박물관으로 전환했다.

또한 최근에는 전시관을 공익법인으로 등록했다. 기 관장은 “그동안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수탁기관이었던 전시관을 공익법인으로 등록해 여성가족부 직영 또는 특수법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공익법인 등록이 자칫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국립여성사전시관의 내실화와 확대발전은 여성사박물관 건립의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한다”면서 “용산공원에 박물관 부지를 마련하기로 했던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간 지금의 상황에서는 국립여성사전시관의 내실화가 중요하며, 공익법인 등록은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특히 “체계적인 유물관리는 박물관의 기본요소”라며 “1종 전문박물관 전환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박물관으로서 필요한 개선사항을 정기적으로 제시할 것이고, 그것을 근거로 예산, 부지 등을 정부에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사박물관으로서의 토대를 굳건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 관장은 국립여성사전시관을 “여성운동과 여가부의 협업이 이룬 결과물”이라면서 “여가부도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에 적극적인 만큼 정부와 여성계, 학계, 문화계 등이 함께 노력해 하루라도 빨리 여성사박물관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여성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발 맞춰 국립여성사전시관도 ‘2018 유물과 함께하는 여성사아카데미’를 마련하고,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오늘, 여권통문을 다시 펼치다” 등을 진행한다. 여권통문은 1898년 여성의 교육권·직업권·참정권을 요구한 여성인권선언으로, 성평등을 외친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소실되는 여성유물 발굴과 보존을 위해 여성유물기증운동 선포식도 계획하고 있다. 기 관장은 “국립여성사전시관이 평범한 여성들의 역사 속 역할을 발굴하고 히스토리에서 누락된 여성들의 삶과 경험을 공유하는 ‘허스토리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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