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는 불볕 더위에도 6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는 불볕 더위에도 6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19회 퀴어문화축제 시작

14일 서울퀴어퍼레이드 성황리에 열려

바이크 타는 페미니스트들

‘레인보우 라이더스’ 첫 참가해 선두

서울 도심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춤을 추고 사진을 찍으며 웃고 서로를 껴안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웠다.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는 불볕 더위에도 6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흥겨운 축제를 벌였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젠더, 국경, 인종, 연령, 장애를 초월해 모인 시민들이 성소수자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모여 행진하고 공연하는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다.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국내 최대 성소수자들의 축제, 2018 ‘제19회 퀴어문화축제’의 하나로, 올해까지 4년 연속 서울광장에서 개최됐다.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이끈 페미니스트 바이크 라이더들 ‘레인보우 라이더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이끈 페미니스트 바이크 라이더들 ‘레인보우 라이더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바이크를 타는 페미니스트들의 모임 ‘레인보우 라이더스’가 이날 퍼레이드의 선두에 섰다. 라이더들이 모여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사륜차 중심의 교통 문화, 남성 중심적 모터바이크 문화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유롭게 바이크를 타”고, “성소수자와 모터바이크 라이더들이 인간답게 대우받고 보다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길 희망”하는 취지에서 참여했다.

8대의 퍼레이드 차량이 그 뒤를 따랐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퀴어연극제 기획단, 퀴어 웹 예능 ‘원, 투, 퀴어 앤 포!’ 출연진, 비온뒤무지개재단과 한국여성의전화, 페미당당,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연대해 일본에서 온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와 ‘도쿄 노 헤이트’,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에서 참여했다. 차량에 올라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퍼포먼스를 벌이는 사람들, 함께 행진하며 환호하는 이들이 길게 늘어섰다. 50미터 길이의 대형 무지개 깃발도 행렬에 동참했다.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된 퍼레이드 행렬은 서울광장, 을지로, 종로를 지나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4㎞로 역대 최장 거리다.

 

 

 

 

 

서울광장에서는 다양한 부스 행사도 열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도 시민사회종교단체, 서울시내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구글코리아·러쉬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 13개국 대사관과 주한유럽연합대표부, 국가인권위 등 105개 단체가 참여했다.

올해 축제 슬로건은 ‘퀴어라운드(Queeround)’다. “당신의 주변(Around)에는 항상 우리-성소수자-퀴어(Queer)가 있다” “이제 우리-성소수자-퀴어(Queer)의 라운드(Round)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날 광장에는 익숙한 남녀 화장실 대신, 다양한 젠더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쓰는 성 중립 화장실이 설치됐다.

 

이날 보수 기독교 세력의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가 열린 가운데, 일부 교인들이 퍼레이드 전 도로에 누워 행진을 막으려 시도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보수 기독교 세력의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가 열린 가운데, 일부 교인들이 퍼레이드 전 도로에 누워 행진을 막으려 시도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편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는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보수 기독교 세력을 중심으로 한 반대 집회도 열렸다. 광장의 경계를 따라 약 2m 높이의 펜스가 설치됐는데,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펜스의 바깥을 빙 둘러싸고 소리 높여 기도문을 외우거나 합창하며 시위를 벌였다. 퍼레이드 시작 전 일부 교인들이 도로에 드러눕는 등 행진을 방해해 소란이 일었으나, 경찰의 신속한 통제로 행사는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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