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언론들

지난 11월 29일 각 언론은 지난해 말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개그맨 주병진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알렸다. 전날 있었던 항소심 공판으로 그간 ‘억울한 누명’을 썼던 주병진이 ‘결백’을 입증하게 됐음을 일제히 보도한 것인데, 주로 ‘개그맨 주병진 항소심서 무죄’(대한매일) ‘주병진씨 2심서 무죄’(세계일보) ‘주병진씨 2심선 무죄’(조선일보) ‘주병진씨 항소심 무죄’(한국일보) 등의 제목이었다.

기사 내용은 주로 재판부의 판결문 내용과 함께 무죄를 선고받은 주씨의 “진실이 밝혀져 기쁘다” 또는 “모든 일이 내 탓이라 생각하고 자숙하며 살겠다”는 얘기가 덧붙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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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연예정보제공 프로그램에서는 주병진을 다시 돌아온 ‘개그계의 신사’로 이미지업 하는데 일조했다.

사실 이것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그동안 누명을 쓰고 말못할 고초를 겪었던 인기 스타가 죄로부터 놓여나는 승리의 드라마.

진실보다는 ‘드라마’ 만들기 바빠

피해자 입장보다 주병진 고초 초점

스포츠 신문들과 텔레비전의 연예프로들은 이러한 드라마를 아주 잘 각색해서 보여준다. <스포츠 조선>(11월 28일자)은 주병진의 무죄를 알리는 기사 옆에는 “물의 일으켜 죄송… 자숙하겠다”는 제목의 주병진 인터뷰를 실었다. “개그맨 주병진이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무죄가 선고된 직후 주병진은 이성미 박미선 등과 부둥켜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린 주병진은 사건 발발 1년만에 처음인 듯한 환한 웃음을 띠며 취재진을 만났다. 회견 말미엔 여유있는 모습으로 기자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 등 얼굴에선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고 시작된다.

또한 며칠 뒤인 12일 2일에는 ‘조영남 주병진과 이성미 스토리’라는 제하의 조영남 칼럼에서는 주병진의 승리를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어 보여주었다. 주병진이 재판 내내 끌고 다니던 연예인들의 얘기인데 시청자의 입장에선 ‘패거리’로 보이기도 하는 집단들이었다.

MBC의 <섹션 TV 연예통신>에서도 주병진 사건을 톱뉴스로 다루면서 그간의 심경과 고생 등을 보여주어 몹쓸 일로부터 해방된 결백한 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동료 연예인들 특히 이성미, 이경실의 환호와 눈물은 완벽하진 않지만 이제 다시 돌아온 ‘개그계의 신사’의 모습으로 그를 이미지업 하는 데 일조한다. KBS의 <연예가 중계>나 SBS의 <한밤의 TV연예> 등도 그 내용은 비슷했다.

이 사건이 이렇게 뒤집힌 건 이번 항소심에서 증인들이 기존의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인데 “피해자 강모양의 후배 이모양이 강간당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강모 양의 왼쪽 뺨을 때린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 <스포츠 조선>(10월10일)은 “이모 양은 그동안 양심의 가책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심경 변화의 이유를 밝혔다”고 보도했었다. 또한 “지난해말 이모 양과 그녀의 남자 친구 최모 군이 합의금 1억원에서 각각 수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강 모양으로부터 지급받은 사실 등이 드러났다”는 내용도 전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 강씨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연예 프로에 잠깐 비춰지는 그는 얼굴을 마스크로 완전히 덮고 황급히 숨는 모습이었을 뿐이다. 그것은 마치 죄인의 모습이었다.

그가 이번 판결에 동의하는지, 실제로 합의금 1원을 나누어 썼는지, 친구들이 이전의 진술을 번복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그의 입장은 어떤 미디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가 말을 하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말을 했는데도 미디어가 막아버린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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