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가 살고 있는 런던 덜위치(Dulwich)에서는 전시회가 열렸다. 창업한 엄마들이 모여 시작한 ‘마마후드(The Mama Hood; www.themamahood.com)’라는 플랫폼에서 연 행사였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는데 전시회에 가보니 너무나도 예쁜, 엄마들 마음을 확 사로잡는 아이 용품을 전시·판매하는 자리였다. 전시회에 참여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바로 엄마들이 창업한 브랜드라는 점이다. 전시회뿐만 아니라 멘토링, 각종 교육 지원 제공 등을 통해 엄마들이 시작한 중소기업을 돕자는 의지로 시작된 마마후드는 영국 엄마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단어가 ‘엄마 창업자 (Mumprenuer)’다. 2015년 영국 텔레그래프(Telegraph) 지는 엄마 창업자들이 영국 경제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 있다. (https://www.telegraph.co.uk/finance/yourbusiness/11782294/Mumpreneurs-generate-7bn-for-the-UK-economy.html) 필자 역시 글로벌 유통기업에서 이사로 일하다가 얼마 전 옥스퍼드대 석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엄마 창업자가 됐다. 영국에서 엄마 창업자가 처한 환경은 어떠한지 소개해 보려 한다.

첫째, 엄마 창업자는 어딜 가던지 대부분 진지한 사업가로 대우받는다. 용돈 벌이를 위한 ‘가내 수공업’ 취급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 10~15년 동안 많은 선배 엄마 창업자들이 성공 신화를 썼기 때문일까? 어린이용품이나 교육 시장에서는 엄마들의 감각과 시장 분석력을 따라잡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영국 아이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어린이 유기농 식품 브랜드 ‘Ella’s Kitchen’, 중상층 영국 엄마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동복 브랜드 ‘JoJo Maman Bébé’ 등이 좋은 예다. 

둘째, 엄마 창업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여기저기 잘 형성돼 있다. ‘마마후드’ 같은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서로 엄마 창업자라고 이야기만 해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이다. 필자도 ‘Ox Box’라는 영유아 영어교육 프로그램 런칭을 준비하면서 영국에 있는 다른 기업들과 자주 소통하고 있는데, 서로 엄마 창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뭐든지 일이 술술 풀리는 상황이다.

셋째, 정부에서도 엄마 창업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Ox Box는 얼마 전 유럽연합(EU)과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에 정부 장학금과 지원금을 받아 참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공공기관에서도 엄마 창업자들을 밀어주는 분위기가 큰 도움이 된다. 

아이를 낳기 전 두려울 것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던 많은 여성들이 출산 후 복직하면서 자신의 사업을 꿈꿔볼 수 있다. 영국에는 이런 여성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도 있고, 사회적으로도 응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엄마 창업자들에게는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엄마 창업자’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한다는 점을 두고 보면 영국도 완전한 성평등을 위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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