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라는 전차가 고장나지 않게끔 어머니가 잘 정비해주세요. 운전은 제가 할 테니 어머니는 선로를 봐 주세요. 튼튼한 선로를 만들어 종점까지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태평양 전쟁이 끝나갈 무렵, 일본의 어느 어머니가 전쟁 공습으로 멀리 떨어진 중학생 아들과 4년간 나눈 편지를 모아냈다. 우주의 나이로 우리는 모두 어린 아이, 소년이라는 뜻의 『소년기』는 편지로 아이를 키운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성장담이다.

아들과 어떤 편견도 없이 질문하고 답했던 과정은 아들의 인격 성장뿐 아니라 어머니 자신도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성의 계기를 보여준다.

끊임없이 아들의 질문에 답하며 아들이 나아갈 길을 열어주는 어머니이자 저자 하타노 이소코는 일본 심리학자로 일본아동연구소 초대 소장을 지냈다. 그는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는 데 그 어떤 심리학 저서보다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아들과의 편지를 그대로 출간했다고 밝혔다.

『소년기』는 모자간 사랑을 넘어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치는 근원적인 질문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아이의 욕망과 감정,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받아주는 어머니는 갑갑하게 느껴지지만, 과거였기에 가능했던 모습이다. 어설프게 자라나는 아이를 믿어주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모든 생각을 털어놓는 이 편지에서 우리는 아이가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우연히 근처 주민의 책장에서 70년 전 출간본이 발견돼 동네서점 ‘우주소년’에서 복간됐다. 우주소년 박우현 대표는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내용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 묻고 있다”며 “출판사가 아닌 동네서점에서 출판하게 된 이유이자 가치”라고 전했다.

하타노 이소코/정기숙 옮김/우주소년/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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