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중 전교조 여성위원회 부스에 성소수자 지지와 연대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이세아 기자
14일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중 전교조 여성위원회 부스에 성소수자 지지와 연대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이세아 기자

14일 서울퀴어퍼레이드 열려

105개 단체 참여해 부스 행사

병원·일터 등 성소수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 드러내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는 다양한 부스 행사가 열렸다. 시민사회종교단체, 서울시내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구글코리아·러쉬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 13개국 대사관과 주한유럽연합대표부, 국가인권위 등 105개 단체가 참여했다. 

특히 병원, 일터 등 성소수자가 일상 속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을 드러내고 개선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로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겪은 차별이나 편견을 공유했다. ⓒ이세아 기자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로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겪은 차별이나 편견을 공유했다. ⓒ이세아 기자

성소수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의료 차별’이다. “처녀막 확인 질문이 불편하다” “산부인과에서 질 초음파 검사를 받으려 하니 남자와의 성경험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성소수자는 병이라면서 치료하면 된다고 말한다”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의 인권국은 성소수자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 경험, 건강권 침해 경험을 수집했다. 의대협은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1만 8000여명의 모임이다. 조승원 의대협 부회장은 “2015년 의료기관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성소수자가 약 35%에 달했다. 실제 성소수자들의 의견을 예비 의료인들과 공유하고 차별 없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과 편견 경험을 공유했다. ⓒ이세아 기자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과 편견 경험을 공유했다. ⓒ이세아 기자

성소수자들이 일터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날 광장에 설치된 포스트잇 의견란에는 “남자친구 안 사귀냐고 묻지 마세요” “동성 결혼이 인정돼서 복리후생비와 가족수당 받고 싶다” “먹여 살리는 입이 몇 개인데 개인공제 하나도 안 된다” 등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월 결성된 ‘월급쟁이 퀴어 모임’도 이날 부스를 마련했다.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직장 내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고충과 대응방법을 나누는 모임으로, 거의 매달 20~40명이 모여 자유로이 대화한다. 다음 모임은 9월에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채용공고부터 복리후생제도까지 성소수자 친화적인 일터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국내외 사례와 함께 담은 책자 ‘성소수자 친화적 직장을 만들기 위한 다양성 가이드라인’(SOGI법정책연구회),  성소수자 동료를 지지하는 방법, ‘커밍아웃이 가능한 일터’를 만드는 방법 등을 소개한 ‘성소수자와 함께 평등한 일터 만들기’(민주노총) 책자 등도 이날 배포됐다. ​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도 이날 부스를 열고 성 정체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며 지지와 연대를 촉구했다. 성소수자 회원들의 커밍아웃 후기 등 수기집을 배포하고(민우회), 성소수자들이 가족 내에서 겪는 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여성의전화). 

 

14일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중 전교조 여성위원회 부스에 성소수자 지지와 연대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이세아 기자
14일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중 전교조 여성위원회 부스에 성소수자 지지와 연대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이세아 기자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젠더, 국경, 인종, 연령, 장애를 초월해 모인 시민들이 성소수자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모여 행진하고 공연하는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다.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국내 최대 성소수자들의 축제, 2018 ‘제19회 퀴어문화축제’의 하나로, 올해까지 4년 연속 서울광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불볕 더위에도 6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흥겨운 축제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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